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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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삼성이 국민들에게 용서를 받는 방법은 고백뿐이다. ~ 그들이 용서를 받는 유일한 길은 고백이라는 자기정화의 길을 걷는 것이다. ~ 다 알지 않나. 그러니 용서를 구하면 된다. ~ '오랜 관행이어서 익숙하게 저지른 잘못이다. 관행이라서 부끄러운지도 몰랐다. 그러나 용서를 청한다.' 이렇게 개과천선해서 용서받고 사태가 해결되면 삼성이 건강해지고 국가신인도가 높아지며 정부 기능의 신뢰도 되찾는 것이다. 이게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win-win)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 (95,96)
 
  조금 길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명확한 말로 정리를 해준 것 같아 옮겨본 말씀이다. 삼성공화국이라 일컫어지는 현실에서 그 어마어마한 실체에 맞서 다윗이 되어, 전사가 되어, 경제민주화라는 기본원칙을 지키고자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일곱사람들-정확히 표현하면 여섯 사람과 사제단-의 이야기가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사건일지부터 시대적인 전후상황, 당사자가 처한 위치와 고충, 그리고 직격 인터뷰까지…모두가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고 익히 알고 있거나 알아두어야만 할 내용들이다. '김용철 변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김인국 신부)','김상조 교수','노희찬 민주노동당 의원'.'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상호 MBC 기자','김성환 위원장', 마지막의 '김성환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만한 사람이다. 김성환 위원장도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싸우고 있는 분으로 일곱 모두 삼성과 관련한 싸움에서 스스로 다윗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여기까지다.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딱, 여기까지다. 삼성 비자금과 관련하여 원래부터 있던 물려받은 돈이라는 특검의 발표는 우리를 다시 한 번 우롱하고 끝내 삼성의 시녀가 되기를 작정한 듯하다. 이 일곱 분들과 그 뒤에 있는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다시 한 번 짓밟아 버린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죽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삼성이라는 훌륭한 기업을 제대로 돌아가도록 그만큼 축적한 부를 그대로 가져가도 좋으니 발을 빼라는데 사람마음은 자본가의 마음은 평범한 우리로서는 따라갈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나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뭐라고 봅니까?"(123) / "핵심은 이재용이죠" (12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기자와의 인터뷰 초입에 던지고 답한 이 말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 관련 모든 사태의 핵심을 딱 잘라 제대로 정리하고 있다. "권력세습"처럼 "부의 세습"을 위하여 순환출자,편법증여, 등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물려주기가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들은 대부분 심정적으로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뇌물'-'떡값'이 아니다!- 드신 높으신 관료분들만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책을 읽으며 분노는 점점 깊어지는데 앞서 만난 경제민주화 관련 서적들 - [한국경제 새판짜기],[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의 총화를 삼성을 통하여 만날 수 있으니…. 관료집단의 무능과 부패,기업의 부패와 뇌물, 검찰과 사법집단의 부그러운 모습 등 모든 것이 삼성 하나로 집결된다. 왜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오히려 소송을 당해가며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원칙을 고수한 싸움에 나서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손도 대기 어려운 삼성에 특검도 하고 이건희 회장께서 직접 검찰 출두도 하고. 이 상황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아직은 아니리라. 엊그제 발표된 특검의 결과물들은 아직도 이들이 우리를, 국민을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허기사 가장중요한 원칙중 하나인 "금산분리"를 철폐하는 쪽에 대선과 총선에서 아낌없이 표를 몰아준 사람도 안타깝지만 바로 우리들이니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는 아직 너무 깊다. 하지만 무지개처럼 피어난 일곱 사람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성역은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으며 그 너머로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으리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 바람이 꽃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들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우리들의 몫이리라.
 
 끝으로 좀 길어도 반드시 만나보아야 할 일곱분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해본다.
 
 나는 잘못에 정확히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변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못 이상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잘못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용철 변호사) (41)
 
 경제학자들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항상 '인센티브'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불법 행위에 따른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로비에 치중하는 것은 그 대가가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를 줄이거나, 불법적인 로비가 적발됐을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면 된다. (135) /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관료에게 있다. ~ 정치권력의 통제도 없지만,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도 없다. 이런 통제의 공백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한 관료 집단은 본래의 보수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138) ( 김상조 교수)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 (노희찬 의원) (147)
 
 "이 회장이 외국에 있어 출두가 어려울 때에는 만장일치로 증인 채택하고, 이 회장이 국내에 있을 때는 출국한 이후에야 증인 채택하고, 증인 채택이 부결된 후 이건희 회장이 입국하는 일이 17대 국회에서 일어났다" ( 심상정 의원) (186)
 
