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졸업 후 우리는 늘 누군가의 생일 즈음에 모였으며,(가끔 연말 및 행사 추가)
생일 선물은 아무도 준비하지 않으며, 그날의 비용은 항상 1/n한다.

그뿐인가, 결혼이나 축하해야할 일이 있을 경우에도 선물은 항상 공개된 금액 내에서
본인 스스로가 정하게 했으니 서프라이즈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친하지 않은 사이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작년까지 꼬박 4년간이나 매년 여름휴가의 여행을 같이 떠났으며
나에게나 그들에게나 우리는 대학시절 가장 친한 친구들일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의 건조함이 가끔 아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자세가 우리가 십년동안 오해나 시기심 따위로 싸우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에도 한 친구의 생일을 기념하여 점심을 먹게 되었다.
작년까지의 많은 초들은 사라지고
올해는 기다란 초 3개가 작은 케익 위에도 거뜬히 올라갔다.

점심을 먹고 커피와 케익까지 배불리 먹고 난 후,
몇 군데를 더 방황하다 5월이 출산 예정인 친구가 있어 같이 아기용품을 구경하러갔다.

처음으로 알게 된 것 이 많다.
헝겊책이라는 혁신적인 책과 아기 옷의 사이즈는 60? 정도부터 시작한다는 것..
집에 누워만 있는 아이라도 뭔가 많은 것을 덮고 입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때때로 아기 옷은 내가 입고 있는 옷보다 비싸다는 것.


친구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있다며 걱정을 했지만
나는 친구가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또 하나의 큰 갈림길에 접어들었구나.
시기만 다를 뿐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아간다.
좋고, 나쁜 차이는 아니지만 친구가 지금 열심히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그만큼 지금의 내 삶을 열심히 가꾸어야한다는 생각..
지금의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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