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
김재인 지음 / 서해문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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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5일 현재,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겨우 통과 되었다. 미국의 구제금융이라니…. 이 책에서 이야기하던 우려가 드디어 현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뉴스에선가 구제금융법안을 적극 찬성하고 추동하던 '워렌 버핏'조차 이 법안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경고하고…. 이 책뿐만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전에 경고하고 우려하던 일들이 착실히, 그래, 차근차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젠장, 그럼 그 다음 단계는 우리경제의 2차 몰락? 두렵고 또 두려운 현실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지은이는 "제 1장 세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신자유주의의 붕괴와 그에 따른 세계경제의 위기도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제 2장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조목조목 짚어본 뒤 역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교육문제와 더불어 자원부족까지 어우러진 총체적인 문제다.
 
 삶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경제경영서를 필독서로 선정해 직원들에게 회람시키는 방식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과, 오히려 인문서를 통해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 고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왜 선진국일수록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수십, 수백 년 된 고전 학습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우리나라 교육 관련 전문가와 관료들은 한 번쯤 연구해보아야 할 것이다. ( "제 2장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에서 ) (167) 
 
 하여 우리가 다다를 곳은 '빈곤'이 기다리는 다음 단계라는 말은 정말 만나기 싫은 현실이지만 그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아야만 하는가에 대하여 지은이는 "제 3장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답은 자원전쟁의 세기에 북한이라는 신천지를 "통일"로 품어 우리 겨레가 살아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드디어 대안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언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은이의 말처럼 '자원전쟁'이라는 앞으로의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히 북한은 우리에게 신천지인 것이다. 그리고 그 북한이 우리와 같은 겨레임에랴... 하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은 분명 멀고도 멀다. 아직 국가보안법이 있고 건전한 좌파는 커녕 건전한 우파도 자리잡지 못한 우리네 현실을 보자면 다시 갑갑해진다.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이고 우리가 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 어떡하겠나..터벅터벅 걸어서라도 갈 길은 가야지…. 힘들고 멀고 아득한 길이라지만 그래도 가야만 한다면 갈 길은 가야지.......
 
 자주통일은 / 우리민족의 지상명령이요 / 최대과업이며 최대염원이다. / 우리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 통일로 향한 한 과정이다 / 조국의 자주통일 없이 / 민족해방도 민중해방도 있을 수 없다  ("해암 최상원 선생") 
 
 
2008.10.5. 밤, 어르신의 말씀을 다시 되새기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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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물리 쾌도 홍길동 - 물리 편 빽! To The Classic 2
정완상 지음, 조봉현 그림 / 함께읽는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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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이야기,더 재미있는 만화, 그리고 학습과 연계된 충실한 내용, 적절한 이야기와 만화와의 배치, 척 보기에도 흠잡을 데 없는 책이더니 드디어 오랜만에 딸아이가 스스로 독후감을 작성하였다. 무조건 기쁜 밤이다. ㅎㅎ 
 
   홍길동이 여행을 하면서 처음엔 산적 3형제, 두 번째는 꽃분이라는 한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한 팀을 이루어 활빈당이라 이름을 짓게 된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며, 대신 높은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도록 한다. 활빈당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홍길동의 물리학에 의해 패배하고 만다.
 
 나는 5학년인데 이 책의 내용엔 5학년에 대한 게 많이 나와 있었다.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나도 이런 일에 동참하고 싶다. ㅋㅋ. 어쨌든 한 번 빠져드니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번에는 [지구 최강 악동 사기꾼 봉이 김 선달]이라는 책이 출판되면 아빠에게 사달라고 해서 꼭 읽을 것이다.    - 2008. 9. 28. 김 난
 
 아직까지 아이가 책에 등장하는 내용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이야기 전개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건 차근차근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자체로 일단 만족하련다. 
 
 그리고 책 내용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별도 표시의 '더하여 읽기?'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별미인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공 던지기?'(16)부터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155)에 이르기까지 궁금해할 만한 소소한 물리 이야기까지 짚어주고 있어 읽는 맛을 더해준다.
 
 "빽! To The Classic 시리즈 2" , "新고전으로 배우는 엉뚱 발랄 과학이야기, 홍길동전 속으로 물리가 쏘~옥" [천하무적 물리쾌도 홍길동]이라는 긴 제목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재미있고 활력넘치는 책, 아이랑 함께 만나서  더욱 기뻤다.
 
