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케의 동물 이야기
악셀 하케 지음, 이영희 옮김, 미하엘 소바 그림 / 창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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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한가롭게 들춰보고, 책을 고른 게 언제더라. 근데 바로 집 옆에 생긴 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서가 사이를 걷다가 발견한 이 책! 하케의 동물 이야기!

  번역자는 글 뒷부분에 문화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유머에 대해, 따라서 책의 내용을 지역화를 할 수 밖에 없음에 대해 극구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 나도 그 점이 아쉽다. 이 재미있고 신랄한 유머를 직접 읽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생각하다보면,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나의 지식들을 이리저리 되짚어보다 보면,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읽다보면 금세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마지막 장, 코뿔소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하케가 이토록 빈정거리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듯하다.

  깨어나라, 인간이여.

  그리고 기억하라.

  그들도 한때는 모두 야생동물이었다는 사실을......


  하케의 동물이야기는 무더위에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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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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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기 싫어 콱 죽어 버리고 싶은 3월을 견디기 위해 내가 고른 소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선데, 또 모든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 참 이상했다. 다 다른 얼굴들인데, 결코 새롭지 않다. 한꺼풀 겉만 다르지 결국은 같다. 더 알고 싶은 것도 없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 낯설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다니....

  내 주변을 외면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속으로 숨어들었다. 숨어 들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책 속의 무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건물 하나도, 유적 하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도시, 아는 거라고는 그 이름밖엔 없는 도시, 그 도시는 내가 숨어 들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카락스, 아니 쿠르베가 그랬던 것처럼.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의 매력에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갈수록 더해가는 궁금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니엘이 카락스의 운명을 따라가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물론 이 미스테리의 마지막이 누리아가 다니엘에게 남긴 편지에 의해 다 밝혀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작가가 마지막에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조만간 바람의 그림자를 영화화 한다는 얘기가 들려올 법도 하다. 이미 작가는 그걸 염두에 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장면하나 하나에서 영상이, 분위기가, 색깔이 떠올랐으니까

  

  나처럼 뭔가로부터 잠시 숨어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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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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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책을 꼭꼭 씹어 읽었다. 자꾸 휘리릭 건너 뛰려는 나쁜 버릇을 다잡고, 연필 쥐고, 밑줄 쳐가며 또박또박 읽었다.

   고전 자체에 무식한 채, 이런 책을 읽는다는게 좀 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워낙 친절해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이 글의 문장 하나 하나에서 진실함을 읽었다. 쉬우면서도 잡담에 그치지 않고,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되 경직되어 있지 않은 태도 속에서 나보다 한참 더 산 사람의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대학 시절 내가 학습했던 책들은 늘 옳았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머리로 이해했으나,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공허했고 쉽게 쌓았다가 쉽게 허물 수 있었다.그리고는 급기야 잊혀지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동양의 고전에 대해 뭔가를 알 게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논어의 몇 구절을 알고, 묵자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고 해서 정말 동양 고전을 알게 되었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먼서 나는 최근에 고민했던 내 문제를, 그리고 내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갈등들을 끊임없이 생각했고, 담임 교사로서의 학급운영, 남을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얻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동양고전독법>이 내게로 와서 <내 삶의 독법>이 된 셈이다.

  '선생님'이라는 말처럼 함부로 남발되는 말도 없지만, 한 번도 직접 만나뵌 적 없지만, 나는 신영복 선생님께 '선생님'이라는 말을 붙이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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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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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사둔지 한 두어 달 지났다. 표지를 들추어 보지도 않고 '헌법'이라는 제목 앞에 기죽어 이리저리 미루어 왔다. 여기저기에서 좋은 책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헌법인데 하는 생각에 집어 들기가 쉽지 않았다. 


  음, 결론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 책은 헌법의 '풍경'이었다. 늘 보아오던, 익숙한 풍경 같은 책이었다.  그 무시무시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법으로 이토록 쉽게 조목조목 이야기를 풀어가다니 놀라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국가를 사랑하는 것을 강조한 나라보다는 국가를 통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그나마 덜 나쁜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통제되지 않은 국가가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 괴물에 봉사하는 사람은 몇 몇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재 권력의 전횡에 참여하거나 방관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괴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는 말은 참으로 가슴 뜨끔한 지적이었다.


  또 6장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헌법 정신, 7장 말하지 않을 권리, 그 위대한 방패, 8장 잃어버린 헌법, 차별받지 않을 권리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인권을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헌법에 대해 참 자상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머리로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렇게 살아 왔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보다는 '인정한다. 그러나'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하지 않았나 반성했다. 

  학생들도 인권이 있다. 그러나, 머리모양을 완전히 자율에 맡겨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공부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그러나......

  헌법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수학보다 영어보다 먼저 공부해야 하는 게 이런 거 아닐까?  학생들이 자라서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할 것들이다. 중3이상 고등학생들이라면 꼭 읽고 사회인이 되었으면 싶다.

 

  하나 덧붙이자면, 대학교 다닐 때 곧잘 부르던 노래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우리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안락에도 굴하지 않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보통의 삶을 사는 나같은 인간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총칼이 아니라 안락임을 알고 있기에 검찰이라는 신분을 떨치고 나와 이런 책을 쓰신 김두식 씨가 나는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아, 하나 더, 법학과에 다니면서 많이 고민하던, 결국엔 고시공부를 시작했던 내 옛 친구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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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 1
우르줄라 하우케 지음, 강혜경 옮김 / 해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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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것 두 가지.

1. 이런 내용의 라디오 방송극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

(우리나라엔 어떤 좋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을까? 분명 없진 않을텐데... FM을 틀어 두면 계속되는 수다와 수다와 수다 그리고 가끔 듣는 음악!)

2. 여덟살 난 아이와 아빠가 이런  문제로 이렇게 진지하게 대화를 한다는 것

(여덟살난 딸은 젖혀두고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과 이런 문제들에 관해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 대화 가능한 아이들, 대화 가능한 교사, 대화하는 수업시간! 이건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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