 혹시 남들이 쓰지 못하는 기사가 있으면 과감하게 심청이가 돼서 쓸 것이고,사랑하면 또 쓸 것이고….(283) / "고발은 사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228) (이상호 MBC 기자)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21) / 2007년 2월 국제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김성환 위원장을 '비폭력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는데 구금된 사람'을 뜻하는 '양심수'로 선정했다. 한국에서 노동자가 앰네스티 양심수로 선정된 첫 번째 사례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 제 16회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314)  (김성환 위원장)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하다. 외로운 데도 익숙하다. 아무리 소리치고 머리 깎고 굶어도 사회는 꿈쩍도 안 한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봄이 됐으니 씨 뿌리고 밭을 가는 것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 (107)
 
2008. 4. 20.  4·19 기념일 다음날, 안타깝지만 희망은 피어나고….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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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 고전시가로 만나는 조선의 풍경
김용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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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푸돗던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신흠 * (14)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생각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6) 시조, 특히 조선시대의 시조들이 지은이의 노력으로 고스란히 우리에게 살아 돌아왔다. 돌이켜보니 어설프게나마 시조에 빠져들어 우리문학을 하겠답시고 문고판 시조집을 들고다니던 날들이 벌써 20여년 훌쩍 지나버렸다. 그리고 얼마전 [현대 시조 쓰기]라는 책까지 준비하여 두고 다시 우리가락의 멋을 찾아보려던 차에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을 만난다.
 
 개인적인 일로 여차저차하여 산넘고 바다건너서 떠나는 비행기안에서 '옛님네들의 노래가락'을 듣는다.  '아서라', '이따금', '아마도', '이 몸이', '청산은' 하며 치받고 올라오는 가락에 오래전 옛사람들이 그랬듯이 나의 어깨에도 추임새가 자연스레 들어간다. '내 잡아 권하는 잔을 덜 먹으려 하는가'라고 송강선생이 잔을 권하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그 잔 받아들고 나도 한 자락 읊어보는데…….
 
 아내가 손을 잡고 물 건너 가자는데
 부는 바람 마다하고 책만 지고 나섰더니
 아이가 그 책을 두고 저만 따라 오라 하네  *들풀처럼 
 
 노래도 노래만 들으면 재미없는 법임을 지은이는 익히 알고 있다. 옛사람들의 풍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두어 수 시조 앞에 미리 깔리는 시대적인 특질과 배경들, 뒤이어 등장하는 노래자락과 상세한 설명, 그리고 또 이어지는 옛그림들… 책을 읽으면서 시조가락을 따라가며 자연과 사람에 대한 옛님들의 말씀만으로도 벅찬데 뒤이어 등장하는 적절한 그림들로 입과 귀, 그리고 눈까지 호사를 누린다. 마치 한 상 잘 차려놓은 한정식을 먹고 있는 기분이랄까. 시조들도 특별히 어렵거나 완전히 낯설지는 아니한 것이 예전에 좀 봐두었던 탓이리라.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고 새로 배우니 더욱 즐거운 순간이다.
 
 옛사람들의 전통을 이어가자고 나는 내 방(블로그)의 이름-택호(宅號)를 "紅익人間 飮酒歌舞"로 평소 부르고 있는데 그 뜻은 '하루 일을 마치고 붉게 익은 얼굴로 모여앉아 술 한잔 기분 좋게 하는 가운데 노래 한자락,어깨춤 더덩실' 이다. 이때 고된 하루일을 풀어주는 술과 함께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노래가 바로 조선시대에는 시조가락이었으리라. 우리는 오래전부터 '노래'를 사랑하는 겨레였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읊조리며 행복한 시간들이다. 비록 우리 시조가락이 이제는 곡조는 사라지고 시조만 남아 전하는 형국이 되어 있긴 하지만 그 면면은 우리 곁에 아직도 흐르고 있으리라. 요즘 유행하는 젊은이들의 노래인 힙합,랩 속에도 전통의 가락이 살아 전해진다고 생각하는데 나만의 욕심일까?
 
 그나저나 날은 봄날인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듣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계속 나겠는가? 이제 이 책속의 여러 아름다운 시조들 가운데 가려뽑은 봄노래 한자락 함께 즐겨 보련다.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이로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성한 밤이거니 아니 깬들 어떠리  *신흠 * (143)
 
 사실 잠시 세상일을 다 잊고 자연을 벗 삼아 술과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그런 생활이다. 나 역시 가끔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한가롭게 쉬면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놓고 읽으며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142)
 
 아마도 많은 이들 역시 그러하리라. 나 역시도…. 읽고 쉬고 마시고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을때까지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또 배우고 익혀야하리라. 나의 영혼을 훔쳐가는 노래를 찾아 부르며…….
 
