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세 잔의 커피를 마셨다. 모두 커피 믹스이긴 하지만 아침에는 머그컵에 정량보다 두 배 가까이 물을 많이 넣어서, 점심 식사 후에는 정량보다 약간 적게 넣어서 진하게,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는 오후에는 빈츠나 고소미 크래커와 함께 여유있는 한 잔.

매일 이렇게 커피를 마시고, 거기에 가끔 커피 믹스가 떨어졌다며 구하러 다니는 동료들에게 인심좋게 5-6개씩 손에 쥐어주다보면 100개가 포장되어 있는 커피 믹스 한 봉지도 한 달정도면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커피를 나눠 마시는 것은 유독 아깝지 않아서 나는 곧잘 달라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사람좋게 인심을 쓰곤 한다. 그것은 곧 많은 노력과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 사람과 나와의 친밀함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때문이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이렇게 아침을 깨워주고 졸린 오후에 활력을 주며 투자 대비 효과 100%의 사교 수단이 되었지만 한편으로10여년전 내가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의 커피는 그 자체가 성장의 징표였고(더이상 머리 나뻐질 것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으니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은 자기 과시의 가장 좋은 수단이었으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나게 해주는 타임캡슐같은 존재였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하얀 커피잔에 커피를 주고 하루종일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대학로에 있었던 '학림'이라는 카페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까. '학림'을 생각하면 조용하면서도 풋풋함과 생기가 느껴지던 대학로 풍경이 그대로 오버랩되는데....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오두진의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는 바로 커피가 담고 있는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상징과 의미들을 엄청난 자료의 수집을 통하여 묶어낸 한 커피 예찬론자의 커피 이야기이다. 이 책에 달려있는 수많은 각주들을 보면 이이가 얼마나 공들여 자료를 수집하고 '커피'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확연히 드러나고 거기에다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부분은 아프리카 어디에선가 전래되기 시작한, 지독히고 이국적인  '커피'라는 소재를 통하여 바로 우리의 모습, 한국 근현대의 모습을 손에 잡힐듯이 그려내었다는 점이 아닐까. 

하기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커피의 역사를 보면 그가 누구라 할지라도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고대와 중세에 악마의 열매로 터부시 되기도 하며 약재로 쓰였던 커피가 근대에 이르러서는 사회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는 신비의 묘약이 된 것 아닌가.

리뷰를 쓰기 위해 알라딘을 기웃기웃하다보니 여기저기 덧붙여 읽고 싶은 책들이 마구 눈에 띄인다. 바로 이런 재미에 내가 책을 읽는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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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쫌전에...뒤늦게 매너님의 커피예찬을 읽고왔는데, 서연사랑님 서재에서도 진한 커피향 가득. ^^ 섹시한 제목, 땡기는 스토리임다..흐흐.

서연사랑 2005-09-2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그렇게 느껴지신다니 의외의 효과네요...저도 흐흐...
매너님은 원두커피를 드시지만 저는 커피 믹스를 먹는다는, 엄연한 계급의 차이가...쿨럭..
미국으로 공수해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