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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 등대여행 세트 - 전2권
주강현 글.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천성이 게으른 탓인지 여느 때처럼 고이 모셔놓았다가 이제서야 꺼내서 한꺼번에 읽었다. 군생활을 바닷가에서 했고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태어나 이날이때까지 나고 자랐거늘 바다에 대해서는 전무하다시피 아는 바가 거의 없음을 늘 부끄럽게 여겨왔다. 그러던 차 우연히 목포문화방송에서 만든 바다 관련 다큐를 유튜브로 보게 되었고 이 참에 바다장님에서 벗어나고자 공부하는 중이다.
민속학자 주강현 선생의 글은 갓 잡은 생선처럼 신선하고 도시 사람들이 맛보지 못한 토속적인 감칠 맛이 있어 좋다. 더군다나 현장을 직접 가 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사실감이 물씬 풍긴다. 보통사람들이 가기 힘든 절해고도의 등대까지 전국에 산재한 등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아 두 권 중에서 얇은 <등대여행>은 내 눈앞에 꽂아두기로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등대> 같은 책에선 지도를 사용해서 그 위치와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내 머릿속에서 정리한 내용을 간단히 적자면 우리나라의 등대는 일제가 러일전쟁 등의 군사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해서 왜정시대에는 등대원(항로표지원)이 모두 조선총독부의 직원인 간수로 일본인만 두었으며 해방 후에 잠시동안 해안경비대 곧 해군 소속으로 관리하였고 뒤에 교통부 해운국으로 이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살림이 풍족해진 21세기즈음에 구등탑을 아예 철거하고 신등탑을 세운 곳이 있는가 하면 신구가 나란히 병존하여 온고지신의 멋을 여행객들에게 선사하는 곳도 있다. 특히 우리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등대에 접목시켜 세운 감포의 송대말 등대는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앞으로 더 이상 등대를 신축할 일이 많지 않겠으나 그 지역은 특산물 설계보다 전통양식 고려를 선행하였으면 좋겠다. 이번에 수은조라든지 등명기, 무적, 무종 등 등대에 관한 용어나 운용 방법을 손쉽게 알게 되어 좋았고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고 등대에 가서 실제로 보고 싶다.
바닷가 단애 위에 우뚝 서있는 외로운 등대, 마치 수행자처럼 살고 있는 등대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 아닌가 싶다. 이제 <관해기>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