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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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 앞에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담담하고 따뜻한 여덟 편의 이야기

하루하루, 오늘을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걸작 연작 소설

진지하게 읽고 있다가 "풋" 하고 웃게 되는 소설이랄까? 이후 잔잔하게 마음속에 흐르는 따뜻함과 친근함...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만이 가진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에는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기가 막힌 반전 때문에 읽다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뿐 아니라 심장을 간지럽히는 힐링 요소도 가득하다. 소설 [종말의 바보] 속 등장인물들은 3년 후 필연적으로 발생할 지구의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소행성이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된 지 무려 5년이 지났기에 소요사태는 진정된 상황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견뎌야 한다.

배경은 지방 도시 센다이에 있는 아파트 '힐즈 타운'이다. 일종의 연작 소설인 [종말의 바보]에는 힐즈 타운이라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각각의 입주민에 대한 8가지의 에피소드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각자 다르게 반응하겠지만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인간들은 엄청난 절망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폭동과 방화 그리고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아마도 될 대로 되라는 심정 때문에. 그러나 이 [종말의 바보] 속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종말을 맞이한다. 멀어졌던 자식과의 화해 그리고 누군가는 태어날 아이를 기다린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소설 [종말의 바보] 속 여러 에피소드로 들어가 보자.

[종말의 바보]

아들 가즈야는 10년 전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딸 야스코는 이미 그전에 아버지와 충돌한 뒤 가출했다.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지 5년이 흘렀고 이제 3년 후면 영영 이 세상과는 이별이다. 부부는 무서운 영화를 빌려보면서 지구 멸망이라는 공포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시즈에가 남편을 핑계로 딸 야스코를 불렀고, 그들은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서 세상을 떠난 오빠에 대한 추억에 잠기게 되는데... 과연 아빠와 딸은 서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태양의 딱지]

수년간 아이가 없었던 미사키와 후지오 부부. 그런데 세상의 종말을 앞둔 이 시점에 덜컥 아이가 생겼다. 병원에 다녀온 미사키가 임신 8주라는 이야기를 하며 좋아했으나 우유부단한 성격의 후지오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황. 그러던 어느 날 학창 시절 축구부 주장이었던 쓰치야를 만나게 된 후지오. 장애 아들에 대한 쓰치야의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되면서 후지야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농성의 맥주]

10년 전 인질극에 휘말렸던 여동생 아키코는 방송국의 무리한 취재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어머니도 곧 여동생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방송국 놈들 탓이라는 원망을 하게 된 형과 동생 다쓰지는 아나운서 스기타가 머무르고 있다는 센다이 시의 힐즈 타운으로 몰래 잠입한다. 마침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스기타 가족들을 덮친 형과 동생.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들을 모두 쏴 죽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족들이 마시던 맥주에 손을 가져간 순간, 다쓰지가 들고 있던 맥주잔을 쳐내는 스기타의 딸, 이게 뭔 일일까?

만약에 지금으로부터 3년 후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때를 떠올려보니 시골 과수원에 혼자 놀러 갔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언니들은 모두 학교에 가느라 못 왔고 할머니는 농사지으시느라 바빴기에 자연 속에서 나 홀로 숲속 나무들과 곤충들 그리고 물고기들과 놀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는 아마 자연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책 [종말의 바보]는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계속 미워하고 좌절하고 있기엔 3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지 않은가요?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삶을 낭비하고 한다. 비록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현재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따뜻함과 상냥함이라는 토핑이 골고루 뿌려진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소설 [종말의 바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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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
아찔 ARTZZIL(곽유미, 김우리, 도경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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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일은 과감히 포기할 것

잃은 것보다 얻은 것에 집중할 것

나 자신을 사랑할 것

그리고 이 책을 읽을 것 ( 제일 중요한 듯 ㅋㅋ )