 옛님네 노래가락 찾아 물어 따라 가니
 노래는 남았어도 가락은 간 곳 없네

 두어라 그 노래자락 내가 불러 보리라.   *들풀처럼 

 

 

2008. 4. 19.   우리 노래가 울려퍼져야 마땅한 날에...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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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를 찾아라! - 초급
마틴 핸드포드 지음, 정은주 옮김 / 예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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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들! 내 이름은 윌리야. 이제부터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해. 너희들도 함께 하지 않을래? ~ 너희들은 마음가득 호기심만 준비하면 돼! 아주 재미있는 여행이 될거야.  (첫 쪽에서)
 
 윌리가 돌아왔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때 많은 아이들이 윌리를 찾아 길을 떠났었고 그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갔었다. 어느 출판사인지 언제쯤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때 윌리는 많은 이들의 숨바꼭질을 이끌어내던 친구였다. 그 윌리가 돌아왔다.
 
 난이도 초급인 이번 편은 아마도 1단계에 해당하는 듯 하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시라.. 윌리를 찾기는 힘들고 그의 친구들과 그가 숨겨둔-읽어버린 물건들을 찾는 건 더더욱 만만찮으니..시간을 오롯이 투자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윌리를 찾아나서지도 못할 것이라….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랑 허겁지겁 책을 펼치고 '윌리 추적대'가 되어 길을 나선다. 그러나 역시 '마음가득 준비하는 호기심'의 차이가 아이와 나를 가른다. 아이가 서너가지 물건과 윌리의 친구들을 찾아 낼 동안 나는 멀쭘히 그림 속에서 허우적대다 걸어나온다. 어지럽다. 겨우 한두어가지 그림을 쫓아가면서도 지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일까?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줄여가며 어른이 되어온 것일까? 
 
 아이는 손을 잡고 같이 가자 조르는데 나는 그림 밖에서 윌리와 그 친구들을 본다. 마을에서, 해변에서,기차역에서,바다에서,놀이동산에서…..여러 곳에서 흩어져 우리를 따라오라 손짓하는데 나는 아이의 등뒤에서 상황만 파악하고 그림에 나타나는 어처구니 없는 만화같은 이야기에 슬며시 웃음짓고 있다. 넘쳐나는 사람들과 번져가는 이야기, 묻어나는 웃음이 함께하는 숨은 그림 찾기의 원조? 윌리를 찾아서 오늘도 아이는 길을 나서는데 나는 등뒤에서 딴 짓만 하고 있다가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차리고 같이 책 속으로 들어간다. 
 
 12장면, 각 두 쪽 그림마다 인물들/사물들이 옮겨다니고 윌리의 강아지인 우프의 꼬리도,여자 친구 웬다도 꼼꼼히 찾아다니다보면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나도 기분좋게 '윌리 추적대'가 되어 버리는 중독성 강한 게임같다. 단, 차이가 있다면 PC게임의 1인용이 아닌 세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오락이 되는 것을 윌리를 찾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르리라. 우리는 이 밤도 윌리를 찾아 길 떠나는 "윌리 원정대"가 되어 함께 책 속으로 들어간다. 아장아장,아니 성큼성큼....
 
2008. 4. 18.  밤, 어지럽다, 윌리, 그만 숨어라. 꽁꽁…
 
들풀처럼
* 지은이 이름 :  마틴 핸드포드 (Martin Handford) 라고 책표지/ 안 속지에 모두 떠억하니 나와 있는데  겉표지(껍데기?) 의 뒷면 안쪽 접힌 부분에는 마틴 핸포드(Martin Hanford)라고 되어 있는데 누구의 실수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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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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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08 = 우리 남편은 '빚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그걸 다 갚았습니다. 도무지 반성도 하지 않는 그런 인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다니카와의 대답 = 반성하지 않는 인간을 꽃피우기는 인간의 솜씨로서는 힘들지 않을까요. 특히 아내가 남편을 교정한다는 것은 큰 사업이라 평생을 다 바쳐도 힘들지 모릅니다. ~ 남편이 죽을 때까지 그렇게 길러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28,29)
 
 책을 읽다가 잠시 '뜨끔'하였다가 곧 '크게 웃어 제꼈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 글을 보여주었다. 아내님 가로되 "딱!"이네…그리곤 시니컬한 웃음…참 '편안한 가정사'이지 않는가 --;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이라고 설명이 나와 있는 다니카와 슌타로는 올해 우리나이로 이른여덟의 할아버지인데 여러가지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에 멋진거나 적절한 답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 답에서 세상을 충분히 겪어온 노시인의 눈을 거쳐나온 잔잔한 이야기들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일본 사람 특유의 관점이 스며들어 있는 구절들을 만나게 된다. 앞서 예를 든 '남편의 경우'에 답중에 일본스러운(!) '동반자살'이라는 말이 너무 수월하게 나온다. '질문 13'의 토라진 그녀에게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질문에 대하여도 '손가락을 자르거나 배를 가른다든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일본문화의 배경 덕분?이리라. 이렇게 인식하는 것도 편견일까? 아니면 그냥 삶을 달관한 시인의 덤덤한 자세에서 나오는 말일까? 
 
