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때는 라디오 없는 밤은 상상할 수 없었다.
책상 앞에 앉는 동시에 라디오를 틀었고 사연과 노래에 울었다가 웃었다가
그 뿐인가..좋아하는 노래 녹음하려고 신경이 온통 녹음버튼에 가있기도 했고
좋아하는 게스트가 나오는 날이면 그날 공부는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라디오는 조금씩 멀어졌다.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고, PC통신까지..
라디오가 방에서 없어진게 언제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아프기 시작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책을 읽을 수도 없고
TV를 볼 기운까지 없어지자 라디오가 생각났다.
작은 라디오를 하나 사서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춰보며 맘에 내키는대로 듣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오후 4시 안재욱,차태현의 "미스터 라디오"를 가장 좋아했다.
그걸 들으면서 킬킬거리다 보면 지루한 오후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고
아픈 것도 속상한 것도 그 시간만큼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몸이 회복되면서 라디오는 또 멀어졌다.
듣고 싶긴 하지만 시간도 맞지 않고 다시듣기는 컴앞에 앉아있을때만 가능하니..
그런데....며칠 전 단팥을 발견했다.
단팥이라니..이름 한번 희안하긴 하지만 방송을 다운받아 내가 원할때 들을 수 있는거라니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던가..
당장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며칠치의 방송을 다운받아 mp3에 넣었다.
방송중의 음악은 모두 편집을 해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원하는 시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덕분에 출퇴근하는 버스에서도, 길을 걸어가면서도 혼자 킬킬거리면서 돌아다니게 되었다.
버스 맨 뒷자석에 다섯명이 나란히 앉아가다가도 웃음이 나와서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한다.
웃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즐거워지는 기분.
단팥 덕분에 행복해지는 방법 하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