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686쪽의 이 긴 책을 읽어낸 나 자신을 일단은 칭찬하고 싶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어도 줄지 않을 것만 같은 책의 두께와 정직한 글씨 크기에 질려, 중간에 포기할 뻔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다 읽었다.

  이 책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을까? 왜 동양인이 아닌 백인들이 이 지구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걸까?’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봄직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결론은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첫째,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현재 작물화된 다양한 식물들의 야생형을 조사해 보면 구대륙(유라시아)에 현저히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작물화 되었음을 알수 있다. 그것은 구대륙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말 그럴만한 식물들의 종류에 차이가 있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신대륙(아메리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는 인간의 노동 생산력에 도움을 줄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야생동물들이 없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동물들 중 길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길들여져 있는데, 그것은 거의 대부분 구대륙에서 살던 동물들이었다.

  둘째, 발전된 여러 가지 문물들의 확산과 이동 속도의 대륙 내 차이-세계지도를 떠올려 보라. 유라시아 대륙이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데 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위아래로 길다. 작물화된 식물들의 전파에 있어 옆으로 길쭉한 대륙이 확산에 유리했다. 위도가 같으면, 기후가 비슷하니까. 비가 많은 겨울에 적응한 식물이 비가 많은 여름이 있는 지역에서 재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셋째, 각 대륙 사이의 확산 속도의 차이-지형적으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더 고립되어 있었다. 유라시아로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것이 가장 쉬었고, 다른 대륙이나, 섬 지역은 확산에 어려움이 컸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열도로 인해 유라시아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넷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음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요인들, 즉 각 대륙의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문화가 발생하고 발전하는데 대륙간의 차이가 생겨났다고 글쓴이는 설명하고 있다. 이런 환경적 차이로 인해, 인구의 밀집, 생산성 확대, 철의 생산,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질병에 대한 면역력에 차이가 생겼고, 다양한 문물의 발명이 결국 대륙간의 힘의 차이, 국가간의 차이, 인종간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유라시아 대륙인데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유럽에게 추월당한 이유, 중국이 기술의 전도자 위치에서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결론은 유럽인들이 동양인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

  설명의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글쓴이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언어학적 지식들을 엮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엮어내듯 정교하게 설명해 내려가는 글쓴이의 솜씨가 놀라웠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 있는지?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난 코끼리를 더듬어 보던 생쥐들의 우화를 떠올렸다.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 생쥐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있는 사람들, 서구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이 있는 비서구인들이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한 번 읽어봄직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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