 
2008. 9.28. 밤, 아이도 나도 즐거워하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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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경영 - 탁월한 경영자가 되려면 먼저 유능한 정치가가 되라
제프리 페퍼 지음, 배현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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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그런 책이다. 적어도 내게는. 책을 받아들면 놀라는 사실이 두어가지 있는데 먼저 50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두께이다. 들고다니며 읽기엔 많이 부담스러운 책의 두께와 [권력의 경영]이라는 딱딱한 제목까지 첫눈에 보기에도 만만치 않다. 
 
 또 한가지는 머리말에 해당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내용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의 내용이 이 책이 지은이의 강의 교재로 활용되었다는 사실, 즉 그말은 하루아침에 읽고 말 책이 아니라는 그런 무게감이다. 그냥 내용만 읽고 이해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책에다, 대학강의에 적어도 한 학기 이상의 시간을 투여하여 배워야만 하는 내용이라니…. 아뿔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통찰과 전략, 지침을' 제시하(6)는대로 배우는동안 나는 과연 어떤 행동양식으로 어떻게 조직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는지 비교하며 돌아보게 되는 착잡함 또는 행복함이다. 진작 만났더라면 지금의 위치와는 또 다른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쓰잘 데 없는 생각..처음엔 답답했다. 
 
 조직에서 혁신과 변화를 성취하려면 기술적이고 분석적인 문제해결 능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혁신은 불가피하게  기득권을 위협하기 마련이므로, 결국 본질적으로 정치 활동이다. (19)
 
 직장생활 5년차, 대리 1년차 시절, 前직장에서 MD라는 파워(!)있는 업무를 맡고 있을 때 'PIFF'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 - 일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당시 일찌감치 PIFF의 흥행성과 폭발성을 감지한 나, 스스로, 오롯이, 만들어가던 일이었다. 성공했었다면 나는 지금쯤 아마 그 쪽으로 발을 옮겨 영화계에서 무언가 신명나는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일을 추진하는 방법에서부터 사람들, 특히 윗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당장은 돈이 되지 않지만 나중에 큰 이익과 성공으로 돌아올 것임을 '직감'은 하였지만 '설득'을 하지는 못하였다. 즉, 정치를, 권력의 경영을 관련업무에서 전혀 활용치 못하고 일에서 철저히 실패하였던 것이다.   
 
 스스로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설득력만 있으면 일은 추진되고 성사된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전에 윗사람과의 조율도 필요하였고 내가 쓸 수 있는 자원과 주변 환경도 모두 고려하여야만 하였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였다. 어수룩한 신입 대리였다. 미래를 꿰뚫어보는 '직감'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실행력'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달라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잘 어울려 지내려면,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대라면 그를 좋아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다 할지라도, 유쾌하고 유능한 태도로 대하면서 타협할 줄 알아야 할 때가 많다. (321)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례들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터부시되는 '권력'이라는 말과 그 실천적 의미, 구체적인 분석, 말하는 방법에까지 이르는 세세한 예시들까지 말 그대로 '권력을 경영'하려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만나보아야 할 책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더 심플하게, 조금 더 읽기 쉽게 다가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기꺼이 만나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 나만 하는걸까?
 
 비판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자가 실수하는 것을 지적하거나 어떤 행동을 실천한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자 말입니다. 공을 돌려야 할 주인공은 이런 사람입니다. 실제로 경기장에 나선, 얼굴이 먼지와 땀과 피로 범벅된 사람입니다. 실수를 하고 거듭 기대에 못 미친 사람입니다. 착오와 부족함이 없는 시도란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위대한 열정과 위대한 헌신을 아는 사람, 값진 대의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잘해 봤자 끝에 가서야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못해도 최소한 과감히 도전하다 실패를 한다면, 승리나 패배도 모르는 냉정하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동등한 위치가 아님을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테어도르 루스벨트") (495)
 
 

2008. 9.28. 밤,

나만의 '프레임'을 짜기위해 고민하는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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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판타지 : 그리스철학편 2 - 하파소스의 죽음 철학 판타지 2
좌백 지음, 강주연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대교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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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은 변한다'(58)!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진리를 여기서 만나다니…. 이 때가 어느 땐가. 그리스철학 하고도 그 뿌리격에 해당하는 시절, 거의 기원전이 아니던가? 지누는 옛그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되는데~~ 
 
