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년에 한두번씩 엄청난 의욕에 휩싸이는 좋은 버릇이 있다. 비록 오래가진 못하지만 소심한 내가 새로운 것들을 그나마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곤 한다.
2000년의 겨울에는 '외국어'에 의욕이 불타 삼육어학원을 다닌적이 있다. 초급반이라도 일어로 수업했는데 단어시험도 보고 구술시험도 본 덕택에 단 보름을 다니고도, 후에 외국에 나가 일본 친구들에게 잘 써먹었다. 일본어라는게 영어와는 달리 듣다보면 아는 단어도 있고, 대충 감도 잡힐때가 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고, 히라가나도 가물가물 잊혀질 무렵, 공짜에 눈이 멀어 다시 한번 의욕에 타오른 나는 회사 온라인 강좌를 신청했다. 그것 역시 한두번 열심히 따라했을까.. 막판에 벌금을 물지 않으려고 보는둥 마는둥 진도율만 높혀 간신히 통과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이다. 갑자기 중국어든 일본어든 하고 싶어진 나는 사정상 학원강좌 시간을 맞출수 없어 독학을 하기로 했다. 발음조차 엄두가 안나는 중국어..(그래서인지 정이 안가기도 하지만)대신 그나마 해본듯한 일본어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알라딘에서 책을 사기 위해 뒤지고 또 뒤졌다.
외국어 교재에 가장 불만을 느끼는 건 Tape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Tape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집에서는 컴퓨터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이동할때는 mp3 player로 듣게 되니.... 어쨌든 서평을 읽고 또 읽으며 책을 거의 골라놨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도는 파일을 검색해보는 중에 횡재수가 걸렸다. mp3파일로 누군가가 청취 파일을 올려놓은 것. mp3를 듣다가 책 제목을 알아내 검색을 해보니 평도 꽤 괜찮아보였다. 무엇보다 책이 얇아서 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청취파일도 꽤 괜찮아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점수를 후하게 준 건.. 이 mp3가 불법이 아니라 출판사 측에서 정식으로 독자들을 위해 올려놓은 파일이었다는 것이다. 흠...tape이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으로 나누어 싸게 살 수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테지만..]
일단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내 의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페이퍼까지 만들어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