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 경당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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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가 자려고 누웠느데,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장미꽃 향기! 이태원동에 있었던 그 낡은 군인 아파트, 2층이었던 우리집 베란다 창문을 열면 이른 봄부터 여름 내내 장미꽃 향이 창문을 넘어 들어왔었다. 요즘 흔히 볼수 있는 우아한 장미의 싱거운 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짙은 그 꽃 향기. 키 작은 덤불 속에서 다닥다닥 많이도 피었났던 들장미, 그 땐 그게 장미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쩌면 찔레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장미꽃 내음이 떠오른 이후, 정말 내 주위에서 그 향기 나는 것만 같았다. 어찌나  생생한지 놀라울 정도였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그 향이 내 주위에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드넓은 놀이터, 그 때 벌써 한 30년은 되었다던 흉물스럽고 낡은 아파트였지만, 드넓은 놀이터과 아무 쓰임없이 버려져 있었던 공터들 이 참 많았었다.  우리들의 아버지 중 어느 누구도 자가용을 갖지 못했던 그 때 그래서 우리는 한 없이 넓은 놀이터를 가질 수 있었다.

  놀이기구는 몇 가지 없고 넓기만 했던 그 놀이터 너머로 보이던 서쪽 하늘의 근사한 노을도 기억난다. 매일 조금씩 다른 빛깔로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매료시켰던, 하늘과 구름들, 어느 하루 그 노을을 쳐다보면서 넋을 놓고 있는 날보고 오빠가 놀렸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빠의 단짝 친구였던, 이미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린 그 오빠도 기억난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린 시절의 향기를 기억하는 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질문들에 대해 착하게 하나 하나 답하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세인 듯 하다. 뭐 꼭 내가 원래 아티스트였다거나 앞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아야 겠다거나 하는 고민이 없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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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 경당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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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삶의 물살에 무릎까지 담그고 그 물살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쏟으며 견디셨다..... 할머니는 삶의 진실은 그 삶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 없다는 것을 당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깨달으셨다. 삶의 질은 기쁨을 맛보는 능력과 비례하고, 기쁨을 맛보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109쪽

나는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절대로 물어보지 말라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대신 그것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둔다.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날테니까.-125쪽

'무엇을'할 것인가를 먼저 선택한다. 그러면 '어떻게'는 저절로 계획 속에서 솟아난다.-127쪽

창조성이 막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중독이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와 느낌을 제대로 소화하기 보다는, 자신의 재로로 직접 요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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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42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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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가한 틈을 내서 유리가면 애장판을 다 사버렸다. 나에게 상을 좀 주고 싶었다.

그 엄청난 두께에 놀라면서 천천히 아껴 읽어야지 했다. 읽은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껴 읽기는 커녕, 며칠 밤잠을 미루고 단숨에 읽어 버렸다.

다 읽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이 나이에 미쳤나 보다. 마스미의 사랑이 그 눈빛이 너무 가슴 아프다.'했더니, '미치지 않았다. 현실 속에서도 아직 그런 눈빛으로 사는 내가 미쳤지.' 했다.

뭐, 뻔하다. 줄거리도 사랑도. 그래도 기다린다. 빨리 유리가면이 완결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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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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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6쪽의 이 긴 책을 읽어낸 나 자신을 일단은 칭찬하고 싶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어도 줄지 않을 것만 같은 책의 두께와 정직한 글씨 크기에 질려, 중간에 포기할 뻔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다 읽었다.

  이 책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을까? 왜 동양인이 아닌 백인들이 이 지구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걸까?’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봄직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결론은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첫째,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현재 작물화된 다양한 식물들의 야생형을 조사해 보면 구대륙(유라시아)에 현저히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작물화 되었음을 알수 있다. 그것은 구대륙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말 그럴만한 식물들의 종류에 차이가 있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신대륙(아메리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는 인간의 노동 생산력에 도움을 줄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야생동물들이 없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동물들 중 길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길들여져 있는데, 그것은 거의 대부분 구대륙에서 살던 동물들이었다.

  둘째, 발전된 여러 가지 문물들의 확산과 이동 속도의 대륙 내 차이-세계지도를 떠올려 보라. 유라시아 대륙이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데 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위아래로 길다. 작물화된 식물들의 전파에 있어 옆으로 길쭉한 대륙이 확산에 유리했다. 위도가 같으면, 기후가 비슷하니까. 비가 많은 겨울에 적응한 식물이 비가 많은 여름이 있는 지역에서 재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셋째, 각 대륙 사이의 확산 속도의 차이-지형적으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더 고립되어 있었다. 유라시아로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것이 가장 쉬었고, 다른 대륙이나, 섬 지역은 확산에 어려움이 컸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열도로 인해 유라시아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넷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음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요인들, 즉 각 대륙의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문화가 발생하고 발전하는데 대륙간의 차이가 생겨났다고 글쓴이는 설명하고 있다. 이런 환경적 차이로 인해, 인구의 밀집, 생산성 확대, 철의 생산,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질병에 대한 면역력에 차이가 생겼고, 다양한 문물의 발명이 결국 대륙간의 힘의 차이, 국가간의 차이, 인종간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유라시아 대륙인데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유럽에게 추월당한 이유, 중국이 기술의 전도자 위치에서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결론은 유럽인들이 동양인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

  설명의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글쓴이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언어학적 지식들을 엮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엮어내듯 정교하게 설명해 내려가는 글쓴이의 솜씨가 놀라웠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 있는지?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난 코끼리를 더듬어 보던 생쥐들의 우화를 떠올렸다.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 생쥐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있는 사람들, 서구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이 있는 비서구인들이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한 번 읽어봄직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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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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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장이 궁금했다. 제리가 어떻게 이 비열한 싸움을 끝장낼까?  어떤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99%의 청소년 소설은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차갑고 냉혹하게 끝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인 진실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딴 얘기 하나 할까? 우리 학교에서는 두 주 전에 학급 반장들을 불러내려, ‘제 14회 사랑의 동전 모으기 100원의 기적’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하트 모양의 저금통을 나누어 주었다. 이 저금통이 어디에서 왔고, 그 수익금을 어떻게 쓰여지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담임인 나도 모르니까 애들도 모른다. 애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날 방송으로 회장을 불러 학급원 수만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두 주 후에 걷는다고 했다.

  물론 이 저금통이 어디 좋은데 쓰일 거라는 걸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초콜릿 판매 대금도 아마 어디가 유익한 곳에, 학교를 위해, 아니면 더 좋은 일에 쓰였을테지.

  그냥 좋은 일이니까 아무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의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걷을 때는 명렬표에 표시해서 걷는단다. 누가 냈는지.... 학급 담임인 난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침묵함으로써 나도 이런 일에 기꺼히 동참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점심 먹은 게 안 내려간 모양이다. 언제쯤 이런 얘기를 읽고도, 남의 얘기로 느껴질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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