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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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텅 비어있는 입자라니!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실체 있는 물건들뿐인데, ‘보이는 것과  비어있음이 겹쳐진 원자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르치는 것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주는 떨림이다.(p5)’ 프롤로그에 나온 짧은 문장에는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가 담겨있다. ‘떨림원자와 비슷한 맥락이다.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 등 소립자가 진동을 하니 그들로 이루어진 원자가 떨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눈앞에 가만히 있는 딱딱한 탁자가 오들거리며 나 떨고 있냐?”하는 모습은 어쩐지 우습다. 그 개념을 우주 전체로 확장하자니 눈으로 감지되지 않는 떨림이란 얼마나 유리인 듯 섬세할까.

 

우주, 시간, 공간, 힘과 관련된 물리 법칙과 이론들에 인문학적인 색깔을 입힌 책이다. 기본적인 역학의 법칙부터 장에 관련된 이론에 이르기까지 물리에 대한 지식들이 총망라된다. 전문가답게 이런 저런 물리 이론들을 쉽게 풀이하여 설명하려는 노력이 가득하다.

원자의 관점에서 탄생과 죽음을 해석한 부분은 탁월한 설명 방식에 감탄한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p49)’ 이런 관점에서 아끼던 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들은 중력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그를 이루고 있던 원자들이 세상 어딘가에 떠다닌다고 상상하면 슬픔이 덜할 것도 같다.

 

다만 후반부에서 이론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살짝 도약된다 싶은 내용들은 비전공자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인문학적인 에너지가 약해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물론 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느낌이다. 야채, 새우, 오징어, 고구마, 감자 등 신선하고 알찬 재료를 튀겼는데, 인문학으로 이루어진 튀김옷이 쏙 빠져 버린 느낌이랄까. 인간과 삶과 관계의 속성을 물리 법칙에 비유한 점은 좋지만, 무리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간혹 눈에 들어온다. 인문학적인 사유가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랄까. 경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자주 느끼는 한계라는 표현에 비교적 가까운 의미이다. 삶의 심연에 접근해보지 못한 관찰자들의 상상 같은 거 말이다. 거리에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들이 눈에 띌 때마다 먹먹한 마음에 시를 떠대지만, 쓰고 또 써도 당신들 삶의 바닥까지 접근하지 못하는 나처럼.

 

처음 부분은 물리의 다양한 원리를 인문학에 접목시키려는 시도에서 작가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주변을 떨림과 울림으로 해석하는 작가의 관점을 따라가며 세상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인간은 울림이다.(p6)’라는 문장은 작용과 반작용처럼 우주의 떨림으로 확장된 상상력을 내게로 향하게 했다. 우주의 떨림에 인간의 심장이 공명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스스로 감지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심장도 몇 번씩이나 평소보다 큰 울림을 반복했을 터이다. 몽환적인 그림 앞에 선 인간처럼 묘한 느낌이 들어 두근거렸다.

 

 

p51, 6째줄 : 소행성 명왕성 왜소행성 ~

p54, 7째줄 : 탄소 원자 두 개 ~ 한 개

p122, 밑에서 4째줄 : 존재하기기 위해서는 존재하기 ~

p127, 마지막 줄 : 영자역학 양자역학

p169, 밑에서 3째줄 : 페러데이 패러데이

p191, 밑에서 3째줄 : 수증이 수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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