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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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우리는 과연 그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 가려진 비밀.... 정말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늘 불안에 떠는 여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포착해낸 소설 [홀리데이].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여자들은 쉽게 배우자의 불륜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보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그 불륜의 크기가 10배 혹은 100배 더 크다는 점. 사랑의 크기만큼 커지는 배우자에 대한 의심,, 그 지옥 같은 심리 상태를 저자 T.M. 로건이 너무나 잘 표현한 것 같다. 내가 아마 주인공 케이트였다면 먼저 남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이실직고하라고 소리부터 질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 [홀리데이]로 한번 들어가 보자.

주인공 케이트와 오래된 친구들인 로언, 제니퍼 그리고 이지는 40살이 된 기념으로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에 있는 고급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케이트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 이유는 얼마 전부터 남편 숀이 수상쩍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고 내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며 케이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한다. 그래서 케이트는 숀이 분명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믿고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핸드폰에 남겨진 메시지를 몰래 확인한다. 거기서 놀라운 내용을 발견하게 되는 케이트. 숀의 불륜 대상은 바로 3명의 친구들 중 한 명이다!!

"당신이 한 말이 계속 생각나.

한마디, 한마디가 진심이었어.

나랑 다시 얘기하자.

K가 뭔가 의심하지는 않고?

K는 전혀 모르고 있어.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어.

우리, 프랑스에서 결정하는 거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메시지를 읽고 난 이후부터 계속 전전긍긍하게 되는 케이트. 모든 것을 밝히라고 남편을 닦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건지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직업이 범죄과학수사관이라서일까? 불안한 와중에도 숀의 일거수일투족을 더욱더 면밀히 관찰하고 추적하는 케이트. 로언 인가? 아니면 제니퍼인가? 둘도 아니라면 숀과 어린 시절 친구 사이였던 이지인가? 케이트는 도저히 휴가 다운 휴가를 보낼 수가 없다. 남편이 친구들 중 한 명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자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케이트는 자신이 과거에 친구들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떠올린다.

의도적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친구들에게 저질렀던 크고 작은 잘못 들을 떠올린 케이트.. 그중 한 명은 케이트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이것은 과연 사실일까? 그녀의 망상일까? 그런데 실제로 휴가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숀이 잃어버린 결혼반지가 로언의 방에서 발견되고 놀러나갔던 아들 대니얼은 어딘가에서 넘어진 듯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은 채 별장으로 돌아온다. 제니퍼의 두 아들인 제이크와 이선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등의 과잉 행동을 하고 딸 루시는 고민이 있는 듯 내내 어두운 얼굴이다. 과연 평화롭고 즐거워야 할 휴가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와우... 시종일관 조용하던 로맨틱 스릴러가 끝나기 5분 전에 호러로 변하는 것 같은 소설이다. 소설 막판에 이르러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사실 남편을 의심하는 케이트의 광기 어린 집착과 의심 등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책 전반에 맴돌기는 하지만 이 책 [홀리데이]는 중반 이후까지도 그다지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도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마무리할 때쯤 펼쳐지는 엄청난 반전과 거대한 사건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넋을 잃고 책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책장을 넘기는지 책장이 나를 넘기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역시 몇 권의 큰 히트작을 낸 작가는 다르긴 다르다. 작가가 이리저리 뿌려놓은 떡밥들... 그 복선들은 막판에 이르러 잘 조합된 블록이나 퍼즐처럼 제 자리를 알아서 잘 찾아간다. 잘 짜인 플롯과 큰 반전 이외에 이 책에서 감탄했던 부분은, 분명 작가는 남자인데 배신을 암시하는 남편에 대한 주인공 케이트의 불안한 심리를 정말 찰떡같이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결혼한 여자들이 세우는 그 날카로운 촉! 혹은 직감! 과 같은 부분을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 책 [홀리데이]는 진짜 끝까지 읽어야 된다. 이리저리 변죽만 울리는 것 같지만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왜 그런 부분을 언급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갈 것이다. 대반전으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앙큼한 소설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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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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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우리집에 지옥이 세들어 왔다 ”


방이 차고 넘치는 큰 주택의 주인이라고 상상해보자. 경제는 불황이고 거의 폐가가 되기 직전인 쓰러져가는 집에 들어오려는 세입자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럴 때 월세 떼먹고 도망갈 염려없는 다수의 세입자가 들어온다면? 모두가 반길 상황이지 않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세입자들은 원래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가야할 죄인들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 빌려주기로 했다. 아까처럼 죄인들 좀 오갈 거야. 함부로 문 열면 험한 꼴 본다 .”


