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 복식
박선희 지음 / 지식산업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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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쪽의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문외한이 두터운 전문서적을 독파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디뎌서 앎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낱말을 알아간다는 것이 왜 이리 즐거운지 모르겠다. 그 맛에 이런 책을 읽는 것이리라.

 

아뭏든 지은이는 내가 군 복무 시절에 즐겁게 읽었던 윤내현교수의 <고조선연구>와 <한국열국사연구>라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주장을 전개해 나간다. 따라서 이 책을 이해할려면 고조선의 직할국인 진국과 나머지 거수국들의 강역과 시대구분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근자에 복식과 관련해서 나는 주로 출토유물 중심의 책만을 사모았는데  과문한 탓인지 아직 이 정도의 열정과 탐구를 한 복식 분야의 책을 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중국과 북한의 연구 성과가 많이 인용된 것이다. 지은이가 단국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만에서 석사를 취득한 영향일 터인데 여기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좀 더 많은 천연색 유물 도판이 잘 편집되어 설명을 도왔으면 우리 같은 비전공자가 읽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말미의 참고문헌에 나온대로 많은 문헌과 고고학자료, 단행본, 논문 등을 참고하여 굉장히 열심히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다소 중언부언한다는 감이 있지만서도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복식 연구를 통해 안악3호분이 확실히 고구려의 왕릉이라는 지은이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이 책에서도 역시나 오자가 많이 보인다. 흉노의 수장이 선우인데 단우라고 쓴 곳이 두 군데인가 나오고 월지국, 섬서성 등 역사 연구의 기초적인 지명과 인명 등에서 사소한 오류가 제법 나와 책의 진가가 퇴색되어 아쉽다.

 

이 책에선 줄곧 중국과 일본의 학설을 과감히 깬다. 일관되게 그러다 보니 지나친 국수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중국 대륙의 출토유물 중 몇 할을 확인했을까 하는 몹쓸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되 그의 주장은 나같은 문외한이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더군다나 드넓은 중국 대륙의 수많은 유물에서 저 정도라도 검토했다는 사실에 의심을 접고 계속 읽었다.  

최근에 섬유학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전반부 내용과 미처 비교해 보지 못해서 할 말이 없고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특히 기원전 25세기부터 청동기를 연 우리 한겨레가 고조선을 건국하고 기원전 12세기에 철기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룩한 문명은 항공대 교수 우실하씨가 주장하듯 세계 5대문명이라고 자부할 만한 요하문명을 꽃피우면서 제철제강의 기술력으로 주변의 중국과 북방 유목민보다 앞서나간다는 대목에서 고고학 유물을 주된 근거로 조목조목 밝혀 나가는 부분이 내게는 아주 흥미롭고 참신하였다.

공자께서 오랑캐들은 좌임에 피발을 한다고 <논어>에서 말하였지만 지은이는 벽화, 회화, 도용 등을 이용해서 틀렸음을 밝혔다. 단지 지은이가 중국 의복의 좌임으로 예를 든 중국 지방들이 춘추전국시대에는 오랑캐 취급을 받던 초나라, 진나라 등이여서 조금 더 확인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머리의 관에서부터 발의 신까지의 의복에 쓰인 각 한자어의 개념과 갑옷과 마갑,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북방 유목민을 비교 분석한 내용을 나름대로 종이에 적어보니 백상지 3장 가량 되었다. 

 

고조선의 특징적 유물인 청동장식 단추, 긴고리모양 대구, 복숭아모양 대구?? 등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으며 우리 겨레옷의 옷고름과 여인네들이 치마안에 속바지를 입는 것이  유구한 우리만의 전통임을 또한 알았다.

고구려 철갑기병의 목을 보호하는 경갑과 말을 둘러싸는 마갑, 보병의 정강이 보호갑인 경갑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어 기뻤다 .

 

끝으로, 후속 연구 결과물에는 일반인을 위해서 그림을 이용한 난해한 용어 설명을 많이 해 주기-특히 관과 소매는 이해하기 어려웠음-를 바라며 조만간 이 책 뒤에 출간된 3권을 읽어보아야겠다. 이런 연구를 통해 외국어 일색인 의상용어도 순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예를 들어 라운드티의 라운드형을 원령이라고 하면 어떨지 싶다...... 고단하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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