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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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이 데려간 사람은 악마와 나란히 손을 잡고 온다

링곤베리 소녀 중

 

늪이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이미지는 일단,, 불길하다,, 가 아닐까? 다큐멘터리에서 동물들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늪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도 아마 비슷한 공포를 느꼈으리라. 늪 근처에만 가면 실종되는 사람들.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늪지대에 살고 있는 사악한 영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라고. 그 강력하고 사악한 영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숭배했을 사람들. 그들은 영적인 힘이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전에 제물을 바쳤을 것이다. 도구, 음식, 동물..... 그리고 때로는 그게 인간이 될 떄도 있었다.

 

이 책은 늪지 주변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실종을 추적한 한 사진 예술가와 자신의 인생에서 결코 얻을 수 없었던 해답을 찾고자 고향을 찾아온 한 생물학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나탈리에는 생물학자이다. 그녀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늪지대의 온실가스를 조사하고자 자신의 고향인 모스마르켄 지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조사차 온 것은 핑계이고 그녀에게는 더 큰 목적이 있다. 평생 그녀를 괴롭혀온 문제,, 한밤중에 들리는 " 똑똑똑 " 소리에 잠을 깨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으며, 자신을 품어준 양부모에게 평생 마음을 닫았던 그녀.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겼던 그 과거에 대한 해답을 얻으러 왔다. 그러나 혼자서 조용히 해답을 얻고 돌아가려던 그녀의 삶에 요한네스라는 남자가 뛰어든다. 사랑했다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을까봐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그녀. 그런데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멈추어버린다. 바로 그녀가 겪었던 과거의 그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녀는 집을 뛰쳐나가는데......

 

마야는 범죄현장을 찍는 법의학사진작가이다. 부모님이 예술가였고 어머니가 경찰관이었던 그녀는 사건 현장을 사진에 담거나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시신을 찍는 과정에 매료된다. 죽음을 혐오하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죽음에 매혹되기도 한다. 그녀는 레이프 형사를 통해서 최근 늪지에서 한 청년이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사건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런데 마야는 그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늪지 근처에 있는 덤불 사이에서 구부정하고 흐릿한 형체를 발견한다. 그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시신들은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된 사람들은 안식을 얻을 수 없었다.

늪지는 새로운 제물에 굶주려 있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기처럼 늪지에서 사라져버렸다. 19세기 토탄을 캐던 농부도, 예란 달베리라는 사람의 아내도, 그리고 페테르와 위본네 부부는 트레이시라는 딸을 늪지에서 잃었다. 사악하고 강력한 영들이 늪지에서 진을 치고 있으면서 가엾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때!!!! 역사적 유물인 링곤베리 소녀와 비슷한 방식으로 죽음을 당한 시신이 늪에서 발견된다. 링곤베리 소녀는 기원전 300년 경에 살았을 것이라 추측되는 미이라로써 늪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장대에 꽂힌 채 늪 속에 묻혀 있었다. 아마도 풍년과 다산을 위해 신에게 바쳐진 제물이었을 그녀.

 

마야는 이 사건들 추적한다. 탐문 조사를 통해서. 그리고는 예란 달베리라는 독특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양자 역학을 연구한 이론 물리학자였지만 실종 사건이 모스마르켄 지역, 구체적으로는 늪지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패턴을 발견했던 사람이다. 경찰에게 끊임없이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이 되었고 경찰이 더 이상의 수색을 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그는 사람들이 실종되는 이유를 영적인 세계를 통해서 찾게 된다. 초자연현상에 대해서 닥치는 대로 연구했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령은 존재에 대한 부정이자 비어 있음이거든요. 

하지만 존재의 부재인 비어있음은

막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어요. 일종의.... 굶주림이죠. 

 

과연 늪의 영혼들이 사람들을 유혹하여 스스로 늪에 몸을 던지게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시신의 몸에 꽂혀있던 장대와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동전의 존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두려움이 커지면 공포가 된다. 때로는 공포가 악습을 낳기도 하고. 죽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라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 늪 " 이라는 소재로 서늘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공포를 낳은 수산네 얀손 작가. 그녀 덕분에 북유럽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차가운 스릴러를 만날 수 있었다. 긴박하고 짜릿한 스릴보다는 조용하게 다가오는 공포를 원하신다면 오늘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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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고 미워했다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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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했던 누군가가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찾아 가는 이야기!