2021년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읽었다. 리모델링으로 방이 모자라 더 이상 죄인을 수용할 수 없는 지옥에 월세를 내준다는 아주 참신하고도 독특한 설정으로 무장한 소설이다. 되도록 내 삶에서 멀리 떨어져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무시무시한 지옥도가 집안에서 펼쳐지는데, 이상하게도 주인공 서주와 할머니는 별 반감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생전 자신이 남긴 음식 쓰레기를 꾸역꾸역 먹는 형벌을 받은 죄인, 달군 철판 위에서 맨발로 춤을 추거나 줄톱 그물이 떨어지는 순간 살보라가 날리고 거기에 대항하겠다고 자신의 뼈로 무기를 만들어 저항하는 죄인들, 생전에 구업을 지었는지 자신의 혓바닥으로 밭을 가는 형벌을 받은 죄인들 등등등 다채로운 벌을 받는 죄인들의 모습이 이방, 저방, 보일러실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 우주가 나 대신 복수해준다니, 좋잖아.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위한 지옥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까? 어디의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어요. 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서주의 지옥은 그녀가 딛고 선 현실, 바로 여기이다. 함께 사는 할머니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손녀. 다른 가족의 존재는 보이지 않고 그녀가 의지하는 사람은 바로 할머니 뿐이다. 업둥이를 조건없이 키워줄 만큼 따뜻한 사람이긴 하지만 욕쟁이라 불릴 만큼 할머니는 무뚝뚝하고 서주에게 거친 말을 내뱉기 일쑤이다.


예전에는 떵떵거리고 살았을 법한 대저택에 살고 있지만 현재 문은 삐걱거리고 방에는 먼지와 곰팡이가 그득하며 지옥 소속인들 외에는 세입자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할머니의 두 아들 중 장남은 기둥 뿌리 뽑아서 도망갔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둘째 아들은 그 존재를 잊을 만하면 나타나 얼마 남지도 않은 할머니에게 손을 벌린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삐걱대는 할머니와 더 삐걱대는 집,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서주는 외롭기만 한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달콤한 미숫가루를 타주고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해주는 남자가 생겼다? 그는 바로바로바로 지옥의 대장, 악마이다. 끝이 뾰족한 꼬리와 두 개의 앙증맞은 뿔을 가진 그는 분명 악마인데,, 왜 그녀에게 이토록 친절한 걸까? 다른 이의 감정, 그 다채롭고도 변화무쌍한 감정을 즐기고 먹고 사는 듯한 이 악마, 혹시 매일 매일 서주가 경험해야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반한 걸까? 어울리지도 않게 달콤하기 그지 없는 악마와 세상의 온갖 걱정을 다 끌어안고 사는 듯한 여주인공 서주의 달콤살벌한 연애 이야기가 시작되려는걸까? 그러나 그는 분명 악마인 것!!! 서주에게 접근하는 그의 의도가 매우 불온해보이기까지한데....

로맨틱 판타지 스릴러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은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였다. 설정도 독특했지만 여주인공과 할머니의 티키타카가 재미있었고 예상을 훨씬 벗어난, 젠틀하기 그지 없는 악마의 존재가 재미를 더하였다. 지옥은 말그대로 무시무시했으나 그가 타주는 미숫가루와 만들어주는 죽은 엄청나게 맛있고 달콤하였으니.... 뭔가 색다른 소재의 책을 찾는 독자가 있으면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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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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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비는 이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너무나 소중한 것, 다시는 못 볼 것을 그리워하듯

까슬까슬한 손으로 몇 번이고 그 얼굴을 쓰다듬다

이비를 끌어안았다.

” 살아야 한다, 반드시 너만큼은 살아야 한다. “

이비와 박비..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두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특히 k드라마에 많이나오는 출생의 비밀과 엇갈린 운명을 다루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 오해할 수 있겠지만,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상상을 더한 퓨전 역사극이라 그런지 은은하게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가 오히려 품격있다고 느껴졌다. 역사적 격변 속에서 나 자신과 나의 뿌리를 잃어버린 채 떠돌며 살아가야했던 실제 우리 조상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전라감사 이극균에게는 천방 지축 뛰어다니는, 마치 사내아이 같은 딸이 한 명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비, 공중 제비가 특기인 그녀는 흰 말을 타고 다니고 허구헌날 복숭아 나무에 올라가 있다. 혹시나 다칠까봐 그녀를 항상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는데 그는 바로 관비 박비이다. 키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 덕에 많은 양반집 마님들이 탐내는 박비... 그러나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원래는 명나라에서 서커스 단원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컸던 이비는, 마침 명나라를 방문했던 이극균의 눈에 띄어 수양딸로 오게 되었다. 같은 핏줄이아닌 가족들 틈에서 마음 둘 곳 없던 이비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녀이다. 그러던 어느날 세력가인 한명회가 보낸 분순어사 정훼가 이극균의 흠을 잡으러 전라도를 찾아오고, 마침 말을 타고 뛰어가던 이비를 발견한 그는 공혜 왕후를 꼭 닮은 그녀를 보고는 자신이 본 것이 진짜 사람인지 혼백인지 헷갈려한다.

