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일부러 작은 포스터 그림을 골랐다. 네 명의 주인공이 각각 포기하는 것들이 '사랑할때 버려야 아까운 것들'인가보다.
딸의 남자친구로 등장한 잭니콜슨이 딸의 엄마와 사랑에 빠진다. 거기에 잭니콜슨의 주치의로 등장하는 키아누리브스는 다이앤키튼에게 반한다.
영화를 보면서 '사랑은 낭비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언젠가 늦게 집에 들어가 자려고 TV를 틀었는데, 그 문장이 나오고 있었다. 앞뒤상황도 몰랐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사랑이 낭비되지 않는 것인지...
다이앤 키튼이 잭 니콜슨과 헤어지고 난 후, 매 순간에 엉엉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대본을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많이 공감했다. 사랑에 빠지면 순간마다 웃음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그 웃었던 순간이 울어야하는 순간이 되버리는듯하다. 물론 사랑이 다 그런건 아니여서 "아..나는 너무 멀쩡해...이상한거 아닐까. 좀 울어줘야하는거 아닐까"하는 어처구니없는 반성까지 하게 될때도 있지만말이다. 어쨌든 그들의 사랑은 계속 다른 방식으로 그들에게 남아있다. 잭 니콜슨에게 가슴통증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다이앤키튼에게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또한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영화에 맞추어 한 문장을 더 만든다면 "사랑은 늙지 않는다" 정도가 될 듯하다. 50대 후반의 여자와 60대의 남자가 만나도 그들의 사랑만큼은 나이먹지 않았다. 소유욕이 생기고, 몇달 후의 계획을 약속하고 싶고, 배신감에 50년이나 쌓아온 이성은 무너져버린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상대방의 말한마디에 그만 그 말이 쑥 들어간다. 상대방도 괜히 한 소리인데도 서로는 서로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오히려 사랑에서 떨어져있는 사람들은 젊은 남녀, 아만다피트와 키아누리브스이다. 그들은 나이를 초월하여 사랑하지만 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사랑을 접어줄 수 있는 여유까지 있다. 영화에서는 '젊어서' 가볍고 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많이 사랑하지 않은건 아닐까.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어떨지... 상영금지조치에 각종 언론매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어르신들은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영화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우리는 남의 이야기인지라 태연히 영화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