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딴 것은 98년 겨울이였다.
유난히 내가 활동적인 여성이 되길 바랬던 엄마는
운전은 필수라며 방학을 맞아 빈둥거리고 있는 나를 쫓아내다시피 하셨다.
하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9년간 운전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택시타는게 무서워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할 망정
(그만큼 야근이 많기도 했다.)
운전은 어쩐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차를 사면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이 싫었다.
근무지가 서울로 바뀌고 다시 가족들과 같이 살게 되면서
차의 필요성은 점점 커졌지만 여전히 생각은 없었다.
굳이 내가 운전을 안해도 항상 주위의 누군가가 태워주는 그 안락함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문득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일년이 넘도록 사야지 사야지 했던 차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해야지 해야지 했던 운전 연수는 오늘 예약을 해버렸다.
아버지가 어쩌다가 시내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시면
돌아오시는 길에 자꾸 졸아서 집을 지나치시기에 모시러도 가야겠고.
내가 운전 못하게 말려서 결국 운전 못하는 엄마 어디 가신다고 하면
냉큼 편하게 모셔다드리고도 싶다.
그뿐이랴.. 이제 식구들 외식도 굳이 동네에서 할 필요없이
좋은 곳, 맛있는 곳에 마음껏 모시고 가야지.
나 자신도 외근/야근시에 같이 갈 사람 없나 눈치 안보고
씽씽 달려서 일하고 싶기도 하고..
넓은 세상에 흩어져있는 것들을 좀더 쉽게 찾아가고 싶다.
마음을 먹었다고 일이 쉽게 진행되진 않는다.
자금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가장 중요한, 사려고 하는 차의 중고는 턱없이 비싸고 매물이 없으며
새차의 경우에는 계약을 해도 하염없이 기다려야한다고 한다.
평생 담쌓고 살던 수많은 자동차용어는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버지 차를 같이 타려니 못미더운 딸에게 차키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꼭 올해에는 운전해야지..
무슨 일이나 시기가 있다는 말처럼 이제는 운전해야할 시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