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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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우주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김초엽 작가의 신작 <양면의 조개껍데기> 출간 기념 무크지는 내게 또 다른 관점을 열어주었다. SF가 단순히 상상의 영역을 확장하는 장르가 아니라 인간 존재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작은 책자 속에는 작가의 프로필, 편집자와의 인터뷰, 동료 작가들이 바라본 김초엽 작가의 작품과 심완선 평론가의 김초엽론까지.. 알찬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덕분에 신작 <양면의 조개껍데기>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우선 눈길을 끈 부분은 편집자와의 인터뷰였다. 여기서 김초엽 작가는 “인간성의 본질이란 사실 없을 수도 있다”라는 다소 흥미로운 통찰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본질도 고정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그 “한계”야말로 빛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러나 이 무크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단연 심완선 평론가의 김초엽론이다. 그는 김초엽 작가의 여러 작품을 열거하며 세심하게 분석하고 작가의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설명해 준다.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기술 문명이 극도로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안나는 오히려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는 비극을 맞이한다.

평론가는 이 단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술 발전의 낙관론”에 회의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세계관에 대해서 설명한다. 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소외되고 떠밀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는 것. 심완선 평론가의 분석이 나에게 상당히 무척 유익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단순한 휴머니즘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사회의 불평등을 제대로 짚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작품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무크지를 읽고 나니 그녀의 신작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더 차오른다. 특히 <양면의 조개껍데기> 소설에 등장하는 한 몸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 “레몬”과 “라임”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짧은 소개만으로도 이야기의 결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요즘처럼 인간 존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지길 권유하는 시대에 딱 맞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느낌.

김초엽 작가는 이미 SF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작가가 되었다. 인간과 존재를 바라보는 그녀만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선 그리고 독자들을 단번에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서사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무크지는 단순한 출간 기념물을 넘어서서, 앞으로 펼쳐질 활동에 대한 기대를 가득 심어줄 뿐 아니라 김초엽이라는 세계에 풍덩 빠지게 해준다. 작지만 알찬 내용이 있었던 김초엽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출간 기념 무크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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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형사 : chapter 3. 꿀벌의 춤 강남 형사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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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인은 늘 뒤에 숨어 있어

앞에서 설치는 놈들은 대개 소모품이지

형사 같지 않은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를 가진 박동금 형사의 활약이 빛나는 범죄소설 시리즈 “강남 형사”의 3편이 독자를 찾아왔다. 1편, 2편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느낌이 팍 왔다. 책을 읽자마자 몇 년 전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여러 연예인들을 둘러싼 범죄 사건이 딱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법 약물과 성 접대가 판을 쳤던 그 역겹고 추악한 사건...... 과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한때 연예계를 주름잡았지만 이제는 노블러스 클럽의 대표로 살아가는 은퇴한 연예인 호진. 그는 마이클 홍이라는 인간과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미인계를 이용하여 부자들을 꼬여내 투자를 받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큰손 코지마가 한류스타인 세인에게 푹 빠져있다는 점을 알고는 드라마 출연을 조건으로 세인을 클럽으로 불러내는 호진. 이혼 후 일이 간절히 필요했던 세인은 어쩔 수 없이 코지마 접대 자리에 나가게 되고, 호진 일당은 그녀의 디저트에 이른바 “물뽕”이라는 약물을 타게 되는데....

