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개벽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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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에듀테이너(교육과 연예인의 복합어)로 알려진 도올 선생의 세번째 시나리오로 -본인이 알고 있는 한- 지난 1991년 임권택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이덕화씨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개벽'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 앞부분에는 '천명'이라는 연극(?) 대본이 나오고 뒤이어 세편의 영화 시나리오가 나온다. 지은이가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느꼈던 고뇌와 힘듦이 담담히 다가오는 이 책은 시나리오 자체보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민중의식의 발로인 동학과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과 비교되는 중요한 사건이였던 갑오동학혁명에 대해 영화라는 형식을 빌려 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동학에 대해 알고 있는건 단편적이고, 비록 한세기전의 일이지만 아주 멀리 느껴진 우리와 별개의 사건처럼 인식되는 수준이 보통일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이름정도만 알고 있던 수운 최제우, 해월 최시형, 의암 손병희 그리고 소파 방정환까지. 이 모든 것을 통시적, 공시적 방법으로 접근하여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시대의 역사적 현실을 알려주며 넓고 깊게 보는 역사적인 안목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조선시대 말기 삼정이 문란해지고 외세 제국주의의 마수가 눈앞에 다가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이 땅 조선에 동학이라는 우리네 배움이, 정신이 생기고 천도라는 하늘길을, 도리를 알려주는 신흥종교가 생긴다.

이 영화는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의 죽사리(=일생)를 대상으로 넓게 동학의 사상을 담으며 수운 최제우가 대구감영에서 참수되던 그 해 1864년 3월(고종원년)부터 높이 날고 멀리 뛰기 시작한 해월선생님의 인생여정을 통해 조선말기의 시대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조선후기부터 억압받고 차별받던 여인네들과 아이들에 대한 설법은 참 인상적인데 해월선생법설집에 실린 부인에게 남편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에 대한 글은 오늘날의 남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척왜척양를 외치며 동학봉기가 일어나기 전, 보은집회에서 최보따리 곧 해월선생님께서 영화속에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 '우리의 삶에 변화가 와야되며, 우리의 생각이 새로와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라고 한 말은 지은이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고, 요사이 반외세를 외치며 좌충우돌하며 급진적으로 나가는 이들에게 구한말 지난 역사를 보여주며 이 말을 나 역시 해주고 싶다...........

지금은 비록 그 명맥이 쇠잔하여 -저가 느끼기에- 천도교를 흔히 볼수 없지만 인사동에서 동쪽으로 운현궁으로 길 건너기 전에 천도교 본부 수운회관과 그 교회가 있는데 1920년대에 조선총독부, 명동성당과 함께 경성시내 3대 건축물이였다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돌아보고 그 담에 설치되어 있는 소파 선생님의 어린이 기념물도 볼 수 있다. '사람이 곧 하늘(=인내천)'이라는 교리 속에서서 물타아 정신으로 삼일절 33인중의 한분이시며 천도교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의 사위인 소파 방정환선생님이 어린이란 말과 어린이날을 만들었다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1921년 5월 1일 소파선생님께서 천도교 소년회에서 소년운동을 시작한지 두 돌이 되던 해, 1923년 5월 1일에 서울에서 첫 기념식을 가지면서 어린이날이 시작되었고 일제에 의해 탄압받으면서 중단되기도 하다가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제정선포되면서 오늘날처럼 5월 5일에 어린이날을 치르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면 더욱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인내천 사상과 불가의 여래장사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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