 에페소스의 신관인 헤레이클레이토스는 만물의 근원을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만들어 내는 투쟁 속의 조화'로 보고 '만물은 변한다'(33)고 하였다. 그리고 그 진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철학적 명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 세상 만물은 사라지지 않는다'(33)고 주장한 철학자가 있었으니 그는 파르메니데스이다. 이와는 달리 피타고라스는 '수의 비례'에 집중하였고(32) 그의 제자중 한 명인 '히파소스'가 시체로 발견되자 이들은 모두 모이게 된다. 물론 지누와 애지도 그들과 함께하게되고….
 
 히파소스는 정수가 아닌 끝이 없는 무한수인 '무리수'를 발견하여 동료들에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누 일행은 여러가지 난관을 거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알게되고 이 와중에 2-1편부터 등장한 철학하는 노예 '필로소피아'의 도움도 받게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필로소피아'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것 같은데 그 자세한 이야기는 [철학판타지 2-3 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가장 훌륭한 철학이란 있을 수 없어!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철학은 훌륭하니까! (179)
 
 이야기의 마지막, 지누가 깨닫는 이 사실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다.물론 시대에 따라 중요시되는 사상이나 철학에 대한 입장은 다르겠지만 한가지만을 맹종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철학의 기본 사상과도 맞지 않을 터이니…. 
 
 각 장의 마무리로 등장하는 요약 내용은 여전히 한 눈에 쏙 들어오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앞장과 똑같이 '어린왕자'가 앉아 우리를 이끌어준다. 어디로? '스스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철학의 세계로…. 보자마자 달려들어 책을 읽어버린 딸아이랑 또 3권을 기다린다. 3권은 반드시 딸아이에게 독후감을 작성케하리라….
 
 
2008. 9.28. 저녁, 아이랑 같이 보아도 재미있는, 고마운 책이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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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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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서야 여행자를 따라나섭니다. 오랜전 여행자가 걸었던 그 길을, 그 멀고도 험하고 어려웠던 길을, 저는 책상에 앉아 편안하게 장군도 만나고 여행자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면서 길을 나섭니다. 아니 길은 진즉에 나섰던 길입니다. 신라시대부터 지금의 시간까지 누천년, 그 긴 시간동안 지나온 길에 어찌 여행자 외에 다녀간 이들이 없었겠습니까? 다만 그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엿을뿐 이야기는 길마다 차고 넘쳐 흐릅니다. 지금 이 곳에도 그 길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때, 가장 먼저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여행자의 이야기로부터 아득한 시간입니다. 저같은 또 다른 여행자들이 길을 나서곤 있지만 이제는 변해버린 시공간속에 그때의 흔적들을 찾는다는 것은 당연히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오히려, 그러하기에 저같은 또 다른 사람들이 먼저 길을 가신 여행자를 따라 나섭니다. 전해주신 이야기에서 사라져버린 여행자와 장군의 이야기도 오늘날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돌아오거늘 우리가 나서는 이 길에서 또 다른 어떤 이야기들을 찾아와 이웃들에게, 후대의 사람들에게 남겨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바입니다. 하여 저는 이 밤도 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저를 출가로 이끈 것은 지극한 불심이라기보다는 멈춰 있지 않겠다는 의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겠다는 바람입니다. (31)
 
 그 의지, 그 뜻이 저를 자꾸만 머나먼 그 곳으로 이끌어갑니다. 아는 바가 모자라고 준비된 바도 없지만 그 뜻 하나만 바라보고 따라 나섭니다.
 
 여행이란 마을을 떠나 마을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마을을 벗어나지 않으면 다음 마을로 들어갈 수 없지요. 하나의 문장을 마치지 않고는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여행기처럼. (35)
 
 그 '과정'을 모르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진 두어장 찍고 훌쩍 돌아서 떠나던 길, 그 길을 여행이라 여기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외도가 고개 숙여 제 시커먼 맨발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도를 구하는 삶이 부끄럽습니까? 내 알몸은 당신의 맨발과 같습니다." (40)
 
 책을 읽으며 지나온 시간들이 부끄러워지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옛사람의 발길을 따가가는 것조차 힘겨워지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머무는 곳은 바람 속입니다. 길 위에서 목숨이 다한 이들에게 뜨거운 우애를 느끼고 그들의 발바닥에 합장합니다.  바람의 시간입니다. (98)
 
 길을 따라 걸으며 스스로를 정리하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여 그 길의 이야기들을 제 이야기처럼 느끼며 다시 걸음을 옮겨봅니다.
 
