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케니지의 음악을 참 좋아하신다.
작년이였던가, CD를 두어장 구어드렸더니 좋아하시면서
내한공연왔을때 가보려고 했는데 못가봤다고 아쉬워하셨다.

한달전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케니지가 다시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기사를 발견해서 예매를 했다.

공연료는 언제봐도 비싸고...망설이다가
처음으로 엄마와 같이 가는 공연이지만 B석을 끊고 말았다.

드디어 어제, 반차를 내고 오후에 퇴근했다.
우리집에서 올림픽 공원까지는 1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데
왕복 3시간 + 공연 2시간의 일정으로
엄마가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엄마는 출발하면서부터 설레여하더니
도착해서 떡볶이를 먹을때에는
-이렇게 오니까 꼭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 막 젊어지는것 같다
며 즐거워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엄마에게 미안하던지...

한시간쯤 전에 도착한 덕에, 시음써비스를 하는 와인도 한잔씩 마시고
케니지가 싸인회하는 것도 옆에 서서 구경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 입장했더니..
우리의 자리는 정말 가파른 2층의 저 구석자리였다.
아래층의 VIP석이 환하게 보이는데..다시 한번 엄마에게 미안함..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자리에 끊을 걸 그랬나 후회도 들고...


하지만 다행히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2층 앞좌석이 텅텅 비어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상시에 계단 오르내리는걸 좀 무서워하는 엄마가 어찌나 빠른지..
진짜 젊어지신듯...^^


케니지가 관객석 한가운데 나타나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팬서비스 차원인지 관객석을 거의 한바퀴 돌면서 오랜 시간동안 연주를 했는데
가까이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처음에는 "어? CD랑 똑같네"에서
점차 마음을 울리는 소리, 저절로 박수가 쳐지는 느낌으로 변해가며
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어떻게 2시간동안 쉬지 않고 연주를 할 수 있는걸까..
연주를 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 편해보였다.
그저 음악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진정한 고수의 느낌이랄까...
인생 자체가 음악으로 가득차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주 들어서 알고 있는 친숙한 곡들과
새로운 앨범에 들어있다는 흥겨운 느낌의 곡들이 섞인 공연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건...
오랜만에 조금이나마 효도한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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