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주 옛 서울 사대문 안을 배회한다. 종묘와 창경궁을 거쳐 명륜동과 혜화동을 거닐기도 하고 북촌 일대인 안국동, 가회동, 화동 일대를 거닐면서 인왕산을 바라보며 겸재는 어디 즈음에서 인왕제색도를 그렸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경복궁 근처  통의동, 육조거리도 교보문고 가는 김에 가끔 들러본다. 때로는 서울 역사박물관 특별 전시회를 보러 가면서 경희궁과 정동의 덕수궁 돌담 길을 걷는다.

허나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즐겨가는 곳은 볼 일도 있고 해서 자주 들르는 사직단이다. 주례에 동종묘서사직이라고 했다던가 하여 정궁인 경복궁 서쪽에 지어진 사직단.  조선조 때에는 이 곳 사직단에 노송들이 울창하여 인왕팔경 중의 하나였다지만  지금은 그 흔한 우리 소나무 한 그루 없다. 몇 해 전에 우연히 사직단을 찍은 구한말 사진 몇 장을 보았는데 우거진 송림은 가히 한 폭의 그림같았다. 이제라도 소나무를 좀 심으면 어떨런지.

요사이 사직단에서 길건너 남쪽으로  내자동에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이제 인왕산에서 목멱산을 보기가 힘들 거 같다. 꼭 사대문 안에 이런 고층건물들을 계속 지어야 하는건지. 저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할 때 유물이 꽤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는 분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비 온 뒤 인왕산에 올라 필운대에서 북악산, 낙산, 목멱산을 쳐다보며 그 아래 옛 서울 사대문 안을 쳐다보며 또 다시 지난날의 서울 한성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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