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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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장이 궁금했다. 제리가 어떻게 이 비열한 싸움을 끝장낼까?  어떤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99%의 청소년 소설은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차갑고 냉혹하게 끝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인 진실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딴 얘기 하나 할까? 우리 학교에서는 두 주 전에 학급 반장들을 불러내려, ‘제 14회 사랑의 동전 모으기 100원의 기적’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하트 모양의 저금통을 나누어 주었다. 이 저금통이 어디에서 왔고, 그 수익금을 어떻게 쓰여지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담임인 나도 모르니까 애들도 모른다. 애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날 방송으로 회장을 불러 학급원 수만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두 주 후에 걷는다고 했다.

  물론 이 저금통이 어디 좋은데 쓰일 거라는 걸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초콜릿 판매 대금도 아마 어디가 유익한 곳에, 학교를 위해, 아니면 더 좋은 일에 쓰였을테지.

  그냥 좋은 일이니까 아무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의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걷을 때는 명렬표에 표시해서 걷는단다. 누가 냈는지.... 학급 담임인 난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침묵함으로써 나도 이런 일에 기꺼히 동참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점심 먹은 게 안 내려간 모양이다. 언제쯤 이런 얘기를 읽고도, 남의 얘기로 느껴질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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