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는 구하기 힘든 책이나 책 구경을 하러 갈 때는 교보나 2002년에 없어진 종로서적을 이용했었다. 시간이 없을 때는 물론 집 근처의 중소형 문고를 이용했었지만 교보나 종로서적 가서 몇 시간이나 서서 책을 봐도 체력이 딸리지 않아 그럭저럭 괜찮았다. 

인터넷이 생기고 책을 많이 사는 요즈음에는 이곳 알라딘을 애용한다. 물론 책을 사기 전에 책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이다. 다음으로 중고품이 없나 확인해 보고 알라딘에도 책이 없으면 교보나 다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된다.  

책이 많고 잘 진열되어 있는 교보문고는 어제 가보니 경쟁이 치열한 자리까지 마련돼 있어서 그나마 편히 예전처럼 바닥에 죽치고 앉아 간혹 지나가는 종업원들의 핀잔을 듣지 않고 조금이나마 마음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보는 오래된 책이나 비싼 책들은 진열해 놓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공공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들은 오래된 책들을 편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책 구입의 폭이 넓지 않아서 없는 책이 많다. 더군다나 공간이 좁은 공공도서관의 경우 진열서가가 많지 않아 서고에 책을 올려놓은 곳이 많다. 왜 서고까지 진열서가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짐작하면서 직원들을 번거롭게 서고까지 올려보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책 찾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래저래 간신히 찾은 책들을 보면 반갑다. 그나마도 없어서 아직까지 구경도 못한 책들도 제법 있으니 말이다. 책 내용을 최대한 재빠르게 훑고 우선 마음에 들면 책값이 적당한가 확인할려고 간기를 찾아본다. 간기가 간혹 뒤쪽에 없으면 다시 앞으로 넘겨서 찾는데 앞에도 없으면 뒷표지에 있을까 하고 찾는데 이도 없으면 황당하다. 순간 입이 삐죽 나오면서 '제발 간기를 예전처럼 뒤쪽으로 통일시키든지 아니면 앞쪽에 두든지, 이것도 통일이 안되다니 쩝'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책값이 분명히 뒤표지에 적혀있다고 하는데 공공도서관은 대부분 겉표지를 벗겨버리기 때문에 결국 책값은 인터넷에서 확인하게 된다.  

알라딘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강호 고수들의 날카로운 서평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사기 앞서 내가 직접 확인하지만 아무래도 큰 도움이 된다. 그이들의 서재를 들락날락 하며  재미난 글을 정신없이 보다보면 어느새 눈이 뻑뻑해지지만 잘 시간이 훌쩍 지나있으리만큼 삼매에 빠져든다.  

책을 사는 양에 비해 읽는 속도는 더뎌 심지어 읽고 나서도 내가 이런 책을 가지고 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구매할려고 하는 멍청한 짓을 하는 지경이지만 그래도 어찌하랴 책만 보면 좋은 걸. 어려서는 책을 제법 읽었는데 다소 긴 군대생활로 인해 제대하고 나서는 흐름이 끊겨 한동안 책만 들면 바로 잠이 들곤 했다. 올해부터 다시금 책 읽는 속도에 힘이 붙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요사이 하루도 빠짐없이 알라딘에 출근하며 오늘도 여기저기 좋은 책 없나 살펴보며 돌아다니는 것이 내 즐거움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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