닭일까? 오리일까? 어떤 생물체를 닮은 캐릭터 셋이 표지에 그려져 있다. 동그랗게 뜬 눈엔 은은한 광기가 맴돌고 그들의 배에는 '견뎌, 이겨, 즐겨'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단순하지만 뇌리에 콕 박히는 말이다. 그 외에도 "고민에 빠져 무기력한 나를 일으킬 단순 명쾌한 마법의 주문"이나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라는 문구도 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너무나 공감된다. 아주 귀엽지만 입은 조금 험한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요즘 힐링 소설, 힐링 에세이가 넘쳐난다. 그만큼 우리의 삶과 현실이 팍팍하다는 걸 반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이 약간 식상해진다고 느낄 무렵에 "만화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반짝 등장했다. 유머와 귀여움을 장착한 만화 캐릭터들이 주도하는 이 장르에서 그들은 약간의 잔소리와 팩폭으로 독자들을 흠칫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토닥토닥 달래주는 말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캐릭터들은 어쩐지 B급 유머를 장착한 채 쉴 새 없이 나를 웃겨주면서 힘을 주는 내 베프를 닮아있었다.

책은 크게 Part 1,2,3,로 나뉜다. 아마도 잘 사는 법, 스트레스 극복법 등등으로 나뉜 듯한데, 각각의 주제를 잘 모르겠다. Part 1의 제목은 이게 꿈이 아니라면 그냥 기절시켜주세요.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랄까? 25쪽 : 돈이나 밝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냥 어느 부자가 내 계좌에 거액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나도 가끔 내가 어떤 재벌의 숨겨진 사생아라는 상상을 해보기 때문에 정말 공감했다. 30쪽 : 그 욕심, 당장 내려놓자에 나오는 만화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부족한 실력으로 열심히 일하면 전부 다 망한다" 이 말을 예전 상사에게 퀵으로 보내고 싶은데..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네. ( 추가로 몇몇 정치인들에게도 전달 기원 )

이 책의 특징을 말하자면, 우선은 '무겁지 않고 가볍지만 그래도 메시지는 있다'라는 것이다. 농담 따먹기 하는 것 같은데, 잘 읽어보면 뼈가 있고 살이 있다. 69쪽 : 말의 힘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외제차 딜러인 지인의 이야기를 한다. 무조건 칭찬부터 하고 시작하는 그 지인은 마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처럼 저자에게 모든 외제차 딜러는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선한 거짓말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94쪽 : 지금보다 잘하면 내가 신이지 에서는 그 말을 던지며 음흉하게 웃고 있는 캐릭터가 있는데, 여기서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 것.

이외에도 읽는 동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묘하고 도움이 되는 표현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좀 더 재미있게 독자들의 마음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만들어낸 것도 이 책의 저자 3분의 재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표현만 있다면 좀 밋밋할 텐데, 몸동작과 표정으로 독자들을 웃겨주는 귀여운 아찔 캐릭터들도 있다. 마치 십 년 정도 회사에서 고인물로 활약한 듯한 통통한 배와 영혼 없는 눈동자가 이 캐릭터들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회사일, 인간관계, 자기 계발 등등 잘 풀리지 않는 인생 때문에 힘든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추천하고픈 책이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고민에 대해 웃으며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책 [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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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세계 -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
야마구치 요헤이 지음, 권희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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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둘러싼 3개 세계의 교차점을 찾아라

