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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하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오랜만에 스티븐 킹 작가의 단편 소설집인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세트 구성 중에서 “하”편을 읽게 되었다. 총 7편의 단편 중에서 첫 번째 작품 “슬라이드 인 도로에서”를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왜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단편은 평범한 일상의 단면이 갑자기 공포스러운 순간으로 급 유턴하는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역시 스티븐 킹은 어둠의 제왕이다.
이 책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매우 짧지만 짜릿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무게감 있는 서사가 있는 다소 긴 이야기들도 있다. 각 이야기들은 초자연적 현상과 죽음의 공포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평범했던 삶이 갑자기 뒤틀리는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웃과 짧게 소통하던 친숙한 공간이, 친척을 만나러 가는 즐거운 여행길이 어느덧 죽음으로 향하는 낯설고 섬뜩한 공간으로 변해있다면,,,, 소름 돋지 않을까?
<슬라이드 인 도로에서 >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할빠의 누이, 즉 고모할머니를 만나러 온 가족이 여행을 하던 중 전소된 호텔이 있었던 땅에 잠시 멈추게 되는 가족들. 어린 빌리는 시커먼 물이 고인 길쭉한 구멍과 낯선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슬금슬금 다가오는 공포와 놀라운 반전이 흥미로웠다. <빨간 화면> 답을 알 수 없는 음모론과 미스터리 공포물을 떠올리게 했던 단편... 과연 지구는 인간의 몸을 차지한 외계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걸까?
<방울뱀> 끔찍한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었던 주인공. 그처럼 쌍둥이 아들을 잃은 이웃인 엘리 벨은 마치 그들이 살아있는 듯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빙의를 소재로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주인공을 그려내는 서늘한 작품... 삐걱거리는 유모차 소리가 아직까지도 들리는 듯. 미국에도 귀신 쫓는 굿이 필요하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공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러브 크래프트 작가에게 바치는 작품일까? <앤서 맨>은 한 인간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그려내는 듯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들이 노년에 이르렀거나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길었던 삶을 되돌아보며 상실과 애도 혹은 늦은 나이에 찾아온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 노년에 접어든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특히 <앤서 맨>은 어쩐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동시에 배어 있고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도 다루는 듯하다. 공포는 말할 것도 없고, 유머와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스티븐 킹 작가의 단편집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하>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