한편 AI 엔터테인먼트 소속 대표 연예인인 유라가 자신의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약 10일 전에 유라의 사촌 언니인 설희의 소개로 유라를 만났던 박동금 형사.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유라의 죽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가게 되는 박동금과 강력 수사팀. 유리가 죽은 장소는 지나칠 정도로 깨끗했으나 그녀의 팔목에는 엄청난 주삿바늘 자국과 멍 자국이 발견되게 되고...... 박동금 형사는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을 유라의 휴대폰을 찾게 되지만 시신 최초 발견자인 황 팀장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과연 유라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이 책 <강남 형사 Chapter 3 : 꿀벌의 춤>에서는 꿀을 찾으면 여왕벌 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꿀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나온다. 말하자면 꿀을 빠는 졸개들이 있고 그들이 밟고 있는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 어떤 큰 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암시 같았다.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이 무대에서 진짜 밤의 황태자는 따로 있다는 말을 이 책이 하고 있는 듯. 꼬리 자르기를 통해서 자신의 범죄를 숨기는 진짜 범죄자들... 한국 사회가 발전을 해온 만큼 더 뿌리 깊고 넓게 퍼진 범죄의 세계를 엿본 느낌이었다.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하던 가운데, 박동금 형사를 비롯한 수사대는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프로포폴 주사를 놔주는 것으로 유명한 주사 이모를 잡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수사가 진전되는 가운데 터진 충격적인 소식... 유라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업체에서 찾아낸 충격적인 성관계 동영상.. 동영상으로 인해서 한국 사회는 뒤집어지게 되는데...... 이 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경찰들의 실제 사건 수사를 들여다본 듯한 생생한 현장감으로 가득한 책 <강남 형사 Chapter 3 : 꿀벌의 춤> 진상을 밝히려는 자들과 모든 것을 덮으려는 자들의 숨 가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비록 현실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범죄 사건이 어떻게 해결로 이어지는지 보고 싶다면 반드시 한번은 읽어봐야 할 교과서와 같은 책 강남 형사 시리즈의 <강남 형사 Chapter 3 : 꿀벌의 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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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하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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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티븐 킹 작가의 단편 소설집인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세트 구성 중에서 “하”편을 읽게 되었다. 총 7편의 단편 중에서 첫 번째 작품 “슬라이드 인 도로에서”를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왜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단편은 평범한 일상의 단면이 갑자기 공포스러운 순간으로 급 유턴하는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역시 스티븐 킹은 어둠의 제왕이다.

이 책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매우 짧지만 짜릿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무게감 있는 서사가 있는 다소 긴 이야기들도 있다. 각 이야기들은 초자연적 현상과 죽음의 공포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평범했던 삶이 갑자기 뒤틀리는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웃과 짧게 소통하던 친숙한 공간이, 친척을 만나러 가는 즐거운 여행길이 어느덧 죽음으로 향하는 낯설고 섬뜩한 공간으로 변해있다면,,,, 소름 돋지 않을까?

<슬라이드 인 도로에서 >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할빠의 누이, 즉 고모할머니를 만나러 온 가족이 여행을 하던 중 전소된 호텔이 있었던 땅에 잠시 멈추게 되는 가족들. 어린 빌리는 시커먼 물이 고인 길쭉한 구멍과 낯선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슬금슬금 다가오는 공포와 놀라운 반전이 흥미로웠다. <빨간 화면> 답을 알 수 없는 음모론과 미스터리 공포물을 떠올리게 했던 단편... 과연 지구는 인간의 몸을 차지한 외계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걸까?

<방울뱀> 끔찍한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었던 주인공. 그처럼 쌍둥이 아들을 잃은 이웃인 엘리 벨은 마치 그들이 살아있는 듯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빙의를 소재로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주인공을 그려내는 서늘한 작품... 삐걱거리는 유모차 소리가 아직까지도 들리는 듯. 미국에도 귀신 쫓는 굿이 필요하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공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러브 크래프트 작가에게 바치는 작품일까? <앤서 맨>은 한 인간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그려내는 듯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들이 노년에 이르렀거나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길었던 삶을 되돌아보며 상실과 애도 혹은 늦은 나이에 찾아온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 노년에 접어든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특히 <앤서 맨>은 어쩐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동시에 배어 있고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도 다루는 듯하다. 공포는 말할 것도 없고, 유머와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스티븐 킹 작가의 단편집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하>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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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수업 - 스스로 만들어 낸 걱정과 불안에 지친 이들을 위한 안정감 회복 솔루션
쑤쉬안후이 지음, 김소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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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해결책 – 안정감

나는 어릴 적부터 인간관계를 잘 맺는 일에 서툴렀다. 그때는 이유를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여기서 이야기하는 “안정감”이 좀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성이 상위에 있는, 권위적인 집안이라는 배경에서 딸 중에 막내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매번 내가 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이었다. 나이가 먹고 심리학 도서를 많이 탐독한 후에야 비로소 내면의 허약함을 알 수 있었고 심리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서 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대만 출신의 상담 심리사 쑤쉬안후이 작가의 책이다. 이 분은 사회 복지사로 경력을 시작해서 벌써 25년째 이 분야에서 강의와 워크숍을 비롯하여 많은 책도 발간했다고 한다. 일을 하는 동안 얼마나 “안정감 부족”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딱 꼬집어서 “안정감 수업”이라는 책을 냈을까? 이 책은 내면의 안정감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에서부터 ( 손상된 애착 관계 ) 와 안정감 수준에 따른 삶의 노선 ( 안정감 추구, 성취감 추구 ) 그리고 안정감을 다시 습득하는 방법까지 아주 알찬 구성으로 되어 있다.

