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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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권이다. 긴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사실 숙제라기보다는 축제였다. 적어도 내게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영화같다’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어설픈 소설보다는 나았다.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동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았기에, 서양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들을 오히려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알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법 개념은 약속이나 계약에 가깝다는 것, 기독교는 동양적 특성(중동의 일신교)이 오히려 서구화하여 완성되었다는 점 등이다.

무엇보다 진짜 1년에 한권씩 책을 낸 지은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 정말 15년 동안 작가가 계속 책을 쓸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정말 작가의 노력(작가의 관점은 논외로 하자)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대단하다.

더불어 번역자에게도 감사하다. 당연히 지은이의 글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번역서는 재창조자인 번역자의 글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번역 글치고는 제법 매끄럽다. 어쩌다 몇 군데에서 다시 문장을 읽어야 했던 적은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훌륭하다. 적어도 내 수준에서는.

가만히 다시 읽어보니 시리즈 전체에 대한 내 생각을 너무 길게 썼다. 15권으로 돌아가자. 로마가 멸망하고, 이후 동로마에 대한 내용을 조금씩 다루었다. 이제 지은이도 더 이상 로마에 대하여 기대를 하지 않는다(이미 역사적 사실이므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적어도 14권에서는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냥 그렇게 가게 놔 눈다. 어쩌면 ‘당해도 싸다’라는 식인지 모른다. 이미 14권에서 기독교가 승리한 후로, 시오노 나나미의 눈으로 보자면 이제 더 이상 예전 로마로 갈 수 없고, 사실상 로마가 끝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15권은 마치 유관장은 물론 제갈량까지 죽은 이후에 삼국지를 읽는 기분이다. 이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이 후식을 먹는 기분이랄까? 그냥 좀 아쉬워서 읽는다고나 할까?

 

내가 읽은 로마인 이야기의 어느 책보다도 표시한 부분이 많다. 마지막 권이라는 아쉬움, 전체를 정리하는 듯한 작가의 문장들, 제대로 들어보지 못해 생소한 사실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일 것이다.

역사적 사실들을 요약하지는 아니 하려고 한다. 책을 다 읽었지만, 의문은 이어진다. 언젠가 몇 번 더 읽어보면 정리되려나? 그리고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로마와 전혀 무관한 현재의 대한민국도 로마의 추종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서양인들이 왜 그토록 로마가 망한 후에도, 로마를 모방하거나 따르려 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찾고 싶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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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07-08-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갈량 죽은 뒤의 삼국지를 읽는 기분이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설명해주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고민고민 2007-08-1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렇게 금방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