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지 5년 4개월.
그 긴 시간동안 가끔씩 나를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던 동기가 있다.

몇 번이나 착각을 했지만 결론은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였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린 외롭고 심심하고 배고플때 만나는 사이.

얼마전부터 그 동기가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걸 느꼈다.
전보다 조금 다르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과 다가오는 사람.
마치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선 것같은 관계.
두 사람의 차이를 느끼면서 사치스런 고민도 잠시 했더랬다.


어제 있었던 워크샵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길을 동기와 한참이나 걸었다.
늘 그렇듯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평상에 앉았는데
그가 버튼이 말을 안듣는다며 나에게 핸드폰을 이리저리 보여주었다.
그때 문자들을 봤다.


역시 그는 나에게 all-in하지 않고 있구나.
물론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탁 하고 풀어진 기분이다.
어쩌면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산책에서 돌아온 후에도, 오늘 아침에 집으로 돌아온 길에도
변함없이 웃고 떠들고 조만간 영화를 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착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를 어찌해야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심심할때 만날 수 있고, 외로울때 전화할 수 있으며,
배고플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쨌든 즐거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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