 제가 싫어도 만날 불행은 닥치고 제가 좋아서 기대하는 행복은 비켜가는 법입니다. 첫 만남의 설렘은 여전하지만 거기에 전부를 걸진 않습니다. 사람에도 사물에도. (179) /  벽이 완성되자 남자는 양손으로 힘껏 벽을 밀어 무너뜨립니다. 다시 처음부터 노래가 시작됩니다.  망자들을 부릅니다. (181)
 
 이 길, 따라가는 길이지만 너무 멀고 아득합니다. 이야기는 비켜가고 여행자는 기억을 잃고 헤메이고 믿었던 장군도 죄인으로 몰리고 역병에 걸려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어디로 따라가야 새 길이 열릴런지요?
 
 많은 여행자들이 길 위에서 죽거나 사라지는 이유는 단 하나, 호기심 때문이란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습니다. 처음 세운 여행의 목표와는 무관한  일인데도, 그곳 그 자리에서는 그 일이 세상에서, 그러니까 여행자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탓입니다.  짧게 줄여  '호,기,심'이겠지만 그 마음은 삼만 근보다 무겁고 삼천 리보다 멉니다. (316)
 
 저 또한 그러합니다. 그 많은 길들을 다 뒤로하고 이 길에 여행자를 따라나섰던 것도 '호기심'때문이고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 피곤한 몸으로도 악착같이 책을 손에 들고 따라 걸은 까닭도 '호기심'때문입니다. 저도 여행자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확신을 잃었으니 가엾고 가엾다, 여행자는 웁니다. ~  글로는, 이야기로는 당장 자비심을 천하에 비출 듯 굴지만 제 앞에 닥친 불행 때문에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원망하는, 원망은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는 욕심쟁이, 그게 바로 접니다. 저는 제가 아닌 사람이 되리라,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걸으리라 맹세했지만 제 안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은 채 머물렀습니다. ~ 울음이 멈추자 빛이 쏟아집니다. (325)
 
 저 역시 그러합니다. 여행자가 울면 함께 웃고 여행자가 울음을 멈추면 같이 멈춥니다. 제게도 빛이 쏟아질까요?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그 이야기가 마무리되자마자 새로운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2권, 38) 
 
  이 길에서도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대체 '그까짓 이야기가 무엇이기에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겁니까?' ~ '이야기는 욕심을 삼키고, 비겁을 삼키고, 마을을 삼키며 부풉니다'(2권,284) 
 
 드디어 여행자는 자신이 손수 기록한 그 양피지들을 태웁니다. '양피지가 없으면 온전한 여행기를 완성할 수 없'(2권,3366)다는 걸 알지만 '죽음보다 더한 집착을 털어 내'(2권,337)고 '기록보다 먼저 죽은 이들에게 편안한 잠을 선사하'(2권,337)기 위하여 양피지를 스스로의 손으로 태웁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모두 떠나 폐허로 남더라도, 그곳이 마을일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끔 그 마을에서의 한 시절을 추억하는 동안, 마을은 아직 마을이지요. 마을에 대한 기록이 오래 남아 전해진다면, 영원한 사라짐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2권,276)  하여 그 머나먼 시간의 이야기들을 여행자가 전하지 아니하여도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꾼인 이 지은이처럼 자상하게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서는 겁니다.
 
 걷고 또 걷고, 따라가는 길이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여행자를 따라 나섭니다. 제 곁을 보니 저뿐만이 아닙니다. 여행자의 노래를, 여행자의 이야기를 듣고 길을 나선 이 사람들, 우리는 길 위에서 하나입니다.
 
 우리네 삶이 아름다우면 그네들 삶도 아름답고, 우리네 삶이 비루하면 그네들 삶도 비루하고, 우리네 삶이 영악하면 그네들 삶도 영악하고, 우리네 삶이 힘겨우면 그네들 삶도 힘겹습니다. (2권,370)
 
 
2008.9.28. 그럼요,사람사는 곳 어디나 똑같아야지요. 다시 배웁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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