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책이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찾아왔다. 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대형서점에서 훑어본 덕에 그다지 새로운 느낌은 없다.
이 책을 펴서 밑줄 박박 그어가며 공부하지 않을 생각이다. 무려 20년 가까이를 공부하면서 문제집을 수백권은 샀지만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일단 정성스럽게 책 옆면에 내 이름 써넣고, 첫장 조심스레 펴서 줄 예쁘게 긋고 숫자 하나라도 정성들여 쓰면서 시작하기. 그리고 점점 흘려쓰게 되는 글씨 그리고 시들해지는 열정.
외국어라는게 무조건 듣고 외우는게 능사가 아니라고 수많은 능통자가 목놓아 외치지 않는가.. 지금까지는 급박한 시험에 쫓겨 알면서도 못행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한번 해볼 생각이다. 전에 말했던 mp3가 그런 면에서 유용한데 요즘은 컴퓨터를 켜면 한두시간은 음악대신 일본어 mp3를 틀어놓는다. 이리저리 웹을 돌아다니고, TV도 보고 msn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만, 부담갖지 않고 한동안은 이렇게 듣고 있었다. 마음내키면 따라하라는 부분도 따라하고..
이렇게 생각없이 듣는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부담을 가지면 오래 못할것 같다. 게다가 내가 일본어로 먹고 살아야하는 것도 아니고,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것때문에 부담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는 급해서 해야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면 재밌는 경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동할때 꼭 노래을 듣는 편인데, 보통 귀찮아서 한번 저장해놓으면 한달 정도는 그냥 듣는다. 그 노래들의 순서란..전혀 생각없이 내키는대로 골라잡아 넣었음에도 몇번 계속 돌려듣다보면 지금 듣는 노래가 끝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노래가 뭐가 나올지 알게 된다는거다. 전혀 순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데도 내 머릿속이 벌써 그 음악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때가 있는 것이다.
흠...이게 일본어에도 효과가 있을까? 속단하긴 이르지만 있는듯하다. 조금전 똑같은 부분을 듣다가 "내 방은 깨끗합니다."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순간 아무 생각없이 "키레이.."가 생각났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본어를 설렁설렁 공부하면서 얻게 되는 사실들을 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