누군가를 심하게 사랑하거나 미워해본 적이 있는가?   활활 타오르는 내면의 불꽃 때문에 스스로가 타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재가 되어 남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거나 미워하게 되면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증오로 변할 때 그 힘은 무시무시하다.   자신을 휘두르고 또 휘둘러 자아 정체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가구 수도 얼마 안되는 아주 작은 섬인 라스섬. 그 섬에 쌍둥이 자매 사라 루이스와 캐롤라인 그리고 그녀들의 부모와 약간의 노망기가 있는,, 성경 구절을 좋아하는 할머니가 살고 있다. 동생인 캐롤라인은 태어날 때부터 약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가족들의 염려와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자라면서 밝은 성품을 가지게 되었고 음악에도 특히 소질을 보인다. 그에 따라 식구들 뿐만 아니라 라스섬 주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언니인 사라 루이스는 그러한 뛰어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 늘 소외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있다. 하지만 묵묵히 게를 잡아서 생활비를 보태고 온갖 집안일을 하며 자신을 희생한채 살아간다.

 

많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본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 형, 언니, 동생으로 불리어지고 중심에 서 있는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소외되면서 혼자만의 컴플렉스를 키워가는 경험.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하는 우리말 속담이 있긴 하지만, 사실 깨물어서 아픈 손가락과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들에 대한 은근한 차별은 나라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차별받는 상황에 집착하고 질투하다보면 점점 중심을 잃게된다. 즉 점점 스스로를 잃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라 루이스는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항상 우위에 있는 동생 캐롤라인을 질투하게 되고 싫어하는 감정은 급기야 걷잡을 수 없는 증오로 나타나게 된다.   


“ 캐롤라인과 엄마가 탄 연락선이 침몰했다거나,

더 자주는 택시가 충돌해 캐롤라인의 사랑스러운 몸이 불타서 한 줌 재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꿈속에서 늘 두가지 감정을 느꼈다.

이제 캐롤라인에게서 벗어났다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 그리고 ∙∙∙죄의식”(p. 98)


주인공은 게 잡이 친구였던 콜,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선장 할아버지를 동생에게 모두 빼앗기게 된다. 콜은 동생과 결혼을 하게 되고, 선장할아버지는 동생에게 미래에 대한 기회의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주인공은 동생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생각하고 좌절하지만, 이 때 선장 할아버지의 한 마디에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시도를 한다.

 

 

“사라 루이스. 아무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얘야, 하지만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단다.”(p. 280)

 

할아버지의 그 말을 계기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간호학부로 입학해 산파술 교과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우연히 조산원을 모집하는 게시판을 보고 경험을 쌓으러 그곳에 가게된다. 운명이 그녀를 돕고 있는걸까?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도 낳는다. 라스섬을 벗어남과 동시에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삶의 걷게 되는 사라 루이스. 그녀는 여러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면서 비로소 진짜 사라 루이스라는 이름을 찾게 된다. 운명은 그녀에게 기회를 앗아가 쌍둥이 동생에게만 행운을 앗겨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고 자신의 진짜 운명을 개척하게 된 사라 루이스. 그녀의 성장이 아름답고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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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 정리
야노 미사에 지음, 이해란 옮김 / 국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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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코난과 함께 살게 된 지도 어언 4개월이 되었어요. 처음 왔을 땐 콩만 해서 건드리면 부서질까, 혹시 불면 날아갈까 조심조심 키웠는데 이젠 책상과 침대 사이를 날아다니고 테이블과 소파 사이를 날아다니는 용맹한 캣초딩이 되었어요. 이빨 때문인지 잘 깨무는 것 이외에는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생겼어요. 고양이 냄새가 심하게 나고 코숏임에도 불구하고 털이 마구마구 날리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제가 혼자 산다면 어찌어찌 참을 수 있겠지만 가족들이 있어서 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답니다.

