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대기만성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원래 '세계의 문학'에 세 번에 걸쳐 올렸던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 우선 도올선생님의 그 유명한 장광설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제일 눈에 띄는 바일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지은이의 사설을 그리 싫어하지도 않고 도리어 그 분의 그런이야기가 -반복되지 않는한- 지은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 보여 적이 안스럽다.

지난 1987년에 발행되어 2000년에 중판 발행한 본으로 두어번 읽었는데 읽을수록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여 주어 나도 모르게 수긍이 되며 공감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글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건 우리에게 흔히 양명학파로 알려진 육왕학파의 상산 육구연에 관한 대목이다. 그의 '우주가 곧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곧 우주라고' 하는 발언은 언뜻 나로 하여금 석가모니 붓다를 연상하게 했는데, 그를 통하여 유학의 계보를, 유학의 해석학을 짧은 글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매우 좋았다. 또한 라오쯔, 주앙쯔, 왕삐의 말을 인용하여 이해의 지평이 언어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점은 격의불교인 선종의 불립문자와 대동소이하게 느껴졌는데 이 선 사상이 왕 삐의 '망언의 혁명'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않으며 이 천재소년의 서자가 바로 선이요, 적자가 육왕심학이라는 지은이의 말에 찬성하는 바이다.

둘째, 글은 기독교를 독서법과 판본학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해부하는데 유대인들의 타나크에서 마소라텍스트, 레닌그라드 코우덱스에 기초한 비브리카 헤브라이카, 1947년에 발견된 사해두루마리, 현 성경의 70인역, 라틴어번역, 예수가 살았던 당시의 유대교 종파, 쿰란종파와 영지주의자들, 체노보스키온 문서....등등 독실한 기독교인들도 알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듣기 힘든-10년넘게 교회다닌 내 경험에 비추어- 참신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여 마구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읽는 이를 몰아간다.

'신사참배에 굴욕을 느꼈던 사람들이 왜 야훼참배에는 그렇게 일고의 반성도 없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라는 글을 보며 요즘도 간혹 지하철안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아주머니들에게 진실로 나도 묻고 싶다. 당신이 진정한 우리 조선사람이냐고? 후후

세째, 글에서는 르네상스 휴머니즘인 문예부흥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인문교육에 관해 중용의 몇 구절을 예로 들어 하늘에서 근본한 자연운행의 이상적 질서에 도달할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길이 곧 교육을 통하여 나라는 실존에서 완벽하게 갖추어진다는 주장은 내 머리를 강타하면서 심금을 울렸다.

이 글들이 씌여진지 어언 20년,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초기기독교사와 중국 경학과 도가, 그리고 마왕퇴 등 발굴유물의 도움으로 다시 새롭게 해석되리라 생각되는 경전들에 대해 나같이 전문적 지식을 접하기 힘든 독자들을 위해 새 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이 시대의 몇 안되는, 치밀한 학문 태도와 치열한 삶의 자세로 깊고 넓게 아시는 도올선생님이 너무나 부럽고 나태하게 사는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부끄러움과 함께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도대체 절차탁마 대기만성이 무엇인가?............. 몇일 전 신문에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지식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출전을 찾고 원문을 해석하면서 스스로 공부하여 상식의 오류를 바로 고쳐 나가자는 것이 이 책을 쓴 지은이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였을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보며 두서없는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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