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마르고, 눈이 나빠 얼굴의 반을 가리는 안경을 썼으며, 다른 또래의 소녀들이 관심있어 하는 그 어떤 것도 즐겨하지 않는 특이한 소녀이다. 그녀에게 세상의 전부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모든 것은 바로 책을 읽는 것.

그녀의 책들때문에 침대가 무너져 내리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서도 책을 읽으며, 청소를 하면서도 책을 보다가 문설주에 부딪히고 마는 그녀.

책을 모으다모으다 더이상 집에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게되자 우리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내린 결단은?!

책장 한 장 한 장마다 시화같은 고운 수채화들이 마치 액자에 담긴 듯 펼쳐지며 실제 인물을 모델로 씌여졌다는 이 그림책을 보며 책을 읽으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책을 사랑하고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기르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나의 기억 속의 어릴적 풍경 하나...... 

내가 예닐곱살 무렵, 우리집은 2차선 도로가 바로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변 상가건물이었다, 우리집은 양장점이었고 왼쪽 옆은 담배가게, 오른 쪽 옆은 서점. 정면에서보면 각기 다른 가게들이지만 가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당과 수도를 같이 쓰게 되어있는 일종의 다세대  주택이었던 셈. 담배가게 아줌마네는 언니가 하나, 오빠가 하나 있었고 건물 이층 미장원집 정님이가 나랑 동갑내기였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소꿉장난과 땅따먹기에 열중할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놀이는 우리 옆집, '청문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나이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십대 중반 정도 되었을 것 같은) 단발파마머리에 안경을 쓰고 사람좋은 서점 주인 언니는 일곱살자리 꼬맹이가 와서 아무데나 앉아서 책을 볼 때 어떤 싫은 소리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눈치'라는 걸 모를 나이. 책 고르는 서점 손님들 사이에서 쭈그려 앉아 보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보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5.18 민주화운동때문에 찻길이 한산하고 어른들이 모여 웅성웅성할 때(그런 사건이었다는 것도 20살이 넘어 대학에 가서야 알게 되긴 했지만) 나의 피난처는 '청문서점'이었다.

벌써 이십 몇 년 전 얘기......며칠 전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라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 '청문서점'언니가 생각이 났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커다란 안경과 아무렇게나 핀을 꽂은 곱슬머리위로 자꾸 서점언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그 뒤로 몇 년 뒤에 우리집은 이사를 갔고 그 후로 지나가면서 몇 년 더 그 자리에 서점이 그대로 있었던 것은 생각이 나는데 지금쯤 책 좋아하던, 사람 좋던 그 언니는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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