그곳에 미래를 밝힐 열쇠가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요즘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내가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변화를 잘 가르쳐 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 [3개의 세계]는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경제 기반과 앞으로 펼쳐질 세계를 지배할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물질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경제 시스템은 이제 가상 세계로 진출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가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글을 쓴 저자 야마구치 요헤이라는 분은 와세다 대학교와 도쿄 대학교 출신인데, 1999년 이후부터 주로 M&A와 기업 재생 관련 업무를 맡아 활동해온 것으로 보인다. 회사 대표이자 사업 투자자이며 내 생각에는 일본에서 경제 쪽 자문을 많이 맡아서 활동해 온 분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경제 전문 지식인의 관점이 담겨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 사람이기에 일본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한국이 일본의 절차를 밟는 경우를 지금까지 봐 왔기 때문에 이 책이 우리나라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책은 크게 들어가는 말 / 서장 / 본 내용 / 종장 이렇게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들어가는 말에 1. 3개의 세계 출현 2. 3개의 세계에서 필요한 돈과 버는 법 이 나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전체 책 내용을 압축, 요약한 부분이라 시간이 없는 분들이 이 부분만 읽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도 세상을 보는 전체적인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본 내용을 잘 읽어봐야 한다. 본 내용은 1장 : 캐피탈리즘 2장 : 버츄얼리즘 3장 : 셰어리즘 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의 경우, 요즘 가상 현실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서 2장 : 버츄얼리즘 에 대한 이야기에 많이 집중을 하고 읽어봤다.

1장 : 캐피탈리즘 은 말 그대로 지난 세기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해왔고 지금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1장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돈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 : 편재, 분할, 역행 "이라는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편재란 코로나 이후 더 가속화된 부의 치우침 (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 )이고, 분할은 부의 계층화 그리고 역행이라는 말은 화폐가 사회 가치에 역행한다는 말 ( 간병인의 월급이 너무 낮음) 2장 : 버츄얼리즘 에서는 요즘 자주 들리는 단어들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줘서 좋았다. 메타버스와 가상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 메타버스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 가상 현실은 누군가의 가상 세계에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말함 ) NFT와 블록체인이 무엇이고 양자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2장 : 버츄얼리즘이 흥미로웠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3장 : 셰어리즘이 아닌가 싶었다. 셰어리즘이란 얄팍한 부의 추구보다는 '진정한 풍요로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이론인데, 말하자면 앞으로는 더욱더 자연으로 회귀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는 말. 흙과 바다를 기반으로 살면서 인간과의 유대를 중요시하며 국가보다는 커뮤니티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셰어리즘" 이 제시하는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경제 서적이긴 한데, 딱딱한 금융 이야기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거시적인 눈을 길러주는 책이라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경제라는 게 사회, 문화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처럼 사회 전반적인 흐름을 꿰뚫어가면서 경제 이야기를 해주니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일본 이야기이긴 하지만 충분히 한국의 상황에도 대입시킬 수 있어서 좋았던 재미있는 경제 서적 [3개의 세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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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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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이러니하다.

진실을 알지 못해서 그것을 찾으러 떠나는 엘레나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기에. 그러나 엘레나는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딸 리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이제 드는 생각인데, 그녀가 길을 나선 이유는 오히려 진실을 부정할 증거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지독한 모성이 품은 묵직한 슬픔과 분노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

주인공 엘레나는 일종의 신경성 퇴행 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개를 드는 것도, 침을 삼키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든 엘레나를 위해 착한 딸 리타는 마치 그녀의 수족인양 정성스럽게 엄마를 돌봐준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리타가 성당의 종탑에 목을 맨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이 되었다는 것. 경찰은 용의자를 샅샅이 조사하지만 도저히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리타의 자살로 결론을 내어버린다.

그러나 엘레나는 리타가 결코 자살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번개를 무서워하는 리타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핑계를 대서라도 미사를 빠졌었다. 즉, 비 오는 날 번개에 맞을 수 있는 성당 종탑에 리타가 스스로 올라갔을 리가 없다는 사실.

엘레나의 눈물겨운 모성은 그녀로 하여금 딸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칠 방법을 떠올리게 한다. 20년 전 엘레나와 리타가 어려움에 빠진 한 여인을 구해낸 일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몸을 빌리러 가는 엘레나. 말하자면 거동이 매우 힘든 신체라는 감옥에 갇힌 엘레나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엘레나는 20년 전에 도움을 줬던 여인 이사벨에게서 이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벨에게서 나온 말은 엘레나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리게 되는데...

