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
홍기원 지음 / 살림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다시금 마지막으로 정독했다. 내가 한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다닌 것이 2002년 월드컵 즈음이었으니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간다. 주로 인왕산 자락인 웃대에 거처하면서 성안을 제법 돌아다녔다.

이 책은 우리 한양성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안내서다. 지금은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정보와 자료에 접근하기도 예전보다는 훨씬 쉬워서 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후속편을 기다려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을 몇 자 적자면 인왕산의 봉우리도 엄연히 이름이 있는데 동남봉 이런 식으로 처리해 버렸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문집 등등을 살펴보면 낙월봉, 벽련봉 등의 이름이 나온다. 덧붙여 경희궁 뒷산인 예전 기상대가 있던 봉우리도 월암봉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흔히 역사를 공부하면서 주의할 점을 오늘날의 잣대로 그 시대를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 시대엔 그 시대정신이 있었고 그 정도 수준에 맞는 기술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양성을 돌면서 군사정권이 해놓은 짓이 눈에 거슬리지만 당시엔 콘크리트가 최선이었고 사람들 수준이 거의 그 정도였을 뿐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은이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불편하리만큼 군사정권을 언급해 놓았다. 120쪽의 발칸포진지에 대한 서술은 지은이의 군사 지식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진지가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다니. 지금이사 대공포의 실효성에 대해 당연히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지만 1980년대까지는 전술상 적 전투기에 대해 지상에서 대공사격을 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개인소총으로 대공화망을 구성하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다고 할 훈련도 하지 않았던가. 1983년도에 이웅평씨가 미그19기를 몰고 왔을 때에 수도방위를 하던 한양성 주변의 발칸포진지에서 일제히 당연히 사격을 했었다......

아뭏든 좀 더 전문적이며 도표가 많은 후속작을 기다려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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