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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출근하기 싫어 콱 죽어 버리고 싶은 3월을 견디기 위해 내가 고른 소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선데, 또 모든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 참 이상했다. 다 다른 얼굴들인데, 결코 새롭지 않다. 한꺼풀 겉만 다르지 결국은 같다. 더 알고 싶은 것도 없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 낯설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다니....
내 주변을 외면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속으로 숨어들었다. 숨어 들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책 속의 무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건물 하나도, 유적 하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도시, 아는 거라고는 그 이름밖엔 없는 도시, 그 도시는 내가 숨어 들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카락스, 아니 쿠르베가 그랬던 것처럼.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의 매력에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갈수록 더해가는 궁금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니엘이 카락스의 운명을 따라가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물론 이 미스테리의 마지막이 누리아가 다니엘에게 남긴 편지에 의해 다 밝혀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작가가 마지막에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조만간 바람의 그림자를 영화화 한다는 얘기가 들려올 법도 하다. 이미 작가는 그걸 염두에 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장면하나 하나에서 영상이, 분위기가, 색깔이 떠올랐으니까
나처럼 뭔가로부터 잠시 숨어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