"이웃의 마음을 이해하기 바라며"라는 '작가의 말'에서 질문과 답을 통하여 모두의 노력으로 이런 책이 나오게 됨을 시인은 기뻐하고 있는데 그것은 세상과 사람에 쏟고 있는 그의 따듯한 관심때문이리라. 어쩌면 이보다 더 진솔하고 진지한 질문과 답들이 쏟아지고 오갈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살짝 자세를 틀고 비틀어 일상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독자인 우리들은 부담없이 즐기며 만나다가 문득 깨달음의 순간에 이르기도 한다.
 
 질문 26 = ~ 인간의 악취에 대해 다니카와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다니카와의 대답 = ~ 야생을 잃고서 인간은 인공의 냄새로 자연의 냄새를 지우려 합니다. 인간의 악취에 민감하고 인간을 더럽다고 느끼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74,75) 
 
 질문 24 = 만일 다니카와 씨가 회사의 인사과에 있다면 입사시험에 무슨 문제를 낼까요 ? ~ / 다니카와의 대답 = 질문도 하지 않고 말도 걸지 않고,상냥한 표정으로 말없이 상대를 2분 정도 바라볼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 2분 동안 상대가 무엇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볼 겁니다.  (70,71)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대답이리라. 엇, 가만, 나는 최근에 아내의 얼굴을, 딸아이의 얼굴을 단 1분이라도 말없이, 그것도 상냥한 표정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또 '뜨끔'해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아내와 딸아이의 얼굴을 '상냥하게' 1분이상 바라보면서 책을 접어야겠다. 책에 뺏겨버린 남편과 아빠를 잠시나마 돌려주어야겠다. 
2008. 4. 16.  밤, 1분, 생각보다 깁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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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9
작자미상 지음, 김은숙 엮음, 최정인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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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 것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하지요. 이를테면 어느 고을에 행실이 고약한 계모가 어머니를 여읜 어린 자식을 구박하여 죽게 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직접 보았거나 전해들은 누군가가 정성껏 곰삭여 새로운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때 이 이야기 속에 그 시대의 풍경이 자연스레 담기게 된답니다. ('머리말'에서) (4)
 
 아뿔사, 이 이야기를 내가 처음 만나는 것인가? 당연히 잘알고 있는 옛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도대체 뭘 알고 있었다는건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워지는 책읽는 시간이었다. 우리 전래동화이고 늘상 들어왓던 이야기라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로 전개되는줄 알았었는데..원본(?)에 가깝게 장 정리한 이야기를 만나니 새로운 사실들을 만나게된다.
 
 장화와 홍련이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장면, 미리 천벌을 받는 이복동생 장쇠의 모습, 그리고 다시 그 못난 아버지의 딸로 환생하고야 마는 딸들의 지극한 효심…다 처음 만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이야기를 대충 다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으니…배우고 또 익히는 시간들이 아직도 많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듣 자세히 묘사되는 장면장면과 그에 맞춘 그림의 전통스러움!이 잘 어울려 책을 읽으면 '우리 이야기를 만나고 있구나!'하고 편안한 맘으로 보게된다. 이야기는 장화와 홍련의 죽음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 되지만 끝끝내 복수하고 환생하고 있으니 해피엔딩+권선징악 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엮은이도 언급하였듯이 그 시대의 한계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눈에 띄니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이리라. 딸을 말한마디, 흐릿한 증거 하나로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못난 아비는 아무런 형벌도 받지 않는다. 그것도 원혼이 된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참으로 못난 아비고 못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딸의 사랑을 바라는 아비의 마음이 이런 이야기를 태어나게 하였으리라....나중에 비록 마음의 고통을 통한 형벌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에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의 뿌리는 아버지인 '배 좌수'의 '못남'에 있지 않는가. 일개 아녀자인 계모의 잘못보다는 아버지의 잘못이 더 큰 것을.. 잘못을 알 수 있고, 개선할 수 있음에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더욱 큰 잘못임을 이 책을 통하여 아이들이 깨닫도록 해야하는데 아쉽게도 이야기 속에는 그런 구절이 등장하지 않는다.
 
 시대상황에 맞추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지금의 우리 현실에 맞추어 다시 해석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더욱 재미나고 알찬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단지 할머니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 그대로가 아닌…….
 
2008. 4. 15.  새벽, 새근새근 자고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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