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부탁을 받게 된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내용이었다. 살면서 행복했던 감정을 보냈던 장소로 같이 여행을 떠나자는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도 아니었다. 그냥 평온하게, 해야할 일을 정리하게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벌써 다른 몇몇 친구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3번째로써 얘기를 꺼낸거라고 했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이게도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기위한 약도 구했다고 한다. 이 여행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나게 될것인가?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친구에게는 딸이 한명 있었다. 처음부터 사랑속에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급작스럽게 생겨난 아이었기에, 아이 아빠가 되는 사람에게 아빠라는 역할을 주지도 않고 홀로 키웠다고 했다. 아예 홀로는 아니고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육아를 했고, 나름대로는 행복하게 키워냈다고 생각했으나 딸에겐 그것이 행복이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자신의 독단적 선택이 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은 친구, 그 친구의 마지막을 친인척도 아닌 친구가 함께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친구를 돌보면서의 이야기에는 친구가 약을 선택해서 마지막이 되는 날 자신이 있게 될때의 두려움도 적혀 있었다. 털어놓으면 안돼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도 인간적이었다. 식욕이 없는 친구 대신 식욕이 있는 자신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고, 친구가 좋아하던 일에 감정이 사라지는 일도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이 담담하게 담겨져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써 최선을 다한 주인공이었다. 친구의 마지막을 인간답게 보내게 해주려는 노력이 읽는 내내 느껴졌다. 근데 또 이 책의 내용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것인데, 워낙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화자의 친구 이외의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들어주고 대신 바라봐주고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관심도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특히 여성들의 고통을 여러 여성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나라가 다름에도 여성들의 삶에 대한 직접적인 단면을 보는 이야기같기도 했다.조금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이란 이야기로 접근할 수 있었던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죽음이라는 마지막 단계 전에 삶을 전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준 책으로 기억에 남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