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
| 배 부르다, 만족한다, 행복하다, 푸짐하다, 넉넉하다,,,,,그리고 고맙다. 오래전부터 우리 시를 만나오고 즐겨오고 노래부르곤 하였지만 최근에는 특정 시인의 시집에 빠져들거나 하였으므로- 새 시집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시인별로 나오므로 - 이렇게 푸짐한 시의 만찬을 누려본 것은 오랜만이다. 그것도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 [애송시 100편]이라니... 어찌 배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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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풀" 에서)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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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니 처음 만나는 시가 수영의 "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면서 존경하는 시인 김수영을 나는 그냥 '수영'이라 부르며 따라다닌다. 그래서 더욱 아껴두고 외우기조차 일부러 미루던 그의 마지막 시, "풀"을 만난다. 오랜만에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올해로 김수영은 40주기를 맞지만, 그의 시는 사람들 가슴속에 눕고 울고 일어서며 푸르게 살아 있다.'(13)는 문태준의 해설을 들으며 순간 울컥도 하였다. 그만큼 그의 시는, 그의 삶은 내 삶의 한 축이니까. 나는 지금도 그의 쾡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내게 던지는 듯한 질문을 듣곤 한다. '너는 오늘 하루를 온몸으로, 진실되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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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소개되는 시들도 대부분이 내가 즐겨 만나던 시들이라는 사실에서 100명의 시인들의 감성이나 나의 감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진득한 느낌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만난다. 그래서 더욱 흐뭇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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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의"즐거운 편지",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조정권의 "산정묘지 1",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등은 젊은날 내 심장을 울리던 노래가락들이다. 특히 조정권의 "산정묘지"는 그 웅혼한 기상에 취해 시집을 구하여 몇 날을 읊조리던 기억이 있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나는 지난해 순천만 갈대숲에서 직접 만나보기도 하였으며 김용택의 "섬진강"을 몇 번을 찾아가 거닌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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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어쩌랴, 천상 시인인 사람들은 강물 한줄기로도 그처럼 멋진 시어들을 낚아 올리지만 '태생이 시인인 척'으로 자라난 나같은 이는 기껏해야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소주 한 잔 기울일 뿐이었으니 어찌 멋들어진 시들을 낚을 수 있었으랴. 그래도 그 맛나고 멋진 시들을 입으로 오물오물 읊조려 읊어보고 씹어보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땅히 나는 행복해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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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사랑이니까. 시인들이 전하는 그 넓고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또 시란 무엇이겠는가? 멀리는 이육사, 윤동주의 시로부터 만해의 시를 거쳐 청마, 수영을 넘어 이 책의 해설자인 문태준의 "맨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는 우리의 목마른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적시며 흘렀을 것인가? 나는 그 시의 정수들을 이 책에서 만나 행복해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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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
| 그래, 이제 그만 행복해하고 이 책에서 만난 행복한 시 한닢만 다시 즐겨보자. 시는 사랑이고 노래이므로 우리는 이 노래를 부름으로 한 편의 축제를 완성할 수 있을것이다. 여러분도 즐겨보시라. 시의 축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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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
|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
|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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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
|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
| 국밥이 한 그릇인데 |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
|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
|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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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이 한 권 팔리면 |
|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
| 박리다 싶다가도 |
|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
|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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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 민 복 "긍정적인 밥" (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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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7. 13. 더워도 웃을 줄 아는 날들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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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