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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100권이 처음 출간됐다 했을 때 특이한 제목때문에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이렇게 읽게 될 거라서 필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었다.
요새는 경기가 불황이라 비디오 가게에 가도 신작들을 소개하는 소책자 인심이 매우 나쁘지만 (보급사에서 아예 제작을 안 하기도 한다고..) 5-6년전만 하더라도 비디오 빌리지 않아도 주인 아주머니나 아르바이트 총각이 인심 좋게 하나씩 주곤 하던 그 팜플렛. 언젠가 거기서 이 소설을 영화한 한 동명의 작품 소개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우 인상이 깊었나보다.
뭐? 막내딸은 시집도 못 가고 평생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개뿔....
인상 깊기만 했지 여적지 영화도 소설도 접해보지 못 하다가 이참에 읽게 된 이 책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막내딸이 시집도 못 가고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모셔야하는 전통(이걸 전통이라 한다면)이 내려오는 한 가문의 막내딸 티타와 그녀를 사랑해서 그녀의 언니와 결혼하는 페드로의 사랑 이야기.
이쯤되면 지고지순한, 그러면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사랑 얘기가 펼쳐쳐야 하는데 의외로 이 소설은 지고지순과는 거리가 좀 있다. 티타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택한다거나 수녀원을 택한다거나 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가두는 어머니와 맞서고 온 힘을 다하여 그녀의 요리 속에 자신의 감정을 담는다.
그녀의 요리는 이해할 수 없는 전통으로 사랑을 옭죄는 낡은 세상과 운명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것.
내용 중간중간에 어랏! 하면서 읽게되는 감칠맛나는 에피소드('믿거나 말거나'에나 나올법하지만 제법 설득력있게 보이는 상황들)와 책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티타와 페드로의 운명적인 사랑....
소재와 구성을 종합하여 볼 때, 시간과 공간을 - 현실과 상상 속을 요리를 매개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만큼 매력넘치는 소설을 찾아보기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