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딴지 9년.
며칠전 차 계약을 해버렸다.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마티즈 사러갔다가 그랜져 계약서에 도장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하더니
나 역시 처음에는 허름한 중고차를 사려고 했다가 새 차를 계약해버렸다.
초보운전의 새 차라니...
차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냥 차종과 색상만 고르면 척 하니 차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무슨 등급과 옵션이 그렇게도 복잡한건지..주위 사람들을 보름이나 괴롭혀야했다.


운전연수를 예약하는 것도 꽤 귀찮은 일이였다.
가까운 운전학원은 없어져버렸고, 그 다음 가까운 학원은 10시간에 20만원을 고집했고
다른 학원은 23만원, 또 다른 학원은 5시간을 해주긴 하지만 직접 와야한다고 했다.
대여섯군데를 전화하고 나서야 5시간에 10만원짜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여자강사의 스케줄이 바빠 몇 번이나 부탁을 해서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

 

5분전 집을 나서는데 운전강사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집 앞 골목에 왔다는 것
부랴부랴 나가보니 생각했던 노란 운전연습용차가 아닌 일반 베르나였다.
안에 타보니 보조석에 안전장치가 되어있는 실습용 차이긴 했지만..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설명을 듣다가 조심스레 출발했다.
음...9년전에는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출발하자마자 차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핸들이 가만히 있는데 좌우로 흔들흔들하면서 가는건지..

강사에게 앞을 보라는 잔소리를 50번은 들은것 같다.
끼어들기 연습과 우회전/좌회전 몇 번 하니 50분이 흘러간다.
외곽도로옆 포장마차옆에 차를 세우고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쉬는 시간마다 뭘 사줘야한다길래
지갑을 가지고 따라나섰다.
강사는 포장마차 아저씨와 친한듯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더니 음료수와 달걀을 먹기 시작한다.
일어날때 계산을 하려고 하니 자신이 선뜻 돈을 내버린다.


다시 차에 올라타 몇 바퀴 더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앞으로 다녀야할 길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강사는 친절했고 내가 체크해야할 것들을 쉽게 가르쳐주는 듯했다.


고작 2시간짜리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왜이렇게 뿌듯한건지..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그리고 돈만 들이면) 척척 되는 일인데 몇 년을 미루기만 했다.

다음달이면 벌벌 떨면서라도 운전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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