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궁극 목표는 ~ 첫째는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요, 둘째는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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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른 세상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제도권 교육의 폐해를 벗어나 여러 곳에서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세워지고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부 인가도 없이 무료로, 달랑 현재 학생 여섯인 학교라니, 그것도 '공동체학교'라니..뭐가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랴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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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터와 일터와 배움터가 하나인 "변산공동체학교" 약 10년동안의 공과를 점검하는 자리이자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뭐,그렇다고 하여 학술적이거나 지루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책은 윤구병 선생이 쓴 글들과 김미선 작가?가 쓴 글들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반부는 "변산공동체학교"에 대한 설명과 이론적, 물적 토대와 지향점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윤구병 선생의 체험이 묻어나는 글들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공동체학교의 학생들,선생들,주민들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각자의 목소리를 담아 전하고 있다. 참, 이 곳에서는 선생과 주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나누자면 학생과 주민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학생도 때론 선생이 되기도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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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손과 머리를 놀려 땀 흘여 함께 일하고 고루 나누고 자유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이루면서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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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만드는 문화' 속에서는 몇 해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낡아 버립니다. 기술이나 제품만 낡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생각도 낡아 버립니다. 그러나 마을 공동체의 '기르는 문화' 속에서는 낡은 것이란 없습니다.~ 낡은 것이 없으니까 버릴 것도 없습니다.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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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아이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이로 기르기에 앞서 자연의 아이로 기르는 일이 중요합니다.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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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하나 더 알고 모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얻을 힘과 열의를 북돋아 주는 것입니다.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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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선생의 교육관은 명확하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는 것, 그 중요한 것은 교육이고 알짜배기는 '기르는 것', '제대로 기르자는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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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농사도 농사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농사가 무슨 농사냐고 물으면 저는 서슴없이 사람 농사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가르치고 기른다(교육)."는 말에 바로 아이들 기르는 일이 곡식이나 과일이나 남새 기르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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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교육의 장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녹아 있는 기초 생산 공동체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심이 강한 아이들로 자라는 것이 더 좋다고 여깁니다.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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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녹아 있다니 대단한 일이 아닌가? 셋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니…두가지를 지키자면 한가지는 마땅히 포기해야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세가지가 같이 어우러짐이 가능하다. 어떻게? '기초생산공동체'이니까. 결국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을 같이 하면서 배우고 놀고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만만치 않은 일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아직도 이 공동체 학교의 학생이 적은 까닭이리라. '무료'라고는 하지만 배우고 낮에는 농사일을 거들고 하니 '완전'공짜는 아닌 것이다. 그래도 실제 이 곳의 사람들은 잘 살아내고 있다. 행복한지 아닌지는 각자의 마음이겠지만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도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206)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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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힘으로 앞가림하고,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 - 변산공동체학교의 교육목표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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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제 앞가림을 근근히 하고 있는데 '공동체학교'생활 몇 년 한다고 그것이 그리 쉽게 되랴만 세상을 바라보고 부딫쳐가는 자세만은 스스로들 갖추었으리라. 아이들과 부대끼며 함께 하는 동안 그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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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무척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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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여 우리는 이 공동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도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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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것은 어느 것도 그 누구의 것이 아니다. / 나도 내 것이 아니다. / 돕는 생색내지 않고, 사랑하고, 애착을 갖지 않는다. / 남을 내 뜻에 맞추려 들지 말고 남의 뜻에 나를 맞추려고 애쓰는 동안 참사랑의 움이 튼다, / 그런데 아아, 나는 사랑을 모른다. ('모둠일기'에서,윤구병)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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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일기'에서 윤구병 선생이 쓴 글처럼 '살아 숨쉬는 것은 어느 것도 누구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함께 일하고 함께 놀며 함께 배우는 삶터가 바로 "변산공동체학교"인 것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여러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모두가 칭찬일색이거나 좋다고만 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점들이 조금 더 많고 자신들을 따뜻한 맘으로 바라보고 함께 이끌어주는 선생님들은 너무 맘에 들어한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똑같다. 곁에서 함께 놀아주고 다독거려주는 사람, 그가 부모든 선생님이든 친구든..그런 사람이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또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이런 곳이 좋아서 오겠다는 사람들에게 윤구병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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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고 오지 마라, 그래요. 땅을 보고 오라고 합니다.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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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의지하지도 말고 뿌린대로 노력한대로 돌려주는 '땅'만 보고 오라는 이야기인데 큰 기대도 큰 실망도 없이 삶을 살러 가는 이에게 딱 맞는 자세가 아닌가 한다. 뒷부분에 '놀고 먹고'가 주제인 여름 계절학교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계절학교는 타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제대로 노는 것이 무엇인지 머리속으로가 아니라 온몸으로 자연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4박5일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믈론 부모들도 기본이다. 문득 올 여름 우리가족도 준비를 하여볼까..생각만 한다 버리지 못하고 떠나지못하는 이런 생활들에서 얼마나 더 움직여야 우리는 맘대로 '떠나고 가고 오고'할 수 있을까? '어딘가로 며칠?'이라면 벌써 우리는 비용계산에, 해야될 일에,밀어 닥칠 후폭풍들을 지레 고민만하다 마음을 놓아둔다. '놀고 먹고'의 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삶이란 우리에게 또 무엇인지,얼마만한 의미가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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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성장과 공동체 성장이 같이 가야 하고, 어른도 아이도 배울 수 있는 바탕이 다져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리 공동체 마을은 열린 듯 닫혀 있고 닫힌 듯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마주이야기'에서)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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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도 자라고 학교도 자라고 생각도 자라는, 아이도 어른도 함께 자라는, 그런 참세상이 변산반도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라만 보고 있다. 언제쯤 이런 세상이 더 가까이 있어 게으른 나도 함께 그 속으로 뛰어들까? 쏟아지는 질문에 책을 놓기가 아쉬워지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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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1. 밤, 그래도 잘 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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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