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5월이었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서 돈을 받은 즉시 신사역 근처의 월드북문고인가에 가서 홍성원씨의 <남과북>을 비롯한 책 여남은 권을 사고서 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집으로 향했다. 책을 보신 어머니께서 약간 섭섭한 빛을 내비치시자 그때서야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그래도 책을 내돈 주고 샀다는 것이 그리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의 <한한대사전>을 샀다. 없는 살림에 무리한 거지만 그래도 기분이 참으로 좋다. 빨간 표지를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저 사전 덕에 얼마나 더 열심히 공부할런지는 알 수 없으나, 열심히 책 만드신 분들에게 나 또한 일조를 한 거 같고 그 기운이 책에 듬뿍 담겨 있는 듯 하여 더욱 좋다.  나중에 책 좋아하는 이들을 내 방으로 불러모아 조촐한 사전 입방환영연을 벌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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