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개물
송응성 지음, 최병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조금 지나친 감이 있지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예전부터 <천공개물>에 관심이 있었으나 당시 최주씨의 책값이 비싸서 미루다가 품절되는 탓에 사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새로이 <천공개물>이 나온 것을 보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값이 싸서 냉큼 샀다.  

받아보니 우선 최주씨의 책보다는 편집이 산뜻하고 보기 편했다. 삽도도 커서 좋고 주석도 각주로 되어 있어 보기 편했다. 원래 나는 한문고전 번역서를 보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원문이 있느냐는 점인데 아쉽지만 이 책에는 원문이 없었다.  

우선 요사이 관심이 있는 종에 관한 내용이 기록된 여덟번째 야주 편을 최주씨의 번역과  최주씨의 책에 실린 원문과 비교해 가면서 읽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새로 나온 책의 번역은 심하게 얘기해서 최주씨의 번역을 그냥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야주편만 논한다면 쉽게 느낄 수 있다. 본문이 최주씨의 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원문에 없는 접속사와 설명어가 첨가되었다는 것 뿐이다. 심지어 주까지 똑같다. 

물론, 원문이 같으니 해석이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해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야주편 첫 문장이 '凡鐘爲金樂之首'인데 이를 지은이는 최주씨와 똑같이 '종은 금속악기 가운데 으뜸을 차지한다.'라고 번역했다. 보통 원문에 충실하자면 '무릇 종은 금속악기의 으뜸이 된다.'라고 할 터인데, 어떻게 이다지도 똑같을 수 있는지 잠시 혹시 지은이가 최주씨의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 또한 몇 장 읽지 않았는데 오류가 눈에 띄었다.......... 

아뭏든, 이 어려운 책을 처음 번역한 최주씨의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문전공자도 아닌데 얼마나 많은 공력을 기울였을까?  

요즘 책들은 참으로 잘 만들어진 책들이 많다. 그림이 많아서 이해하기도 좋고 정보와 지식의 공유로 풍부한 주석이 붙어 있어 더욱 좋다. 이제는 1990년대의 최주씨의 노고에 버금가는 21세기의 새로운 <천공개물>번역본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며 기다려본다. -다음에는 꼭 확인하고 사야지.- 

끝으로, 한가지 덧붙인다면 당시의 최고기술을 혼자서 정리하고 기술하는 데 한계가 분명히 있었을 터이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과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한 예로 화살을 논하는 대목에서 당시 명나라에서는 수리깃의 화살을 최고로 친다는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상고할 수는 없지만 꿩깃을 오늘날도 최고로 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비교해 가면서 알아가는 맛이 나를 즐겁게 한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최병규 옮김 『천공개물』(2009)
    from 노는 사람 Play In 2015-08-20 21:27 
    원문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고, 원주와 역주 구분이 안 되어 있는 곳도 있으며, 설명을 위해 문장의 순서가 바뀌거나 첨가된 것도 있다. 중국어 번역본을 중역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또, 지금 책이 없어 확인을 못하지만 최주 번역판의 문장이나 주를 그대로 옮긴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서지 사항을 모르고 있는 점도 문제다. 머리말에 ‘이상하게도 그것이 출판되고도 근 300년 동안이나 거의 중국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