35쪽에 “손상된 애착 관계와 남겨진 과제”에서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애착 관계의 손상이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다룬다. 가정에서 얻은 상처로 인해 부모를 향한 사랑은 멈추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을 멈추게 되는 경우, 이러한 잘못된 신념이 무의식적으로 내면에 각인이 되어 이후 어른이 되어서 심각한 심리적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안정감 결핍”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의식적 훈련과 회복 과정을 통해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3장 “안정감 수준에 따른 두 가지 삶의 노선”을 보면 안정감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우리 삶이 광범위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결핍 때문에 안정감을 추구하는 노선을 택하는 사람들은 평생 생존을 위해 싸우고 불안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은 반면, 안정감이 갖춰져 있어서 성취감을 추구하는 노선을 택하는 사람들은 불안 요소가 없기에 일찍부터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만들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안정감 결핍으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다 오히려 지쳐버린다는 것... 이 책은 내 안의 기초체력을 다지자고 설득한다.

이 책의 경우 안정감을 둘러싼 여러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그뿐 아니라 구체적인 회복 방법도 잘 제시하고 있다. 총 10단계의 과제가 제시되는데, 1단계인 “나에 대한 인식 재정의하기”부터 3단계 “감정을 달래고 조절하기” 와 6단계 “통제 불가능한 요인 받아들이기” 등 스스로를 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사람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차근차근 제시된다. 아마도 이 과정을 잘 수행해 나가면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정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고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안정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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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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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란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신경과학자 수전 배리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책 <디어 올리버>는 이 두 사람이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은 책인데 단순히 의견 교환만 다루지 않고 10년간의 우정, 특정 주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삶의 의미를 진실 되게 담아낸다.

수전 배리는 어릴 적부터 사시라는 눈 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전문가들조차 교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끊임없는 도전 끝에 결국 입체시를 회복한다. 그전까지는 세상이 마치 도화지의 그림처럼 평면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이 놀라운 경험을 올리버 색스 박사에서 전달하며 시작된 편지 교환은 단순히 의학적 사례에 대한 논의를 넘어 10년간에 걸친 우정어린 교류로 이어지게 된다.

두 사람이 다 전문가라서 그런지 이들의 편지는 가끔 난해해서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편지는 상호 존중과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배리의 경우 사시 질환과 입체시라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깨달음과 연구 내용을 전달하고 올리버 색스 박사는 이를 사려 깊게 응대한다.

과학과 삶, 웃음과 고민이 뒤섞인 편지... 그들은 점점 동료에서 친구로 또 인생의 동반자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읽다 보면 이 글 전체에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흔여덟 살에 처음 입체시를 얻게 되는 수전의 시각은 점점 넓어지고 올리버 색스는 암으로 인해 점점 시력을 잃어가게 된다. 인생의 아이러니와 유한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상황이랄까?

이 책 <디어 올리버>에는 손으로 적거나 타이핑한 그들의 편지가 실제로 소개가 되는데, 마치 친한 친구들의 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다. 손 글씨와 문장 하나하나 그리고 낙서에 온기와 진정성이 담겨 있고 과학적 주제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삶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 오고 가고 웃음과 눈물이 가득하다.

<디어 올리버>는 두 전문가의 서신 교환이 주를 이루지만 단순히 지식 교류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우정과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특별한 의학적 상태가 계기가 되어서 교류가 시작되었긴 하나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꾸준하게 이어지는 편지 교환... 마지막에는 흑색종 선고를 받고 천천히 삶을 정리하는 올리버 박사의 모습에 코 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굉장히 성숙하고 지적이며 삶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이들의 편지들...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올리버 색스 박사는 어쩌면 “평생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주제로 연구해 온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수전 배리 저자처럼 나도 삶을 매일 새롭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독자들뿐 아니라 우정과 인간적인 연대라는 서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디어 올리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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