 

그런데 고민을 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나보다 선배이신 집사분들의 청소 노하우를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었어요. 이 책을 쓴 야노 마사에라는 분은 현재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포토스타일리스트라고 합니다. 구독자 수가 13만 명이 넘는 인기 블로그 < 인테리어와 생활의 힌트를 >를 운영한다고 하네요. 정리 정돈 특강을 한다는데.. 흠 들어보고 싶어요. 2017년 봄, 고양이들과 함께 오사카에서 가나가와로 이사하여 ' 고양이가 좋아하는 생활'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 나온 분들은 고양이를 그냥 동물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지 않고 진정한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있어요. 고양이가 좋아하는 청소법이 뭔지 어떤 식으로 집을 정리해야 그들에게 맞는 건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사진과 함께 고양이 청소 정리 법이 세세하게 나와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따라 할 수 있는 친절한 책인 것 같아요.

 

고양이 코난과 함께 하는 삶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단 화장실이었어요. 화장실 모래는 무엇을 써야 할지.. 냄새는 어떤 식으로 없애면 좋을지.. 모래는 얼마나 자주 갈아주면 좋을지.. 참으로 고민도 되고 걱정도 되었어요. 두부 모래는 싫어한다는데.. 그냥 모래를 쓰면 온 집이 사막화가 된다고 하고.. 그런데 이 책에 고양이 화장실 관리법이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빙고!! 화장실을 어떤 식으로 청소하면 될지 각 집사마다 노하우가 약간씩 달랐지만 좋은 팁이 너무나 많았어요. 맛동산과 감자 ( 고양이의 배설물 ) 를 삽보다는 방취 봉지를 이용해서 그대로 주워서 버리면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살균 탈취제 이야기는 이제서야 깨닫고 하나 구입했고요. 한 달에 한 번씩 꼭 화장실을 탈탈 털어 씻고 말려줘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네요.... 이외에도 집사와 고양이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리 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고양이털 정리하기, 고양이 식기는 어떤 것이 좋은지, 고양이 용품은 어떻게 정리하면 좋은지.. 등등등 집사님들이 알아야할 정보들이 A 부터 Z 까지 나와 있어요. 대부분은 사진이라 보기에도 편하구요. 꼭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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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해석하지 않고 읽는 법 - 어떤 영문도 피할 수 없는 Reading Patterns 120
황준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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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어휘도 어느 정도 알고 듣기도 되는데 독해가 제대로 안된다면? 무슨 문제일까요? 10년, 20년 영어 공부 아무 소용 없다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좌절하고 있기보다는 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영어가 바로 이해가 되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저는 10년 넘게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라는 과목을 가르쳐왔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라는 과목 때문에 좌절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었죠. 특히 시간 투자에 비해서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저렇게 열심히 외우고 공부하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는 아이들. 저의 여전히 고민은 - ing 즉, 진행 중이에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쉽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책들을 뒤졌어요. 방법을 찾는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을 써먹는다고 해서 아이들 영어 성적이 바로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도움이 많이 된 책들이 있었어요. 이 책 < 영어를 해석하지 않고 읽는 법 > 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평소에 단어도 많이 외우게 시키고 문법 공부도 많이 시킨 아이들이 독해 지문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당연히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는 뜻이죠. 이 책을 보는 순간 느꼈습니다. 그냥 문법과 독해를 위한 문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요.

 

저자 황 준 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문법 규칙들을 무작정 뒤섞는다고 해서 문장이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 뜻이 통하는 ' 문장을 만드는 조건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죠. 모국어를 쓸 때도 문법을 총동원해 최대한 복잡하게 구사하지 않듯, 자주 보고 read 듣고 listen 말하고 speak 쓰는 write 문장 구조는 정해져 있게 마련입니다. 창의력이나 분석력이 아닌 ' 읽는 능력 ', 즉 문해력 평가에 중점을 두는 수험영어는 더더욱 그렇고요."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휘력이 아무리 풍부해도, 문법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조합해서 문장으로 엮어낼 수 없다면, 문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 말짱 헛공부 한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책 속엔 반가운 문법들이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방식과 저자가 설명한 방식이 약간 달랐어요. 제가 각종 문법 용어를 동원하며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면 (?) 저자 황 준 님은 되도록 쉽게 문법을 설명한 부분이 보였어요. 그리고 해석이 쉽게 될 수 있도록 적용한 부분이 보였죠.

 

사실 이 문법은 5형식 문장이라는 문법 용어를 써서 주구장창 가르치는 파트에요. 그동안 얼마나 기계적으로 문법을 가르쳐왔는지 반성했답니다. 영어 문장의 특이성을 설명하고 어떻게 우리말로 해석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게 책의 포인트인 것 같네요. 책 속엔 이런 해석을 위한 문법이 120개나 들어있어요!!! 따로 힘들게 문법서를 공부하지 않아도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문법 사항은 다 들어있었습니다.

