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북적이는 거리에서 만난 그 사람은 청바지에 빨간 니트를 입고 있었다.
나는 정장바지에 아주 정장스러운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말이다.
만남은 무난한 대화로 이어졌다.
신변잡기들과 일상적인 대화들..
지난번의 말못함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나는 열심히 말을 했다.
유재석이 쇼프로에서 할만큼 말을 못하면 집에 가서 답답증을 느낀다고 했던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이나 떠들었던 것 같다.
저녁시간이 되어 헤어질때 나는 회사로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많이 힘들겠다며 나를 회사 문앞까지 데려다주었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잘 도착했다고, 즐거웠다는 문자까지.
그래, 이런 것이 바로 소개로 인한 만남의 정석인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만남에 대한 나쁘지 않은 마무리.
새벽에 들어와 잠들어버린 덕분에
오늘 아침, 엄마는 어김없이 소감을 물으셨다.
- 응. 이번엔 원없이 떠들고 왔어, 속이 다 시원하더라.
엄마는 나를 어이없게 바라보시다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그저 이런 말씀으로 나를 출근시킨다
- 그래, 인연이라는게 그렇지 뭐. 그냥 기회가 있을때마다 나가봐라.
엄마는 알까.
태연하게 말을 하는 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못난 모습이 웅크리고 앉아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는걸.
엄마, 인연은 정말 있긴 한걸까? 내 인연만 없으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