그전에 읽었던 [신을 죽인 여자들]이라는 소설에서도 느꼈지만, 저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는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자유”라는 주제로 독자들에게 크나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전통적인 사회와 종교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사회를 지배할 때 그것은 여성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 것인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보다는 교리와 교훈이 앞서는 사회는 은연중에 폭력과 학대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 앞에서 도덕과 윤리라는 단어는 굉장히 위선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어머니의 여정을 담고 있기에 어둡고 묵직한 모성의 슬픔과 분노가 독자들을 사로잡는 소설 [엘레나는 알고 있다] 1인칭 화자의 시점이라서 장애로 인해 거동이 힘든 엘레나의 마음속 절망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지기에 다소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드러내는 진실의 울림은 영혼을 뒤흔들 만큼 굉장하다. 따라서 그전에 있었던 일은 어쩌면 독자들의 뇌리에서 고스란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인간인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존재일 수도 있다. 아마도 우리가 제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진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던 소설 [엘레나는 알고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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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 신화 속 주인공이
조영주 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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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스트레스, 학교폭력, 성차별

요즘 십 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전설의 신들이 학교로 찾아왔다!

나도 사춘기 시절을 겪었고 그 시기가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 있다. 학교 생활은 단체 생활이기에 혼자만 잘 한다고 해서 그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학업 성적도 잘 유지해야 한다. 오랜만에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 [신화 속 주인공이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를 읽으니 힘들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다소 싱숭생숭했다. 이 소설은 타임슬립 앤솔로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주인공들은 모두 신화 속 등장 인물과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신화들 속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현 한국의 옛 버전에서 비롯된 여러 신화 속 주인공들인데, 계속 죽어야 하는 벌을 받은 요괴나 오래된 물건에서 비롯된다는 도깨비 혹은 마라도와 같은 섬의 독특한 전설에서 등장하는 버려진 존재 그리고 단군왕검이 제사를 지낼 때 받들었던 7선녀들이다. 이들은 갑자기 문제가 있는 청소년 주위에 등장해서 그들을 도와준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신화 속 주인공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준 것일까?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SNS 인플루언서인 조빈은 미유의 짝꿍인데, 이른바 핵인싸이다. 그런데 같이 라방을 하다가 발생한 약간의 갈등 때문에 빈은 아이들을 선동해서 유미를 왕따시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빈의 타겟은 같은 반 친구 여진이가 되었고, 그제서야 미유는 왕따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생대회를 나가게 된 아이들. 그런데 빈은 사슴의 엉덩이에 분홍색 하트를 그리는 장난을 쳐놓고는 그걸 유미가 했다고 거짓말한다. 따돌림이 무서웠던 유미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 사슴을 만난 유미는 사슴이 검은 털복숭이의 모습의 이상한 존재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신화 관리청 - 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신화 속 주인공들인 신수들은 인간계로 환생하는데, 그 관리를 천상계에 있는 관리들이 떠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간으로 환생한 조왕신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정보를 접수하게 된다. 아무래도 천상계와 견원지간인 저승계에서 이 일을 벌인 듯 하다. 286번 도채비 요원은 조왕신이 중학생으로 있는 학교에 도금비라는 이름의 전학생으로 잠입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온 몸이 검고 뿔과 비늘이 돋아있는 이상한 외모의 요괴를 만나고 그와 결투를 벌이게 되는 주인공 도금비. 그런데 요괴는 자신이 저승에서 온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신화 속 주인공들의 대활약이 멋지게 펼쳐지는 책 [신화 속 주인공이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주제는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다. 안심하고 학교를 다녀야 할 우리의 아이들이 왕따, 스트레스, 학교폭력, 성차별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 책 속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어떤 존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나쁜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학급 친구들 등등 공동체가 나서서 문제들을 해결하려 애쓰고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도 아이들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소에 잘 몰랐던 신기한 신화들 이야기라 상상력도 증폭되어 더 재미있었던 [신화 속 주인공이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를 청소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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