 

쉽게 문법을 익히고 나면 옆에 이렇게 독해 지문과 질문이 나와 있어서 배운 부분을 제대로 익혔는지 점검해볼 수 있어요. 문장의 이해도가 그전에 비해서 훨씬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겠죠? 만약에 이 책을 가지고 선생님과 학생이 혹은 어머니와 자녀가 공부를 한다면, 간단한 문법은 선생님과 어머니가 설명을 해주고 학생과 자녀가 스스로 독해를 해보도록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정 부분의 문법 설명과 독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파트가 끝이 나면 이렇게 문법 문제를 풀이하는 부분이 있어요. 배운 부분을 잊지 말고 꼭 짚고 넘어가라는 저자의 친절한 배려인 듯 싶습니다.

 

딱딱한 문법 설명서는 이제 가고, 친절하고 재미있고 쉬운 문법 설명서가 찾아왔네요. 학습서 같지 않은 깔끔하고 예쁜 표지는 덤입니다. 저자의 오랜 강의 경험과 출판물 편집 경험이 이렇게 좋은 책의 발간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영어 독해 지문을 막힘없이 술술 읽고 싶다면 이 책 < 영어를 해석하지 않고 읽는 법 > 을 반드시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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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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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나를 너무 잘 알고 세상과 영원히 타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면 그건 더 큰 불행이 아닐까? 대만의 천재적인 소설가 구묘진의 < 악어 노트 > 는 시대를 앞서갔던, 그리고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한 젊은이의 실험적인 소설이다. 사회가 규정하는 젠더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젠더 감수성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퀴어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에 이런 작품을 대해보지 못해서 읽는 동안 혼란스러움을 좀 느꼈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을 특정 성에 묶어두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 그 " 라고 일컫는 바람에 생경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즉, 일반 사람들처럼 인간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레즈비언이었던 구묘진 작가가 자신의 삶을 소설에 많이 투영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 라즈 " 는 본인을 악어로 규정한다. 악어는 태어날 당시 수온에 따라서 수컷이 될 수도 있고 암컷이 될 수도 있다. 젠더 정체성과 감수성이 남달랐던, 아니면 규범적으로 정해진 젠더 정체성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을 악어에 비유하여 성적 소수자에게 무지하고 차별적이며 편견에 찬 대만 사회를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 악어를 보도할 때는 영상 기술적 측면에서 반드시 특수 처리를 해야 하며, 시청자들이 봤을 때 안개 뿌린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 효과는 다른 나라의 위성이 영상물을 받아

최신식 영사기로 카피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

 만약 우리 나라의 악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앞으로 우리는 국제 사회에서 퇴출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시대를 너무 일찍 태어난 것일까? 아마도 그녀가 대학생이었을 당시는, 특히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였으리라. 그런 외부 상황을 내면화시켜버리면 스스로를 혐오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악어 뿐만 아니라 자신을 괴물과 동일시하고 있다.

 

 

“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이 나란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는 한 여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의 환영이며,

 이 환영은 그들의 범주에 든다. 하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마 괴물이다 .”

 

 

 

 

 

 

스토리는 간단하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수령과의 사랑. " 라즈 "와 " 수령 " 은 서로 마음 깊이 사랑하지만 주류에 속하지 않는 사랑 때문에 서로를 밀어낸다. 특히 주인공 라즈는 수령을 일부러 잔인하게 대한다. 마음 속 피눈물이 흘러내림에도 불구하고. 라즈와 수령 커플이 있고, 또 몽생과 초광 커플이 있다. 자신의 성적 지향성 때문에 절망하고 목숨을 끊으려했던 초광을 구해줬던 사람이 바로 몽생이다. 그러나 몽생은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우며 초광을 괴롭힌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랑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몽생은 자신만의 확고한 사랑 철학이 있다.

 

"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복수하려는 것이고, 복수심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또 싸웠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거든.

 이 세 가지는 함께 어우러져 있는 거야. 

 사랑에 의한 강력한 좌절감이 어떤 지점에 이르렀을 떄,

 그러니까 애정 욕구에 집착헤 온몸을 던져 버리는 짓을

아직 지속하거나 끝내지도 못하고 있을 때,

 허무의 동굴에서 빠져 나오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가벼운 공기 속으로 승천하지도 못했을 때는

 오히려 더 큰 절망으로 사랑의 대상에 치명적으로 달라붙게 되는 거야."

