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스페셜 2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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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스페셜 시리즈가 길고, 또 책도 일곱권이나 나왔기에 시리즈 전반에 대한 평을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특히 이 책에서 흥미가 있는 부분들만 말하자면, 내 경우에는 풍납토성(신라에 비하여 백제가 너무나 무시당하는 것이 아쉬워서), 도선비기(조선시대 지리학이라는 관점에서), 훈요십조(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이 조작된 것이라는 생각에서) 등이다.

또 고구려가 최전성기에 동원한 군사가 30만명, 백제와 신라는 10만 명이 채 안 되었다는 구체적인 사실도 흥미롭다. 삼국지와 비교해보니, 역시 중국 사람이 많긴 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삼국지에 나오는 숫자가 과장이 심하다는 점을 헤아려야하겠지만 말이다. 

기억나는 부분들만 적어보았다.

도선의 비보풍수는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이 병들면 침이나 뜸질로 치료하듯 산천의 문제점도 절이나 탑을 세워 고치고 보완하는 것이다. 새로운 명당을 찾기보다 땅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 명당으로 만드는 비보는 도선풍수의 핵심이다.

전미(全美)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명당으로 최고의 땅만을 골라야 하는데, 이는 땅이 넓은 중국 풍수의 특징이다. 그러나 비보(裨補)는 명당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왕건의 훈요십조는 조작되었는가

실록 재편찬에 참여한 최제안, 최항 등이 모두 경주출신이고, 현종의 최측근인 실록편찬자들에 의해 훈요십조가 알려졌다. 그리고 훈요십조는 8대 현종때 실록을 복원하는 시점에서 발견되었고, 공교롭게도 왕가의 중요문서가 개인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태조의 훈요십조가 실재했다는 증거는 없는데, 사라졌던 훈요십조가 나타났다는 것은 조작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종은 모계로 따지면 신라계에 속하는데,  후백제계에서 신라계 중심으로 세력교체가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따라서 태조 왕건의 유지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

더구나 태조 왕건의 당대 상황과 훈요십조의 내용은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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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페셜 1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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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재미있게 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바로 역사 스페셜이다. 요즘은 안 하지만, 언제부턴가 역사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겼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인간사는 반복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무엇보다 반도의 남쪽에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적 한계를 과거를 빌어 극복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고구려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전체 시리즈가 6권인데, 이것은 그 중 첫 번째 책이다. 텔레비전 방영물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는데, 책도 못지 않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특징은 뒤에도 큼지막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앞부분에 주제나 핵심을 제시하고, 뒷부분은 그것을 그냥 반복하는 수준이어서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데, 이 다큐는 논리적으로 전개를 하면서 뒷부분에서 결정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아무래도 방영물이다보니, 때로는 학문적인 측면에서 정당성이나 증거나 부족해보이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다큐멘터리 방영물은 이런식으로 책자 형태로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것은 아예 연구 논문으로 나왔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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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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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하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면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념의 차이는 있어도 무조건적인 수직 관계는 없다는 뜻일게다. 박노자가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에 살면서 느낀 것을 박식한 한국관련 지식과 관련지어 글을 썼다. 전편인 당신들의 대한민국 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전편이 주로 한국의 역사적 맥락,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한국인의 눈으로 본 노르웨이와 비폭력에 관한 생각에 해당한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보니, 노르웨이가 일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약 4만달러, 인구는 430만)란다. 우리가 약1만 5천달러 수준이니까, 단순히 비교하면 약 3배 차이다. 물론 여기에서 경제적인 풍요를 중점적으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돈을 강조하는 우리 나라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노르웨이가 훨씬 더 잘 산다는 말이다. 효율만을 따지더라도 우리 나라의 편가르기식 사고방식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면 조금 억지스러운 주장일 것이다. 하물며 경제적인 것을 제외한, 삶의 질이나 만족도까지 포함한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노르웨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은 천국은 아니다. 그 부유함의 근원이 제3세계에 대한 자원과 노동력의 착취라는 점을 항상 박노자는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사회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무척 부럽다. 언제 이렇게 당연한 일들이 정말 당연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우리 사회를 후진적이라고 매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솔직히 살면 살수록 별로 정이 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박노자의 글솜씨다. 물론 가끔씩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영어로 글을 쓰면, 내 글을 영어권의 사람들이 아무 불편없이 읽어줄까?

 

무엇보다 읽으면서 난 부끄러웠다. 솔직히 점점 좌우보다는 점점 더 위아래를 생각하는 것 같은 내 자신이 떠올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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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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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가 벌써 11권째이다. 이 11권부터 로마가 망하는 이야기를 하게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게 꼬여도 항상 로마가 결국은 이기거나 발전하는 방향으로 그동안 진행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이다.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해진 코모두스 황제가 바로 이 권에 등장한다. 역사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조치일지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11권은 유명한 명상록의 지은이이자,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아우렐리우스에 대한 내용이 2/3정도 된다. 그리고 콤모두스 황제와 군인황제 시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내용을 자세히 옮겨 적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예전에는 실패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바보처럼 왜 저렇게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된다. 정말 운이 좋거나, 당사자가 천재인 경우를 제외하면, 어쩔 수 없이 실패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생이 불쌍한 사람도 많다. 결코 그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다만 누군가가 책임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모든 잘못과 비웃음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지도자만큼, 본인이나 추종자들에게 비극적인 설정은 없을 것이다.

콤모두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한 가지 더 덧붙일 것이 있다. 콤모두스와 세베루스가 활약하던 시대는 바로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시대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삼국지와 로마인 이야기의 시대 배경이 이제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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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0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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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특이한 부분이다. 시간의 순서대로 역사적인 서술을 한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서 서술하였다. 10번째 책의 내용이 역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지만, 각종 지도와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서 오히려 나중에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은 크게 하드인프라(가도, 다리, 가도를 이용한 사람들, 수도)와 소프트 인프라(의료, 교육 등)로 나누어져 있고, 컬러도판이 있어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유적, 고대 지도와 오늘날의 지도 등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그동안 다른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이야기들을 또 다시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언급하지 않던 부분(수도, 교육 등)까지 다루고 있어서 오히려 로마를 이해하는 데 다른 책보다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지 않을 것이고, 느낌도 길게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전체적인 로마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다른 책보다 10권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충격적인 내용도 많다. 이미 2000년전에 고속도로와 휴게소의 개념을 도입하였다는 것과, 19세기에 철도가 생기기전까지는 로마가도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빨랐다는 것이다. 또한 기원전 3세기에 동쪽에서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만들었고, 서쪽에서는 로마가 가도를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방법은 정반대였다. 그리고 오히려 로마의 방식을 지은이는 탁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어쩌면 중국과 로마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50년전의 우리나라와 1800천년전의 로마 중에서 어느 곳의 문화가 더 우월하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아마도 로마를 고를 것 같다. 아니 50년전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고민이 아직도 부족하다. 안타깝고 부러웠다, 솔직히. 후대의 역사가들은 어떤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다는 뜻일게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사회기반시설, 복지 등에 대한 인식이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툭하면 정치나 이념 문제로 가버리고, 그러다가는 또 그 지긋지긋한 빨갱이, 좌파 논쟁으로 바뀐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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