공혜왕후는 후에 성종으로 불리는, 소년 왕 이혈의 아내였으나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 숨진 상태다. 여기서 질문이 생겼다. 왜 정훼는 이비를 공혜왕후로 착각한 것일까?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인 내가 알쏭달쏭해 있는 사이에, 정훼는 혼백의 정체를 찾는답시고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고, 그런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핀 이극균은 박비를 보내서 웬 땡중같은 스님을 데리고 오는데, 그가 바로 금오신화의 작가 김시습이었다. 김시습은 이비에게 남장을 시켜고 박비를 대동시켜 먼 지역으로 떠나보낸다. 갑작스럽게 정처없는 길을 떠나게 된 박비와 이비... 과연 이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과연 무엇일까?

정치 권력, 그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자손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되는 건지...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나는 수양대군과 계유정난,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 사이의 관계를 겨우 파악했다. 그리고 금오 신화를 쓴 주인공 김시습이 빼어난 글솜씨 뿐 아니라 뛰어난 무예를 가진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그처럼 이 책 [비와 비]는 이비와 박비의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 원래 내가 생각했던 것 ) 혼란스러웠던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해야했던 많은 사람들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한 번 읽는 것 보다는 2번 3번 읽게 되었을 때 책의 진가를 파악하기가 쉬웠다. 작가님이 한꺼번에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고 조금씩 이야기의 진상을 풀어낸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가 추리 소설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몽유도원도를 보게 되면 허투루 볼 것 같지 않다. 많은 눈물과 사연을 담고 있는 한 폭의 그림... 그 그림이 책 안에 실린다면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도 든다. 사랑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듯한 아련한 소설.. [비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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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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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화로웠던 삶이 편지 한 장으로 송두리째 바뀐다면...

그가 나에게 결코 하지 못한 수많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쪽지 한 장만을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미칠 듯 분노하다가 좌절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지구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결심으로 그 혹은 그녀의 행적을 찾아헤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의 주인공 해나는 후자를 선택하였고, 그녀는 쪽지만 남긴 채 연기처럼 사라진 남편 오언을 찾기 위해 그의 과거를 역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채 갑자기 사라진 남편 오언,,, 그가 숨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별 탈 없이 흘러온 결혼 생활이었다. 훌쩍 커버린 십 대의 딸을 둔 돌싱남 오언과 해나는 정말 우연히 만났다. 해나가 뉴욕에서 선반공으로 일했을 시기, 오언이 다니던 IT 회사 " 더 숍 "의 사장 아베트는 해나가 만든, 투박하지만 고급스러운 질감을 가진 가구의 주요 단골이었고 마침 아베트를 따라왔던 오언와 해나가 서로 첫눈에 반해버린 것.

그들은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지만, 새엄마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십 대 딸 베일리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언은 "당신이 보호해 줘"라는 알아듣기 힘든 쪽지를 해나에게 남기고,

딸 베일리에게는 "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을 거야. 부디 네 일을 열심히 해줘"라는,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는 암호 같은 문장이 섞여있는 손편지와 100달러짜리 지폐 수백 다발이 담긴 더플백을 남긴 채 사라진다. 그리고 오언의 실종과 더불어, 오언이 다니던 회사 "더 숍"의 CEO인 아베트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FBI에 곧 체포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 해나. 그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오언과 해나가 살고 있는 수상 가옥으로 찾아온 연방 법원 집행관과 FBI 요원들... 해나는 생각보다 남편 오언이 심각한 문제에 휘말리게 되었고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비밀을 그가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오언을 찾기 위해 해나와 베일리는 본격적으로 그의 과거를 역추적하기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들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나가 떠올리는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서 오언이 다소 이상하고 미심쩍은 행동과 말들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진짜 오언 찾기"라는 이 추리에 해나와 함께 동참하게 된다. 현재의 추적에서 모아진 퍼즐들과 과거의 회상에서 드러난 그의 이상한 모습이라는 퍼즐들,

즉, 완성되지 못한 "오언의 본모습"에 대한 퍼즐이 모아지고, 그것은 해나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데...

