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문학의 즐거움 1
앤 M. 마틴.로라 고드윈 지음, 배블링 북스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개암나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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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형의집에서 벌어지는 비밀 이야기라니..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뭔 소리야 하며 손에 들지도 않았을 책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무엇보다 움직이기까지 하는 인형들이라니, 혹 공포소설인가라는 생각을 섣불리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니다. 인형들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꾸미고 살아간다.
 
 45년전 떠나버린 사라 이모를 찾아나선 주인공 어린이 -100살이 넘은- 애너벨의 이야기는 책 표지를 펼치자마자 우리를 신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책 안쪽 앞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인형집안의 상세도에는 집과 가족들의 얼굴이 모두 나오지만 유독 한 사람-한 인형, 이모 인형만 얼굴이 없다. 바로 그 이모를 찾아나서며 벌어지는 애너벨 가족과 티파니 가족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인형이 말을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인형들, 애너벨 가족이 사람들, 파머씨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지 100년 가까이, 5대째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윌리엄과 클라라 부인-거트루드-캐서린-애니-케이트로 이어지는, 아니, 5대째라니 지금 인형 가족의 주인인 케이트-어린이입장에서 보면 고조할머니대의 인형을 자신이 가지고 놀고 있는 셈이다. 인형이 아니라 유물 또는 보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 오랜 세월을 더불어 살아오는동안 인형도 사람과 같은 생각들을 하나보다. 늘 어머니에게 듣던 얘기들을 인형의 가족 이야기를 통하여 똑같이,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들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잖아요. (95)
 
 애너벨,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네가 계속 집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할 수 없단다. (151)
 
 애너벨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들은 바로 그대로 우리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형들의 비밀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다가 사람에게 들키면 굳어버리는 인형들의 삶이지만 결국은 사람의 삶처럼 책임감,믿음,사랑,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을 통하여 우리를 돌아보게하는 지은이의 맘이리라. 아이들도 이 흐뭇한 인형가족의 얘기를 자신의 가족관계에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너벨처럼 세상의 모든 무서운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사실을 함께 깨닫게 되리라.
 
 자기가 정말로 걱정하는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벌어지게 마련이지요. (183)
 
 문득, 두어달전 집정리를 하면서 딸아이의 어린시절 장난감들을 버리려다 난리가 났던 기억이 든다. 아이에게 인형들은, 장난감들은 그냥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시간을 건너온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난 몰랐었다. 이 또한 인형가족들의 이야기들 통하여 내가 깨닫는 바이리라. 우리는 우리가 관심을 쏟고 애정을 쏟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끄러안고 함께 가는 것이다. 비록 그 대상이 인형일지라도.
 
 이번 주말에는 아이랑 다시 묵은 상자들을 꺼내어 정리하면서 아이랑, 인형들이랑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해주어야겠다. 그 곁에서 나도 찬찬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못다한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흐뭇해하리라. 잠깐, 근데, 내겐 왜 그런 추억 속의 인형이 없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 물어보아야겠다. 스스로에게…….
 
 그렇지만 결국에는 성공했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222)
 
2008. 7. 13. 밤, 뒤척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웃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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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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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배 부르다, 만족한다, 행복하다, 푸짐하다, 넉넉하다,,,,,그리고 고맙다. 오래전부터 우리 시를 만나오고 즐겨오고 노래부르곤 하였지만 최근에는 특정 시인의 시집에 빠져들거나 하였으므로- 새 시집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시인별로 나오므로 - 이렇게 푸짐한 시의 만찬을 누려본 것은 오랜만이다. 그것도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 [애송시 100편]이라니...  어찌 배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Ⅱ.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풀" 에서) (11)
 
 책을 펼치니 처음 만나는 시가 수영의 "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면서 존경하는 시인 김수영을 나는 그냥 '수영'이라 부르며 따라다닌다. 그래서 더욱 아껴두고 외우기조차 일부러 미루던 그의 마지막 시, "풀"을 만난다. 오랜만에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올해로 김수영은 40주기를 맞지만, 그의 시는 사람들 가슴속에 눕고 울고 일어서며 푸르게 살아 있다.'(13)는 문태준의 해설을 들으며 순간 울컥도 하였다. 그만큼 그의 시는, 그의 삶은 내 삶의 한 축이니까. 나는 지금도 그의 쾡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내게 던지는 듯한 질문을 듣곤 한다. '너는 오늘 하루를 온몸으로, 진실되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이어 소개되는 시들도 대부분이 내가 즐겨 만나던 시들이라는 사실에서 100명의 시인들의 감성이나 나의 감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진득한 느낌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만난다. 그래서 더욱 흐뭇하다. 
 

