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
루이 쉬첸회퍼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와 딸은 태어날 때는 부모 자식으로, 자라서는 친구처럼,
늙어서는 역할이 뒤바뀌기도 하는 참으로 복잡미묘한 관계다.
어릴적 저녁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쫑알거리면서 떠들면
엄마는 늘 건성으로 '응,응' 대답을 해주며 바삐 움직이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하게 되던 그 무렵부터는 반대가 되버렸다.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고
나는 별 관심없는 동네 사람들, 엄마 친구 이야기에 건성으로 맞장구를 쳐주게 된 것이다.
엄마는 늘 식구들에 대한 서러움과 불만을 나에게 쏟아내곤 하신다.
사실 가족 중에 나는 가장 엄마 속을 안 썩이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엄마의 단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는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역할을 도맡아왔으며
그에 대한 불만을 비출라치면 "딸이 아니면 누가 들어주니"
"다른집 딸들은 이러이러한다더라" 등등의 말을 20년이 넘도록 들어야했다.
얼마전 엄마의 건강이 악화되며 나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무심함에 대한 서운함이 나에게 집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인생의 한과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때의 짜증이 퍼부어졌다.
내 살림에 대한 벅참과 과중한 업무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어느날
점심시간에 건 전화 속에서 또다시 시작된 엄마의 하소연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그만하시라고 말해버렸다.
"다시는 너에게 그런 말하지 않겠다"며 끊으시는 엄마 목소리에 가슴이 답답해지던 그 날
엄마를, 그리고 나를 이해해볼 욕심에 이 책을 주문했던 것 같다.
며칠 후 배달된 책을 펴보니 4가지 유형의 어머니로 분류된 목차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엄마는 어떤 유형일까...
제일 비슷해 보이는 '희생형 어머니' 챕터를 골라 읽기 시작했고
몇 페이지 읽지 않아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그 안에는 우리 엄마와 나의 모습이 보였기에..
여자로써 엄마가 마음아프고, 자식으로써 내 자신이 마음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유형별로 딱 떨어지게 나눌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 엄마를 어떤 유형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엄마가 자식을 무한적인 희생과 헌신으로만 키우는 건 아니고
엄마도 인간이기에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
때로는 그 상처가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는 않다.
다만 읽으면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완벽하지 않으며,
엄마와 내가 동시에 상처받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었다.
더불어 내가 엄마가 된다면 어떤 어머니로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충실히 해야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엄마가 될 수는 있지만 좋은 엄마가 되긴 정말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