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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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키 쇼타는 친구와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여자친구인 아야카에게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
쇼타는 운전면허를 딴지 9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비가 내리는 날 밤 운전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조금 전,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음주를 한 상태이기에 운전대를 잡는 것을 망설였지만, 고민 끝에 여자친구 집으로 서프라이즈 방문을 하기로 결심하고 운전대를 잡게 된다.

출발 전 조수석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나나를 태웠다. 그날따라 나나가 운전에 변수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게 흠이었다. 운전 중 평상시와 다른 나나의 울음소리가 계속되었고 왜 그런가 싶어 나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차 앞 유리에 전달됐다. 기괴한 소리, 뭔가 올라탄듯한 감촉,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절규가 순간적으로 들리더니 차내 온도가 갑자기 10도쯤 내려간 듯 냉기가 느껴졌고, 다음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도 쇼타는 무의식적으로 엑셀을 밟고 있었다.

결국 쇼타는 음주 운전의 상태로 81세 여성을 치고 달아나 버렸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순식간에 범죄자가 된 상황에 정신이 없고,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일들과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을 가족들에 대한 걱정들로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쇼타의 아버지는 교육 평론가로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자신의 뺑소니 범죄가 밝혀진다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결혼을 앞둔 누나는 파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자신도 범죄가 밝혀지고 형이 집행되면 수년간 교도소에 갇히게 되고, 나온 뒤에도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갈 생각이 주마등처럼 그려졌다.
처음엔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절대로 경찰에 붙잡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세정 티슈로 차체에 묻은 얼룩을 닦아 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대학생이 음주 운전을 하고 뺑소니 범죄자가 되면서 삶이 180도 달라진 상황이 그려진 소설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범죄가 일어나면 누구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수' 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범죄자가 되어 바뀌는 인생에 대한 생각이란 걸 잠시라도 해본 뒤라면 정말 머릿속에 어떤 생각으로 잠식될지 까마득할 수 있다는 걸 잠시나마 경험하게 했던 부분이었다. 특히 쇼타의 사건은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라는 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져 독자이자 운전자로써 꽤나 양가감정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지극히 쇼타의 시선으로 그려진 소설이라 잠시나마 주인공이 불쌍해 살짝 마음이 기울어졌었다. 

아무리 앞날이 창창한 대학생이고 순간의 실수였다지만 뺑소니는 최악의 범죄라는걸 계속 되뇌며 주인공에 이입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주변의 최소한의 피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들던 주인공이었다.

 결국 모든 정황이 쇼타를 가리키고 있었고, 쇼타 역시 결국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며 사건이 마무리되는듯했지만, 사회는 그를 잊지 않았고, 앞날이 창창하던 젊은 쇼타는 범죄 뒤에 깨끗이 지워지며, 주변 지인들은 다 떠나고, 가족마저 함께할 수 없는 몸이 되어 꼬리표처럼 범죄 이력이 남게 된다. 그리고 쇼타의 행적을 쫓는 피해자 기미코 씨의 남편인 야마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쇼타의 속죄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이 부분이 의외의 반전이었는데 오늘 아침밥 먹은 것도 기억 못 하는 중증 치매 환자지만 아내의 죽음을 끝없이 상기하며 결국 쇼타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내고 심부름센터 직원까지 고용하며 쇼타 곁을 맴돌고 결국 이 책의 근본 물음을 해결하는 부분이 반전이자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었다. 죄의식과 고통에 대한 끝없는 무게감을 상상하게 했던 부분이었다.

범죄에 대한 형량이 벌이자 속죄가 될 수 있을까? 그 시간이 끝나면 깨끗하게 없던 일이 된 듯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시간이었다. 살면서 나만 알고 있는 크고 작은 실수와 사건들은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타인에게 해가 갈만한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 죄의식과 속죄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고, 나는 어떻게 판단을 내릴 것인지, 스스로의 인간성과 죄의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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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23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친구가 불렀을때...




택시를 타고 갔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 흔한 소재이지만 생각할게 많이 있는 작품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