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문학의 즐거움 1
앤 M. 마틴.로라 고드윈 지음, 배블링 북스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개암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인형의집에서 벌어지는 비밀 이야기라니..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뭔 소리야 하며 손에 들지도 않았을 책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무엇보다 움직이기까지 하는 인형들이라니, 혹 공포소설인가라는 생각을 섣불리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니다. 인형들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꾸미고 살아간다.
 
 45년전 떠나버린 사라 이모를 찾아나선 주인공 어린이 -100살이 넘은- 애너벨의 이야기는 책 표지를 펼치자마자 우리를 신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책 안쪽 앞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인형집안의 상세도에는 집과 가족들의 얼굴이 모두 나오지만 유독 한 사람-한 인형, 이모 인형만 얼굴이 없다. 바로 그 이모를 찾아나서며 벌어지는 애너벨 가족과 티파니 가족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인형이 말을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인형들, 애너벨 가족이 사람들, 파머씨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지 100년 가까이, 5대째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윌리엄과 클라라 부인-거트루드-캐서린-애니-케이트로 이어지는, 아니, 5대째라니 지금 인형 가족의 주인인 케이트-어린이입장에서 보면 고조할머니대의 인형을 자신이 가지고 놀고 있는 셈이다. 인형이 아니라 유물 또는 보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 오랜 세월을 더불어 살아오는동안 인형도 사람과 같은 생각들을 하나보다. 늘 어머니에게 듣던 얘기들을 인형의 가족 이야기를 통하여 똑같이,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들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잖아요. (95)
 
 애너벨,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네가 계속 집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할 수 없단다. (151)
 
 애너벨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들은 바로 그대로 우리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형들의 비밀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다가 사람에게 들키면 굳어버리는 인형들의 삶이지만 결국은 사람의 삶처럼 책임감,믿음,사랑,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을 통하여 우리를 돌아보게하는 지은이의 맘이리라. 아이들도 이 흐뭇한 인형가족의 얘기를 자신의 가족관계에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너벨처럼 세상의 모든 무서운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사실을 함께 깨닫게 되리라.
 
 자기가 정말로 걱정하는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벌어지게 마련이지요. (183)
 
 문득, 두어달전 집정리를 하면서 딸아이의 어린시절 장난감들을 버리려다 난리가 났던 기억이 든다. 아이에게 인형들은, 장난감들은 그냥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시간을 건너온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난 몰랐었다. 이 또한 인형가족들의 이야기들 통하여 내가 깨닫는 바이리라. 우리는 우리가 관심을 쏟고 애정을 쏟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끄러안고 함께 가는 것이다. 비록 그 대상이 인형일지라도.
 
 이번 주말에는 아이랑 다시 묵은 상자들을 꺼내어 정리하면서 아이랑, 인형들이랑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해주어야겠다. 그 곁에서 나도 찬찬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못다한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흐뭇해하리라. 잠깐, 근데, 내겐 왜 그런 추억 속의 인형이 없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 물어보아야겠다. 스스로에게…….
 
 그렇지만 결국에는 성공했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222)
 
2008. 7. 13. 밤, 뒤척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웃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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