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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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희네는 할아버지, 할머니집으로 이사를 간다는군요. 엄마는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네요. 찬장에서 모든 그릇을 꺼내어 상자안에 가지런히 정리하시고 만희도 장남감을 상자안에 집어 넣어요. 차곡차곡~  아마 아빠는 책장에서 책들을 꺼내어 묶고 계시겠지요

집도 넓고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많은 만희네 집은 개도 세 마리나 있고 과일이나 쌀을 보관하는 광도 있어요. 광 위의 장독대에는 된장, 간장 항아리가 그득하지요.옥상에는 할아버지가 가꾸시는 작은 텃발이 있고 그 옆에서 엄마는 이불을 널어 말리고 계십니다.잘 말려져서 고소한 햇빛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고 만희는 꿈나라로 갑니다.

십수년 전, 아파트에서 살기 전에 살았던 집은 만희네 집처럼 마당도 있고 광도 있는 집이었다. 햇빛이 잘 드

는 날이면 까는 이불, 덮는 이불 모다 끌고 나와 거풍(우리 할머니께서 쓰시던 표현^^)을 시키고 할머니는 가

을 초입에 마당에 붉은 고추를 널어 말리셨다. 마당에서 집 대문위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문

위 오목한 공간에 된장이며 고추장이 담긴 항아리들이 가득했고 그 항아리들은 할머니의 보물 1호였다.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아무리 거풍을 잘 시킨다 해도 이불에서는 옛날의 그 햇빛 냄새가 나지 않고

간편해지기는 했지만 포장 이사를 하기 시작한 뒤로는 살림살이를 예전처럼 하나씩 정리하면서 되짚어 볼

일도 없어졌다. 몸은 한결 수고로움을 덜었지만 살림살이 하나하나에 묻어가는 정성은 점점 희미해져서 너

무나 쉽게 사고,버리고 하게된다.  딸아이는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른 이 그림책을 신기해하기는 하지만 자

꾸 보여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책을 자꾸 넘겨보면서 대문 위 장독대의 된장, 고추장 맛

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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