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특이하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면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념의 차이는 있어도 무조건적인 수직 관계는 없다는 뜻일게다. 박노자가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에 살면서 느낀 것을 박식한 한국관련 지식과 관련지어 글을 썼다. 전편인 당신들의 대한민국 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전편이 주로 한국의 역사적 맥락,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한국인의 눈으로 본 노르웨이와 비폭력에 관한 생각에 해당한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보니, 노르웨이가 일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약 4만달러, 인구는 430만)란다. 우리가 약1만 5천달러 수준이니까, 단순히 비교하면 약 3배 차이다. 물론 여기에서 경제적인 풍요를 중점적으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돈을 강조하는 우리 나라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노르웨이가 훨씬 더 잘 산다는 말이다. 효율만을 따지더라도 우리 나라의 편가르기식 사고방식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면 조금 억지스러운 주장일 것이다. 하물며 경제적인 것을 제외한, 삶의 질이나 만족도까지 포함한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노르웨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은 천국은 아니다. 그 부유함의 근원이 제3세계에 대한 자원과 노동력의 착취라는 점을 항상 박노자는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사회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무척 부럽다. 언제 이렇게 당연한 일들이 정말 당연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우리 사회를 후진적이라고 매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솔직히 살면 살수록 별로 정이 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박노자의 글솜씨다. 물론 가끔씩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영어로 글을 쓰면, 내 글을 영어권의 사람들이 아무 불편없이 읽어줄까?

 

무엇보다 읽으면서 난 부끄러웠다. 솔직히 점점 좌우보다는 점점 더 위아래를 생각하는 것 같은 내 자신이 떠올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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