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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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까맣게 잊어버렸을 그 한마디가.

이 책은 힘이 되는 한마디에 관한 책이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한 마디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해준다.
읽다보면 같이 마음이 뜨거워지는 글도 있고, 살며시 고개를 갸우뚱하는 글도 있다.
아마 내가 그 사람이 아니여서겠지.

그래서 나도 책의 서평대신 나의 소중한 한 마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십년전에 대학 입시를 보러 갔다.
그당시 처음 생긴 면접과 논술에 비중이 아주 큰 시험이였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몸을 한껏 부풀린 공작새처럼 부풀려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좋게 봐주는 것 같았는데
나이드신 교수님 가운데 유독 젊은 교수님 한분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부풀린 몸집 속에서 벌벌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들키는 것만 같았다.

몇 달 뒤, 전공 첫 수업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다.
교수님은 일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많은 분이여서 일분일초가 늘 아깝다고 하셨고
그만큼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분이셨다.

대학 시절 내내 나는 우울하고 적응을 잘 못하는 학생이였다.
특별히 사고를 치지도 않고 수업을 빼먹지도 않았지만 무엇하나 열정적이지 못했던 시절,
해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이 너무 많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3학년 겨울방학때였나 어느날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 쳐지고 맥이 빠진 내 얼굴이 보기 싫어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많이 했다.
어디선가 웃는 표정도 연습하면 자연스러워진다는 글을 읽은 후였다.
하루에 백번씩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잠들기..
미스코리아처럼 입근육이 얼얼하도록 연습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방학은 끝났고 새학기가 되어 시작한 전공 수업..
과제를 발표하고 교수님에게 자료를 제출하러 갔을 때였나보다.
말씀이 거의 없으신 교수님이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지셨다.
"요새 좋은 일 있나? 얼굴이 참 좋아보인다. 진작 그렇게 좀 다니지 그랬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동안의 내가 얼마나 우울했으면 교수님까지 알고 계셨을까 하는 생각과
조금이라도 변하기 위해 남몰래 노력한걸 알아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울컥 솟았다.

 

그런데...그게 내가 생각나는 교수님이 나에게 해주신 마지막 말씀이었다.
교수님은 그 다음해 봄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
지금도 잰걸음으로 걸어가시던 모습이 선하다.
너무 바쁘게 사셔서 삶도 바쁘게 마무리지으신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의 본성이라는 건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밝고 쾌활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낯선 환경에는 여전히 잘 적응하지 못하고, 어두운 구석이 많으며
때때로 해답없는 고민들이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럴 때마다 교수님을 생각한다.
교수님, 그래도 좀더 나아지려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좋아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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