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자 회식이 있었다.
원래 모든 팀 회식은 회식비로 해결하는데
일년에 한번, 승진자 회식만은 승진한 사람들이 쏘게 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술을 먹고 가장 많이 망가지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도 사람들은 술을 많이 먹었다.

새로운 팀이 되어 얼굴도 잘 모르는 모 과장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또 나이를 묻는다...(요즘 내 나이 궁금한 사람이 왜그렇게 많은지)
대충 대답해줬는데 이 아저씨가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준단다(마흔살)
처음에는 술이 취해서 헛소리하는구나 싶어서 몇 번 농담으로 넘겼는데
눈치도 없지. 싫은 표정을 서서히 지어가도 끝까지 얘기한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누르면서 술 한잔 따라주며 그만하라고 했다.

잠깐 멈추는가 싶었다.
자기가 자주 간다는 안마시술소 얘기를 시작했기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는데 또 화제가 돌아왔다.
옆에 있던 후배는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아직 사회생활 이십년은 더 해야되고
이 바닥은 너무나 좁으며, 남자가 절대다수인 집단의 생리는 지난 십년간 경험해왔다.

조용히 화내기 전에 가만히 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로 변신해가는 중이라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나보다.
술 한 병 더 먹고 싶지 않으면 그만하라고 말했다.
술취한 웃음을 날리며 멈추지 않았다.
결국 말하고 있는 중에 벌떡 일어나 가방을 집어들고 나왔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하겠지.
기억이 난다고 해도 모르는척 하겠지.
뭐 그까짓걸 가지고 까칠하게구냐고 하겠지.

그래. 나도 내일이 되면 모른 척 할거야.
하지만 나는 잊지 않아.
기독교라고 술마시면서 울부짖지 말고 똑바로나 살아라.
당신의 종교에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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