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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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배 부르다, 만족한다, 행복하다, 푸짐하다, 넉넉하다,,,,,그리고 고맙다. 오래전부터 우리 시를 만나오고 즐겨오고 노래부르곤 하였지만 최근에는 특정 시인의 시집에 빠져들거나 하였으므로- 새 시집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시인별로 나오므로 - 이렇게 푸짐한 시의 만찬을 누려본 것은 오랜만이다. 그것도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 [애송시 100편]이라니...  어찌 배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Ⅱ.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풀" 에서) (11)
 
 책을 펼치니 처음 만나는 시가 수영의 "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면서 존경하는 시인 김수영을 나는 그냥 '수영'이라 부르며 따라다닌다. 그래서 더욱 아껴두고 외우기조차 일부러 미루던 그의 마지막 시, "풀"을 만난다. 오랜만에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올해로 김수영은 40주기를 맞지만, 그의 시는 사람들 가슴속에 눕고 울고 일어서며 푸르게 살아 있다.'(13)는 문태준의 해설을 들으며 순간 울컥도 하였다. 그만큼 그의 시는, 그의 삶은 내 삶의 한 축이니까. 나는 지금도 그의 쾡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내게 던지는 듯한 질문을 듣곤 한다. '너는 오늘 하루를 온몸으로, 진실되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이어 소개되는 시들도 대부분이 내가 즐겨 만나던 시들이라는 사실에서 100명의 시인들의 감성이나 나의 감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진득한 느낌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만난다. 그래서 더욱 흐뭇하다. 
 

 황동규의"즐거운 편지",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조정권의 "산정묘지 1",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등은 젊은날 내 심장을 울리던 노래가락들이다. 특히 조정권의 "산정묘지"는 그 웅혼한 기상에 취해 시집을 구하여 몇 날을 읊조리던 기억이 있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나는 지난해 순천만 갈대숲에서 직접 만나보기도 하였으며 김용택의 "섬진강"을 몇 번을 찾아가 거닌 기억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천상 시인인 사람들은 강물 한줄기로도 그처럼 멋진 시어들을 낚아 올리지만 '태생이 시인인 척'으로 자라난 나같은 이는 기껏해야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소주 한 잔 기울일 뿐이었으니 어찌 멋들어진 시들을 낚을 수 있었으랴. 그래도 그 맛나고 멋진 시들을 입으로 오물오물 읊조려 읊어보고 씹어보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땅히 나는 행복해하는 것이다.
 
 시는 사랑이니까. 시인들이 전하는 그 넓고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또 시란 무엇이겠는가?  멀리는 이육사, 윤동주의 시로부터 만해의 시를 거쳐 청마, 수영을 넘어 이 책의 해설자인 문태준의 "맨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는 우리의 목마른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적시며 흘렀을 것인가?  나는 그 시의 정수들을 이 책에서 만나 행복해하는 것이다.
 
Ⅲ.
 그래, 이제 그만 행복해하고 이 책에서 만난 행복한 시 한닢만 다시 즐겨보자.  시는 사랑이고 노래이므로 우리는 이 노래를 부름으로 한 편의 축제를 완성할 수 있을것이다. 여러분도 즐겨보시라. 시의 축복을….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데
 
* 함 민 복 "긍정적인 밥"  (94~95)
 
 
2008. 7. 13. 더워도 웃을 줄 아는 날들 속에서~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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