 황동규의"즐거운 편지",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조정권의 "산정묘지 1",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등은 젊은날 내 심장을 울리던 노래가락들이다. 특히 조정권의 "산정묘지"는 그 웅혼한 기상에 취해 시집을 구하여 몇 날을 읊조리던 기억이 있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나는 지난해 순천만 갈대숲에서 직접 만나보기도 하였으며 김용택의 "섬진강"을 몇 번을 찾아가 거닌 기억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천상 시인인 사람들은 강물 한줄기로도 그처럼 멋진 시어들을 낚아 올리지만 '태생이 시인인 척'으로 자라난 나같은 이는 기껏해야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소주 한 잔 기울일 뿐이었으니 어찌 멋들어진 시들을 낚을 수 있었으랴. 그래도 그 맛나고 멋진 시들을 입으로 오물오물 읊조려 읊어보고 씹어보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땅히 나는 행복해하는 것이다.
 
 시는 사랑이니까. 시인들이 전하는 그 넓고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또 시란 무엇이겠는가?  멀리는 이육사, 윤동주의 시로부터 만해의 시를 거쳐 청마, 수영을 넘어 이 책의 해설자인 문태준의 "맨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는 우리의 목마른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적시며 흘렀을 것인가?  나는 그 시의 정수들을 이 책에서 만나 행복해하는 것이다.
 
Ⅲ.
 그래, 이제 그만 행복해하고 이 책에서 만난 행복한 시 한닢만 다시 즐겨보자.  시는 사랑이고 노래이므로 우리는 이 노래를 부름으로 한 편의 축제를 완성할 수 있을것이다. 여러분도 즐겨보시라. 시의 축복을….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데
 
* 함 민 복 "긍정적인 밥"  (94~95)
 
 
2008. 7. 13. 더워도 웃을 줄 아는 날들 속에서~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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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알렉산더 페히만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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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Ⅰ.
 책을 읽으며 나의 글쓰기는, 나의 이야기는 얼마만큼 책이되어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에 가까이 가 있을지를 생각하였다. 넘쳐나는 생각들을 다 추스리지 못하고 제대로 끄적거려보지도 못하면서 책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은 한 권 갖고픈 욕망들을 위한 도서관의 자리가 있다고 하니 먼훗날 내 책도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Ⅱ.
 셀 수없이 많은 책과 원고가 쓰이고, 해독되고, 발견되고,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들이 인쇄되거나 필사된 형태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막연한 상상이나 기억, 가능성,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꿈의 형태로나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226)
 
 위 내용처럼 수많은 책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들 속에 나의 글은 아직 씌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얼 벌써 걱정하랴만 어쩌면 차고 넘치는 여럿의 갈망들 탓에 오히려 이 세상속에 한 권의 책을 남기는 일이 저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에 내 책의 사연을 올리는 것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까? 
 
 자신의 글을 모두 불태워버리라고 하였다는 카프카의 이야기야 익히 알고 있던 바이지만 사라진 책이라는 범주에 이처럼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치는지는 몰랐다. 불 타 없어지거나 암호로 되어 있거나 누군가의 작품 속에서 작품으로만 언급되는 수많은 책들.. 읽고 싶고 만나고 싶은 이야기들만 읽어내도 끝이 없을 책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도 한숨을 내쉬곤 하였다.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는 잃어버린 고대문명의 책들을 이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만한 희생을 각오하고 도서관을로 갈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다. 사라진 책들은 이 도서관에서 잠들고 있겠지만 우리곁에서 도서관은 너무 멀리 있다. 내가 아무리 갈망한다고 한들 그 도서관의 출입문이라도 건들릴 수 있으랴?  그래서 다시 돌아와 책을 읽으며 기어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 속이든 도서관이든 책으로 남겨보리라 다짐해본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세상 속으로의 책만 생각하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 있다고 하니 뭔가 든든한 느낌이다. 내가 허명을 쫓다 제대로 글 한 편 올리지 못하더라도 내 갈망은 어딘가 남아서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숨쉬고 있을터이니….나는 벌써 내 책을 가진셈이다?!
 
