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이미지는 일단,, 불길하다,, 가 아닐까? 다큐멘터리에서 동물들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늪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도 아마 비슷한 공포를 느꼈으리라. 늪 근처에만 가면 실종되는 사람들.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늪지대에 살고 있는 사악한 영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라고. 그 강력하고 사악한 영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숭배했을 사람들. 그들은 영적인 힘이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전에 제물을 바쳤을 것이다. 도구, 음식, 동물..... 그리고 때로는 그게 인간이 될 떄도 있었다.
이 책은 늪지 주변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실종을 추적한 한 사진 예술가와 자신의 인생에서 결코 얻을 수 없었던 해답을 찾고자 고향을 찾아온 한 생물학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나탈리에는 생물학자이다. 그녀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늪지대의 온실가스를 조사하고자 자신의 고향인 모스마르켄 지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조사차 온 것은 핑계이고 그녀에게는 더 큰 목적이 있다. 평생 그녀를 괴롭혀온 문제,, 한밤중에 들리는 " 똑똑똑 " 소리에 잠을 깨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으며, 자신을 품어준 양부모에게 평생 마음을 닫았던 그녀.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겼던 그 과거에 대한 해답을 얻으러 왔다. 그러나 혼자서 조용히 해답을 얻고 돌아가려던 그녀의 삶에 요한네스라는 남자가 뛰어든다. 사랑했다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을까봐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그녀. 그런데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멈추어버린다. 바로 그녀가 겪었던 과거의 그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녀는 집을 뛰쳐나가는데......
마야는 범죄현장을 찍는 법의학사진작가이다. 부모님이 예술가였고 어머니가 경찰관이었던 그녀는 사건 현장을 사진에 담거나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시신을 찍는 과정에 매료된다. 죽음을 혐오하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죽음에 매혹되기도 한다. 그녀는 레이프 형사를 통해서 최근 늪지에서 한 청년이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사건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런데 마야는 그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늪지 근처에 있는 덤불 사이에서 구부정하고 흐릿한 형체를 발견한다. 그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시신들은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된 사람들은 안식을 얻을 수 없었다.
늪지는 새로운 제물에 굶주려 있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기처럼 늪지에서 사라져버렸다. 19세기 토탄을 캐던 농부도, 예란 달베리라는 사람의 아내도, 그리고 페테르와 위본네 부부는 트레이시라는 딸을 늪지에서 잃었다. 사악하고 강력한 영들이 늪지에서 진을 치고 있으면서 가엾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때!!!! 역사적 유물인 링곤베리 소녀와 비슷한 방식으로 죽음을 당한 시신이 늪에서 발견된다. 링곤베리 소녀는 기원전 300년 경에 살았을 것이라 추측되는 미이라로써 늪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장대에 꽂힌 채 늪 속에 묻혀 있었다. 아마도 풍년과 다산을 위해 신에게 바쳐진 제물이었을 그녀.
마야는 이 사건들 추적한다. 탐문 조사를 통해서. 그리고는 예란 달베리라는 독특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양자 역학을 연구한 이론 물리학자였지만 실종 사건이 모스마르켄 지역, 구체적으로는 늪지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패턴을 발견했던 사람이다. 경찰에게 끊임없이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이 되었고 경찰이 더 이상의 수색을 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그는 사람들이 실종되는 이유를 영적인 세계를 통해서 찾게 된다. 초자연현상에 대해서 닥치는 대로 연구했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령은 존재에 대한 부정이자 비어 있음이거든요.
하지만 존재의 부재인 비어있음은
막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어요. 일종의.... 굶주림이죠.
과연 늪의 영혼들이 사람들을 유혹하여 스스로 늪에 몸을 던지게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시신의 몸에 꽂혀있던 장대와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동전의 존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두려움이 커지면 공포가 된다. 때로는 공포가 악습을 낳기도 하고. 죽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라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 늪 " 이라는 소재로 서늘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공포를 낳은 수산네 얀손 작가. 그녀 덕분에 북유럽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차가운 스릴러를 만날 수 있었다. 긴박하고 짜릿한 스릴보다는 조용하게 다가오는 공포를 원하신다면 오늘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