 

세상은 그녀에게 어딘가에 속하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매일매일 범죄를 짓는 듯한 느낌을 가지거나 괴물처럼 느꼈다면 삶이 얼마나 피곤했을까? 이 소설은 소설의 일반적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작가의 소설 작법이 특이하다.

아방가르드 영화 및 실험 영화의 비서사적 구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물 흐르듯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다. 마치 콜라쥬를 완성하듯 주인공의 삶의 부분 부분을 찢어다가 소설 속에 녹아내는 저자. 주인공의 일생일대의 사랑인 수령과의 이야기와 자신을 따라다니는 괴짜 몽생 그리고 몽생을 사랑하는 게이 초광 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흩어져서 나타난다. 파편화된 느낌의 소설을 읽다가 이해가 잘 안되어서 그녀가 영향을 받았다는 2명의 소설가 데렉 저먼과 영화 감독 장 뤽 고다르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다.

 

 

데릭 저먼은 극단적으로 실험적인 영화 형식에 자서전적 색채를 입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하려 했던 사적 이야기는 동성애라는 자신의 그리고 타인의 성 정체성과 그 정당성에 집중되어 있다. 그것이 플라톤적 사랑이건 혹은 잔혹한 성 역할의 폭로건 간에 호모섹슈얼리티의 형상화는 그의 영화에 불변의 주제였다.

 

 

장 뤽고다르. 고다르는 장르 관습을 타파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장르 구조를 해체하고 그 문법을 실험 수단으로 역이용했는데, 이는 촬영 및 편집에서부터 믹싱에 이르기까지 영화 창작의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촬영한 <네 멋대로 해라>에서 그는 연속 편집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 파편화된 콜라주를 도입했다. 그가 창안한 점프 컷(jump cut)은 연속성의 부재라는 영상 논리의 파괴를 한층 더 강화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스물 여섯 살의 나이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녀.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작가 구묘진이 남긴 작품은 그녀의 죽음 이후 성 소수자 인권 운동과 이성애 중심인 혼인법 개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논 바이너리 ( 여성도 남성도 아닌, 성별 이분법에 따르지 않는 성 ) 문학의 효시이자 고전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악어는 스스로 소멸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세상에 대한 어떤 회한도 품지 않는다. 작가는 말한다.

 

" 세상은 결국 잘못한 것이 없다. 나의 정신이 나약할 뿐. 우리가 세상의 폭력을 막을 수 없으니 오래도록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 "

 

이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편견에 찬 우리 사회의 벽이 얼마나 견고하고 높은지 알 수 있다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다. 천재적인 젊은이의 방황과 절망 그리고 탈출을 그린 < 악어 노트 >. 많이 난해하고 어려웠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만들고 싶은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꼼꼼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대학 제도는 좋은 것이다. 사망 제도에 비하면 좀 부족해서 차석이 되었지만, 대학은 세 가지 제도인 강요된 교육, 강요된 일자리, 강요된 결혼이 첩첩이 잘 맞물리는 교차점에 있다. 이 세 가지 제도는 인류가 고안한 것 중 최고로 위대한 발명이다. 세 가지 위대한 것이 함께 올라타서 힘을 보태니 오히려 너무 무거운 위대성으로부터 탈출하게 된 것이다. 대학과 사망은 모두 일종의 비상구 같은 도피 제도다 .”

 

 

“ 스스로의 근원과 성욕에 대한 두려움은 두려움이 두려움을 휘저어 섞으며 덩어리로 변하더니 결국 삶 전체가 두려움에 지배되는 공포 괴물로 변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면 반드시 동굴에 살아야겠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

 

 

“ 어려서부터 가족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며 아무리 사랑을 줬어도 나를 구하지 못했다. 우선 기질이 맞지 않았고, 나 역시 근본적으로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마음의 곁을 내주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서 비교적 그들의 상상에 가까운 나를 던져 주었다. 그들은 나의 꼭두각시를 안고 화목한 춤을 춘다. 그것은 인류가 평균적으로 상상하는 반경으로 정확하게 원심을 그린 중심이며, 계산을 통해 투영된 가짜 나의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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