Ⅲ.
 그래도 읽고 쓰고 하는 새로운 생활의 길은 계속 가면서 나만이 쓸 수 있는 길을 찾아가리라. 생각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몇 십년 경험해본 바이므로 오늘도 조금씩 나의 길을 찾아 책 속을, 도서고나 속을 헤메이리라. 비록 헤밍웨이처럼 격렬한 다짐은 아니더라도 나는 반드시 글을 찾아가리라. 도서관에 등재되지 않고 세상 속에서 흐를 내 책을 위하여.
 
 " 미완으로 남는 작품이 좋을 리 없겠지만 시작조차 하지 못한 작품은 훨씬 더 나쁘다! " ( 피터 애크로이드 ) (201)
 
 '내가 지금 반드시 해야하는 일은 오직 하나, 아침까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때까지 몸 성히 살아남고 머리를 멀쩡하게 간직하는 것이다.' ( 헤밍웨이) (33)
 
2008. 7. 13. 좀 더 열심히 쓰자, 철아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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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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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그 어떤 것도 살아서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11) 랜디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흘려 보내는 시간속에서 우리는 그 소중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살아가곤 한다. 뒤늦게라도 깨달은 자에게 복이 있을지니… 나  역시, 그러한 삶을 10여년 살아왔었다. 행복한 신혼의 꿈은 '일과 술' 속에서 허청대다 사라져갔고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나는 혼자서 밖으로만 나돌아 다녔다. 겨우 지난 해부터 정신을 추스리고 가족곁에서 머무르며 깨닫는 소중한 느낌들이 인생의 절정을 이제 보내고 있는 랜디의 [마지막 강의]를 통하여 오롯이 다시 내게 다가온다.
 
Ⅱ.
 '나한테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사람들이 날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될지, 그리고 인생을 빠져나오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21)를 그는 만났다. 비록 췌장암 선고라는 시한부 통고를 통하여서이지만 그는 충분히 행복하다. 살아온 지난 날도 그러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의 삶은 더 더욱 행복하리라.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을 만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보다는 오래 살 것이기에 더 행복한가? 나는 아직 건강하니까 행복한가? 그렇지 않으리라. 랜디 포시, 그가 강의하는 많은 이야기의 단편들 속에서 우리는 삶의 완성을 향하여 발버둥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부모 곁에서 자라난 주인공이 이제는 자신이 떠난 뒤 남게될 세아이와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기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도 '인생독본'이 된다. 
 
 상대방에게 득이 될만한 것을 제시하라. 그래야 환영받을 수 있다. (55)
 
 당신은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59)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15)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52)
 
 자기계발서를 통하여 만날 법한 이야기들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더구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기에 그 무게가 더해진다.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담담하게 생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보다 그런 그가 있기까지 정말 쿨!하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를 키워낸 그의 부모들이다. 
 
 '자동차란 그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주는 이동 수단에 불과하다고 가르'(123)치고 아이가 '큰 꿈을 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을 알고 (180)' 달 착륙 순간의 텔레비전 화면을 찍어놓는 그런 부모라니,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랜디의 쿨함도 이런 부모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그리고 그의 아이들도 주인공 랜디의 영향을 듬뿍 받을 것이기에 또 다른 훌륭한 아이들이 자라가게 될 것임을 우리는 쉽게 믿을 수 있다. 그는 아이와 우리에게 여러가지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래에 옮긴 부분이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가르침이리라.
 
 당신 스스로 당신의 꿈을 허락해라. 당신 아이들의 꿈에도 불을 지펴라. 때때로 그 일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을 넘겨 깨어 있는 것을 의미할지라도. (181)
 
 그러해야 하리라. 우리는 우리의 꿈도 너무 참아왔다. 심지어 꿈꾸는 것조차 억압된 시간들을 보내오지는 않았던가. 다음달이 마지막 날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좀 더 스스로의 꿈에 관대해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꿈을 허락해야만 아이들의 꿈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마땅히, 그러해야만 하리라.
 