" 나는 그 남자를 '안다.' 증거들은 모두 반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도 오언을 안다고 믿는다. 여전히 그를 믿는다는 건, 그리고 그런 나를 믿는다는 건 관점에 따라 나를 충실한 배우자로 보이게도, 완벽한 바보로 보이게도 할 터였다. 그저 그 둘이 같은 것으로 판명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당신의 옆에 있는 남자가 당신이 생각하는 " 그 남자 " 가 과연 맞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작가 로라 데이브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불완전한 단서를 기반으로 거대한 진실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한 강인한 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꼭 커다란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누가 죽어나가야 스릴러인 것은 아니다. 다 안다고 여겼던 친밀했던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완전한 타인으로 변해버린 사건도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 아닐까?


사건이 터진 이후, "남편 찾기"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격, 돌진하는 해나 덕분인지 이 소설은 대단히 가독성이 높고 속도감도 뛰어나다. 로맨틱 스릴러이자 심리 스릴러인 이 책은 의심과 확신 가운데서 이리 저리 흔들리는 불안한 여주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과연 오언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녀를 기다리는 거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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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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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미제 연쇄살인 사건 아시죠?

제가 진짜 범인이에요. 

그쪽이 모방한 사건 말이에요.”

"철수 삼촌"이라니? 조금만 가까워지면 생판 남이라도 "삼촌, "이모" 등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나라에서 좀 더 친근하게 타인을 대해보려는 노력 인건 알겠지만, 연쇄 살인범에게 웬 삼촌? 게다가 이 책 [철수 삼촌]의 부제는 바로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 살인범"이다.

연쇄 살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데, 한 집에서 살고 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강력계 베테랑 형사와 살인범이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된다니, 우선 이야기 설정 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어떤 심각한 상황과 사연을 예상하고 읽었는데,  웬걸, 이 책 [철수 삼촌]은 약간 가볍다고 느껴질 정도의 해프닝으로 이루어진 블랙 코미디 같았다. 물론 범죄가 발생하고 누군가가 죽는 비극적 상황이 연출되기는 하지만,

약간의 무거움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의 재기 발랄한 유머가 자리 잡은 이 책 [철수 삼촌]으로 들어가 본다.

딸과 아들의 조기 유학 문제로 가족들을 모두 캐나다로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강력팀 형사 두일.  형사 월급이라고 해봐야 빤한데 비해 가족들이 유학 생활 동안 쓰는 돈이 만만치가 않다. 직장 동료들을 비롯하여 이쪽저쪽 돈을 빌려 급한 불을 껐지만,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았던 두일은 결국 사채업자 춘식의 돈을 빌리게 된다. 그러나 빚은 정신없이 늘어만 가고 그나마 있는 돈은 아내에게 보내느라 제날짜에 춘식의 돈을 갚지 못하게 된 두일은 그의 집요한 스토킹과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춘식과 따로 만난 두일은 몸싸움을 벌이다가 실수로 그를 죽이게 되고,

고민 끝에 춘식이 마치 10년 전 활발히 활동했던 연쇄 살인범의 손에 죽은 것처럼 꾸민다.

춘식은 무릎을 꿇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포대 자루를 덮어쓴 모습으로 발견되는데, 이는 10년 전 도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 사건과 같은 방식이었다. 다들 속아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결정적으로 춘식의 컴퓨터에는 두일의 이름이 적힌 장부가 있다!! 

동료 경찰보다 먼저 춘식의 사무실에 도착한 두일, 그러나 사무실은 쑥대밭이 되어 있고, 

두일이 찾는 컴퓨터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데 그때 사무실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두일에게 상대편이 하는 말, 

" 어지간히 급하셨나 봐요? 제 흉내를 다 내시고?"

연쇄 살인범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 정말 후덜덜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을 것 같다. 실제로 두일은 철수와 함께 살게 되면서 방문에 여러 종류의 자물쇠를 5개나 다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생각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캐나다에 머물고 있던 가족들이 돈 절약을 이유로 집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사실 철수가 아내에게 비행기 표를 보내주는 등, 중간에서 벌인 일이다. 그의 꿍꿍이는 과연 무엇이고, 두일과 두일 가족들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뭐랄까? 살인과 죽음, 그리고 복수 등등의 키워드가 있기에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지만, 중간중간 깨알 같은 유머가 산재해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웬만한 프로파일러는 찜쪄먹는 철수의 프로파일링 실력이 대단히 놀라웠고, 이야기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꼬맹이 프로파일러 이야기도 즐거웠다. 작가님이 한국의 범죄 역사나 법의학 이런 쪽에 대단히 관심이 많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부분이 소설 속에 충분히 잘 반영되었다고 본다. 무겁지 않고 흥미진진한 추리, 스릴러를 찾는다면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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