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길 탐사 일기 1부 - 죽령대로 31역을 걷다
양효성 지음 / 박이정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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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선생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중국으로 가는 의주로 등 아홉 개의 큰길이 있었다고 한다. 흔히 관동대로라고 하는 강원도 가는 길은 지금의 경북 평해까지 이르기 때문에 평해로라고도 불린다.  경상도로 가는 길은 영남대로라고 하는데 여러 갈래 길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이 책에 소개된 죽령을 통과해서 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관동대로와 같이 현재의 구리시와 남양주군을 거쳐 양평을 지나 여주까지 가서 비로소 관동대로와 갈라져 남한강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향한다. 나는 이번에 단양과 소백산을 둘러볼 기회가 있어서 이 책을 보다가 문득 신선생의 <관동대로>가 생각나 같이 보았다. 

<사유급취장>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은이가 지긋하신 연세에도 먼 길을 마다않고 불쑥 떠나셨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신정일선생의 급박한 여정에 비하면 너무나도 여유롭게 지나치리만큼 자유롭게 날짜에 구애없이 길을 걷는다.  

책 내용 가운데서 두물머리에서 양평군으로 넘어가기 위해 배를 이용치 않고 2킬로미터가 넘는 다리를 건넜다는 생각만으로 대단하시다고 여겼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얼마전에 서울 한강의 영동대교를 건너다가 다리의 출렁거림에  놀라움을 크게 느꼈던 나로서 그 좁은 갓길로 너울거리는 짙푸른 강물을 내려다보며 흔들리는 다리를 걷는 장면을 상상하노라니 나 또한 몸에 힘이 들어갔다. 한 마디로 고생하셨다.  

지금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동쪽으로 가다 원주 근처 만종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남쪽으로 영주쪽으로 가면 서울에서 불과 두어시간만에 단양과 영주 풍기의 경계인 죽령에 이르게 된다. 한 때 고개위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정체되던 화물차들의 행렬이 기억에 남은 죽령고갯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고 새로 뚫린 죽령터널 그 굴길로 차들이 쌩쌩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달리고 있었다. 죽령 오르는 길에 본 죽령터널의 환기탑 -지난날 목욕탕 굴뚝보다 엄청나게 큰-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을 위한 길은 어느덧 거의 사라지고 차들만을 위한 길이 오늘 이 시각도 뚫리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안타깝고 아쉽다. 야생동물들도 자신들의 길을 얻기 위해 무모하게 도로로 뛰어들어 죽어간다.  

차마고도와 같은 옛길이 우리에게도 있었음을 기억하며 언제고 시간이 나면 마냥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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