Ⅲ.
 어차피 삶은 유한한 것이므로 나도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처럼 인생을 잘 갈무리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처럼 쿨!하게 매듭을 짓지는 못하더라도 나 역시 살아 있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길 것이며 아내에게 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 비록 그런날이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라지만…. 여기, 그의 노래를 옮겨둔다.
 
 " 만약 내일 결과가 안 좋아도, 살아서 오늘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아주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어떤 결과를 들을지라도 그 순간 당장 죽지는 않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러니까 오늘 바로 여기만 생각해. 기가 막힌 날이잖아.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 (94)
 
2008. 7. 12. 좀 더 열심히 살자, 철아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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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8-07-2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잘 활용하겠습니다 ^^
 
진정한 행복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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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생일이다. 태어나서 맞이하는 마흔 세 번째, 즉, 마흔 두 해째 삶의 첫 발을 내딛는 날이다. 아침에 모처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내가 차려놓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생일상을 아버지랑 함께 셋이서 맛있게 먹었다. 하나뿐인 딸아이는 300M 옆의 처가에 어제부터 가서 - 부산사는 또래 조카들이 와있다 -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낮, 베란다 청소를 쬐금하고 땀을 흘린 뒤 아버지는 아버지 방에서 아내는 안방에서 TV를 보며 쉬고 있고 나는 거실에서 졸며 깨며 책을 보고 있었다. 차분히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도, 원하는 만큼 돌아주는 저 선풍기의 바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이 하루도, '내 삶은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Ⅱ.
 도대체 행복이란게 무엇인지, 그것도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 책은 친절하게 일러주지도 않을 뿐더러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행복과 불행의 양다리에 대하여 명확히 선을 그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행복의 속성임을.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내가 행복해지는만큼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하면서도 더 행복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냥 나 혼자,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모든 삶은 행복한 것일까? 이러한 쏟아지는 의문부호에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같이 그 질문을 던지며 타당하지만 틀릴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야기 (329)에도 행복지수란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그 지수란게 비교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지은이는 묻고 있는데 나도 그 의견에 찬성한다. 결국 이 책에 등장하는 행복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와 낱말들 가운데에서 나의 관심을 끌며 마땅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유일한 말은 '비교'이다.
 
 아예 비교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행복지수와 비교할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사회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지은이의 말처럼 '대학생'의 수와 '세탁기'의 수가 어찌 같은 레벨로 비교가 될 것인가? (330) 그럼에도 비교를 통하여 우리가 얻는 만족감, 행복은 유효하다. 
 
 어떤 창조의 계획에도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들어있지 않다. (지그문트프로이드) (14)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의 행복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미셀 푸코) (36)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고 예측할 수 없고 모두 만족할 수 없기에 우리는 더욱 더, 오히려 그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발버둥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알코올,애증,기쁨, 공포,무료함,환멸,굴욕, 그리고 삶의 질까지 이 책에 언급되는 행복한 상태와 반대의 상태에 이르는 숱한 방법들과 이론들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아래의 말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행복에 정말 더 가까이 가는 길일까?
 
 바꿀 수 없는 것에 순응하기보다 바이올린을 집는 것이 더 낫다. (알랭) (77)
 
Ⅲ.
 행복은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한다고 해서 억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행복은 우리가 억지로 달성하고자 하는 만큼 멀어진다. 억지로 청할수록 달아나는 잠처럼 말이다. (60) 
 
 그럼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무엇일까? 행복이란 것이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우니 행복하려고 노력하지도 말고 불행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는 '케세라 세라' 이야기인가?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그럼 우리는 무엇을 듣고 보고 살아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답은 '비교'에 있다. 적당히 비교하고 적당히 만족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비교는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겠지만 적당한 비교를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형편없는 삶이 아님을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랑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조금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물론 모자라는 부분은 채우려 또 노력하겠지만..
 
2008. 7. 6. 밤, 딸아이의 노래을 들으며 마무리하는 하루~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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